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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평화롭게만 보이는 연못 속에서도 치열한 생존경쟁이 있다
이렇게 평화롭게만 보이는 연못 속에서도 치열한 생존경쟁이 있다 ⓒ 김훈욱
밤낚시 하다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황홀한 새벽을 맞이하면 그 어떤 말로서도 표현하기 어려운 평화로움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평화롭게만 보이는 저수지 수면아래서도 치열한 생존경쟁이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게 된 것은 작은 연못을 만들고 민물고기를 키우면서였다.

연못에 크고 작은 몇 마리의 고기를 넣고 키우기 시작했다. 처음에 연못은 아주 평화롭게 보였다.

메기가 큰 가물치의 몸통 아래쪽에 들어가 조용히 쉬고 있는 것을 보면서 물고기들은 서로 도우면서 정말 잘 지내는 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소의 물고기들은 이렇게 사이좋게 지낸다
평소의 물고기들은 이렇게 사이좋게 지낸다 ⓒ 김훈욱
그러던 어느 날 메기 꼬리부분에 큰 상처가 있어 물고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가물치가 물어서 그랬다는 것이었다. 낚시를 즐겨 다닐 적 개구리를 묶어서 가물치를 잡는 것은 보았지만 가물치가 그렇게 메기까지 잡아먹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며칠 뒤 그 메기는 결국 꼬리부분이 한참이나 잘린 상태였다. 가물치가 잡아먹으려다 메기가 너무 커서 꼬리부분만 피해를 입힌 모양이었다.

가물치의 공격에 꼬리를 잘렸으나 목숨은 건진 매기
가물치의 공격에 꼬리를 잘렸으나 목숨은 건진 매기 ⓒ 김훈욱
이날부터 꼬리가 잘린 메기가 살아갈 수 있느냐하는 생각에 나는 그 메기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꼬리 지느러미가 없는 메기는 먹이를 주어도 동작이 느려 먹이를 차지할 기회가 없었다. 꼬리 잘린 메기가 더욱 참기 어려웠던 것은 작은 물고기들의 공격이었을 것 같다. 몸이 성할 때는 접근하기만 해도 도망 다니던 작은 물고기들이 이제는 부상당한 부위를 공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몸이 불편한 것도 서러운데, 지금까지 꼼짝 못했던 작은 물고기까지 공격을 하니 이를 피해 다니는 마음이야 오죽할까 싶기도 했다. 이런 수모를 당하며 물고기가 모이지 않는 구석진 자리만 찾아다니던 부상당한 메기가 어느 날부터 자기에게 피해를 입힌 가물치 옆에만 맴돌고 이었다.

대장인 가물치 옆에 있으면 작은 물고기 들이 자기를 공격하지 못하다는 것을 터득한 모양이었다.

부상당한 매기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가물치의 주위를 돌며 작은 물고기의 공격을 방어하고 있다
부상당한 매기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가물치의 주위를 돌며 작은 물고기의 공격을 방어하고 있다 ⓒ 김훈욱
이렇게 되니 부상당한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수월해졌다. 가물치는 일반 물고기 사료를 먹지 않으니 가물치 주위에 먹이를 뿌려 주면 작은 물고기들이 접근을 하지 못하니 안심하고 먹이를 먹게 된 것이다.

한 달 가량 지나니 메기의 꼬리는 잘린 부분이 재생되지는 않았으나 완전히 아문 것 같다. 이제는 비록 뒤뚱거리기는 하지만 작은 물고기들을 쫓아내기도 하고 동료 메기들과 어울려 놀기도 한다.

이제는 부상 부위가 아물어 같이 어울려 놀고있다
이제는 부상 부위가 아물어 같이 어울려 놀고있다 ⓒ 김훈욱
한 가지 의문은 큰 가물치는 자기가 때문에 부상을 당한 메기가 동작이 둔한 상태로 주위를 맴돌면 쉽게 잡아먹을 수 있었을 텐데, 보호해 주려는 듯 주변에서 맴돌게 두었을까?

잡아먹기는커녕 오히려 작은 고기들이 접근하면 끝까지 쫓아가 구석에 몰아넣고 잡아먹곤 했으니 말이다.

물고기 세상도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 한 것 같지만 힘이 없으면 언제나 공격을 받을 수 있고 강한 상대는 약한 상대에게 치명적 장애를 입힌 다음에야 인정을 베풀듯 다친 물고기를 돕는 것이 인간세상과 어찌 그리도 많이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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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일반 관광으로 찾기 힘든 관광지, 현지의 풍습과 전통문화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생활정보와 현지에서의 사업과 인.허가에 관한 상세 정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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