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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15일 오전 8시30분]

<조선일보>는 7월14일밤 <조선닷컴>에 올렸다가 삭제한 장문의 15일자 사설 <역사의 규명과 역사의 정치수단화는 별개다>를 통해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에 대해 "현 정권의 노선과 정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던 인사들을 어떻게든 옥죄어 보려는 정치적 의도가 역력한 것"이라면서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김일성-김정일 세습 독재체제에게 크나큰 선물을 안겨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색깔론을 제기했다.

<조선닷컴>에 올라온 이 사설은 보통 사설의 3배 길이로 신년사 수준이어서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조선일보>가 최근 열린우리당이 제안한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 (일제 강점하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 규명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사설을 통해 강도높게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 사설은 14일 밤 사이 다른 두 개의 사설 <중국은 달려가고 한국은 주저앉고> <대통령부터 읽어야 할 이공계 학력 보고서>로 대체됐다. 15일자 종이신문에도 애초의 사설은 실리지 않았다. 따라서 이례적으로 길게 쓴, 조선닷컴에까지 올라온 <조선일보>의 사설이 왜 실리지 않고 대체되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다음>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는 15일 오전 8시 현재까지 애초의 <조선> 사설이 그대로 실려 있다.(아래 이미지 참조)

▲ 15일 오전 8시경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버에 실려있는 <조선일보> 15일자용 사설. 그러나 이 사설은 종이신문 15일자에 실리지 않았으며 <조선닷컴>에서도 사라졌다.
ⓒ 오마이뉴스
"열린우리당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던 '일제 강점하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 규명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 14일 국회에 제출했다"라고 시작한 애초의 사설은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대해 집권당이 시행도 하기 전에 개정안을 제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서, 이같이 조급한 집권당 태도는 그 의도가 어디에 있는가를 들여다보게 하고 있다"고 '의도'에 주목했다.

이 사설은 "해방 공간의 남한에서 벌어진 민족 진영과 공산 진영 간의 생사(生死) 결단의 투쟁에서 패배한 좌익 진영은 음지에서 한국 역사를 다시 쓰는 작업을 집요하게 벌여왔고, 좌익이 다시 쓰는 역사의 핵심이 민족 진영을 세력 근거로 한 이승만 정부에서 일본과 관련 있는 인사를 찾아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 왔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상식"이라면서 친일규명을 좌우대립의 프리즘 속에서 해석했다.

사설은 "타의(他意)에 의한 협력을 강요당한...이들의 일부가 남(南)의 이승만(李承晩) 자유정부와 북(北)의 김일성(金日成) 공산체제 간의 대결, 그리고 남쪽에서 김일성의 지원을 받은 세력에 의해 벌어진 무장투쟁에서 민족 진영에 가담했고, 독립 건국 과정과 6·25 전쟁에서 남의 자유민주 진영을 지키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바로 이 점 때문에 북(北)의 김일성 체제 및 그와 연관된 남로당 잔존 세력들은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남한을 적화시키는 최대의 사상적 무기로 역사 투쟁을 채용해왔던 것"이라고 적었다.

사설은 열린우리당의 개정안은 "정치적 의도가 너무나 노골적으로 읽히고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적었다.

"조사 대상이 일본군 중좌 이상으로 되어있던 법 내용을 다시 '소위 이상'으로 개정한 항목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을 포함시켜, 지금까지 제1야당의 당수로 있어온 박근혜(朴槿惠) 의원과 그 소속당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뜻임이 분명하다. 그것만이 아니라, 당초 '중앙 문화기관'으로 돼있던 것을 '문화' '예술' '언론' '교육' 등으로 열거한 데서도 현 정권의 노선과 정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던 인사들을 어떻게든 옥죄어 보려는 이 법안의 정치적 의도가 역력한 것이다."

사설은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점하는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판 문화혁명이 전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것이 국가 내부적으론 세계화 시대에 국민 화합을 통한 국력의 결집으로 국가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에 반(反)하는 것임은 자명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이어 "그것은 밖으론 지난 50년 간 끈질기게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공격하고 내부 혼란을 조성해 적화의 기회를 붙잡는 데만 매달리다가 수십만 북한 동포를 기아의 고통과 수용소의 절망 속에서 죽어가도록 만든 김일성(金日成)-김정일(金正日) 세습 독재체제에게 크나큰 선물을 안겨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면서 "6·25 남침을 당해 최전선에서, 이어 낙동강 전투의 마지막 보루에서 북한군의 공세에 맞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많은 창군(創軍) 멤버들과 참모총장들이 사문대에 서는 것을 북한 정권보다 더 기쁜 마음으로 지켜볼 세력이 또 어디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사설은 마지막으로 "우리는 바로 이같은 눈으로 이 법안을 강행해 나가는 이 정권의 정치적 의도를 읽고 그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민족 미래를 훼손하는 일을 막아내는 데서 이 시대 언론의 사명을 찾을 생각"이라고 끝맺었다.

