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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가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는 기업투자의욕 위축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김상조 교수는 14일 한 토론회에 참석, 개정안 중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이 삼성그룹을 위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공정거래위가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는 기업투자의욕 위축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김상조 교수는 14일 한 토론회에 참석, 개정안 중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이 삼성그룹을 위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국내 11개 재벌 모두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재벌기업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은 오직 삼성그룹 하나만의 문제다. 특수한 재벌의 특수한 이익을 위해서 금융산업의 법질서를 흐트러뜨리려 하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제한제 강화와 계좌추적권 재도입, 재벌기업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재벌개혁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출자총액제한제 등 공정위가 제출한 개정안이 결과적으로 기업의 투자의욕을 위축시키냐는 것. 공정위와 시민단체는 현 시점에서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출자총액제한제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계는 기업의 투자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점과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 등 국내 시장 잠식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개정안 토론회'는 이 같은 양측의 시각차를 극명하게 보여준 논란의 장이었다. 전병헌(열린우리당), 유승민(한나라당), 노회찬(민주노동당) 의원 등 3당 의원들이 마련한 이날 토론회에서 공정위와 참여연대, 재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맹렬한 공방을 벌였다.

특히 이 자리에서 김상조(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교수는 재벌기업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축소 문제와 관련, "재계가 삼성을 위해 나서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나 금융지주회사법은 다른 11개 재벌과 모두 관련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재벌계열 금융회사의 계열사 의결권 축소 문제는 오직 삼성그룹 하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특수한 재벌의 특수한 이익을 위해서 금융산업의 법질서를 흐트러뜨려서는 안 된다"며 "의결권 제한을 없애자는 재계의 주장은 삼성그룹을 대변해 주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김 교수는 "다른 재벌그룹의 경우 일반 계열사의 지분율이 높아 의결권 제한을 현행 30%로 하든, 공정위 개정안대로 15%로 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삼성그룹은 의결권 행사범위 축소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삼성그룹에 가장 큰 영향

실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공정위의 개정안대로 재벌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15%로 축소할 경우 삼성은 국내 재벌그룹 중 가장 많은 계열사에서 의결권을 잃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소장 김선웅, www.cgcg.or.kr)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나 삼성전기, 호텔신라, 에스원, 제일기획 등 10개 계열사에서 의결권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는 이 보고서에서 "상장기업에 출자를 하고 있는 금융회사를 보유한 기업집단은 모두 16개이며, 의결권 행사범위 축소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한진, 동부, 한화이며 이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기업집단은 삼성그룹"이라고 밝혔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에 따르면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조치로 삼성그룹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에 따르면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조치로 삼성그룹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 CGCG 제공
이 보고서는 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주요 상장 계열사들에 출자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그룹은 가장 많은 계열사에서 의결권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이로 인해 삼성그룹이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이나 지배력을 상실할 정도의 의결권은 제한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뒤 "그러나 의결권 행사범위가 축소됨에 따라 앞으로 삼성그룹 금융사들은 추가적인 지분을 취득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재벌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될수록 재벌그룹은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유지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계열금융회사를 이용해 새로운