한편 <동아일보>는 15일자에서 <국정은 없고 '정치적 의도'만 있나>라는 제목으로 보통 크기의 사설을 싣고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지난 친일 진상 규명 문제로 우리 사회가 또 다른 분열과 대립에 휩싸인다면 과연 나라와 국민에 무슨 득(得)이 될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런가하면 <중앙일보>는 14일자 사설 <친일 진상규명, 분열 확대 안돼야>에서 "친일 진상규명이 또 다른 분열과 대립의 씨앗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러한 규명이 정죄(定罪)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정리한다는 차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가 15일자에서 실으려고 했던 애초의 사설은 <중앙일보>의 신중론이나 <동아일보>의 정권의도론 차원과 달리 친일규명논쟁을 친북색깔론으로 연결시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아래는 <조선닷컴>에 올랐다가 사라진 <조선일보> 사설 전문.

[사설] 역사의 규명과 역사의 정치수단화는 별개다

열린우리당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던 ‘일제 강점하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 규명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 14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대해 집권당이 시행도 하기 전에 개정안을 제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서, 이같이 조급한 집권당 태도는 그 의도가 어디에 있는가를 들여다보게 하고 있다.

군인의 경우 ‘중좌(중령급) 이상’이었던 것을 ‘소위 이상’으로 낮추고, 경찰 간부라고 했던 것을 ‘경시(警視)’ 이상으로 구체화하고, 조사대상을 대폭 확대한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개정안은 ‘중앙 문화기관이나 단체’라는 조사대상을 ‘문화’ ‘예술’ ‘언론’ ‘교육’ ‘학술’ ‘종교’ 등으로 세분화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국회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던 위원들을 대통령이 국회 동의만으로 임명할 수 있게 했다.

열린우리당은 이 법의 취지가 일본의 국권 침탈 전후부터 45년 8월 15일까지 일본에 협력한 행위를 조사하고 친일 반민족행위자를 선정함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인하는 데 있다고 규정했다. 이 법에 따르면 아무리 짧게 잡아도 1905년 을사보호조약 전후에서 45년 8월 15일까지 40년 이상이 조사대상에 오르게 돼 있다.

결국 대통령이 임명하는 9명의 진상규명 위원들이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된 과거를 현재로 불러내서 ‘친일 반민족행위자를 선정’하는 것이 이 법의 목적이랄 수 있다.

역사는 바로 서야하고, 역사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역사적 사실이 정확히 규명되어야 한다. 45년 해방 이후 우리 역사학계를 비롯한 관련 학계의 주요 관심도 국권 상실의 과정과 배경, 그리고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사의 정리와 체계화에 집중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진한 것이 있다면 학계의 지속적 학문 연찬과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금기(禁忌) 중의 금기는 현재 권력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과거 역사가 집권세력의 의도대로 다시 쓰여지고, 그 결과가 집권세력의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이용되는 것이다.

역사와 정치와의 이런 관계 때문에 8·15해방 이후 좌우의 각 정치세력은 역사를 자신의 현재적 정치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투쟁해 왔다.

특히 해방 공간의 남한에서 벌어진 민족 진영과 공산 진영 간의 생사(生死) 결단의 투쟁에서 패배한 좌익 진영은 음지에서 한국 역사를 다시 쓰는 작업을 집요하게 벌여왔고, 좌익이 다시 쓰는 역사의 핵심이 민족 진영을 세력 근거로 한 이승만 정부에서 일본과 관련 있는 인사를 찾아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 왔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할 것은 국권의 상실과정과 일제의 강압적 통치 아래서 적극적으로 나라의 주권을 일본에 팔아 넘기는 데 앞장을 선 주동자와, 독립운동가를 고문하고 동족을 학대한 인간들에 대해서는 그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당위성과 함께 강조해야 할 것은 세계의 동향에 등을 지고, 권력 다툼에 골몰하며, 자강(自强)의 기회를 놓친 무능한 권력자 탓에 이민족(異民族) 강압 통치의 대상으로 팽개쳐졌던 2천만 동포의 운명과 행동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적 상황에 대한 엄밀하고 엄정한 판단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일제의 무단(武斷) 통치, 그리고 뒤이어 30년대부터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계기로 더욱 엄혹해진 사상 검열과 강제 동원의 폭압 아래서 해외로 망명하지 않고 국내를 지키던 수많은 독립운동가, 학자, 예술가, 문화인, 경제인들이 강압에 의해 타의(他意)에 의한 협력을 강요당한 사실은 역사의 기록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이다.

이들의 일부가 남(南)의 이승만(李承晩) 자유정부와 북(北)의 김일성(金日成) 공산체제 간의 대결, 그리고 남쪽에서 김일성의 지원을 받은 세력에 의해 벌어진 무장투쟁에서 민족 진영에 가담했고, 독립 건국 과정과 6·25 전쟁에서 남의 자유민주 진영을 지키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북(北)의 김일성 체제 및 그와 연관된 남로당 잔존 세력들은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남한을 적화시키는 최대의 사상적 무기로 역사 투쟁을 채용해왔던 것이다.

친일부역(親日附逆)과 친공산부역(親共産附逆)이란 역사의 아픔과 시대의 고통을 목격하고 체험했던 대한민국의 양식있는 지도자들은 바로 이 같은 역사적 경위와 남북 대치의 사상적 이념적 맥락 때문에 역사 문제를 접근하는 데 어찌 보면 필요 이상의 신중성을 보여왔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선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 규명 법안과 그 개정안은 현재 권력을 장악한 세력에 의한 역사 다시 쓰기라는 측면만이 아니라 그 정치적 목표 및 조사 범위에 대한 자의적(恣意的) 규정 등 각 부문에서 그 정치적 의도가 너무나 노골적으로 읽히고 있는 것이다.

조사 대상이 일본군 중좌 이상으로 되어있던 법 내용을 다시 ‘소위 이상’으로 개정한 항목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을 포함시켜, 지금까지 제1야당의 당수로 있어온 박근혜(朴槿惠) 의원과 그 소속당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뜻임이 분명하다.

그것만이 아니라, 당초 ‘중앙 문화기관’으로 돼 있던 것을 ‘문화’ ‘예술’ ‘언론’ ‘교육’ 등으로 열거한 데서도 현 정권의 노선과 정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던 인사들을 어떻게든 옥죄어 보려는 이 법안의 정치적 의도가 역력한 것이다.

사실 세계 역사상, 그리고 현대 국가 가운데, 그 중에서도 서구 식민주의와 일본 식민주의의 아픈 체험을 같이하고 국권을 되찾았던 국가에서 정부 권력이 구성한 위원회가 100년 전의 역사를 불러내 재단(裁斷)한다는 것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현 정권이 경제의 장기불황,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해외 탈출, 청년 실업자의 범람 등 갖가지 경제 위기 징후와 함께 수도 이전 등 국력을 기울여야 할 국가 사업에 대한 타당성 비판이 줄을 잇고 있고, 국민들이 국가의 미래에 자신과 확신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갖은 무리를 무릅쓰고라도 이 법안을 관철시키려는 태도는 이 정권의 도덕성과 정체성까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여하튼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점하는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정치와 경제만이 아니라 문화 예술 언론 교육 학술 종교 등에 걸친 전 부문에서, 그리고 해방 이후 신생국가 대한민국의 기틀을 잡는 데 크든 작든 기여해 온 수많은 인사가 권력이 주관하는 역사의 사문대(査問臺)에 오르는 한국판 문화혁명이 전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국가 내부적으론 세계화 시대에 국민 화합을 통한 국력의 결집으로 국가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에 반(反)하는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밖으론 지난 50년 간 끈질기게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공격하고 내부 혼란을 조성해 적화의 기회를 붙잡는 데만 매달리다가 수십만 북한 동포를 기아의 고통과 수용소의 절망 속에서 죽어가도록 만든 김일성(金日成)-김정일(金正日) 세습 독재체제에게 크나큰 선물을 안겨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6·25 남침을 당해 최전선에서, 이어 낙동강 전투의 마지막 보루에서 북한군의 공세에 맞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많은 창군(創軍) 멤버들과 참모총장들이 사문대에 서는 것을 북한 정권보다 더 기쁜 마음으로 지켜볼 세력이 또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바로 이같은 눈으로 이 법안을 강행해 나가는 이 정권의 정치적 의도를 읽고 그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민족 미래를 훼손하는 일을 막아내는 데서 이 시대 언론의 사명을 찾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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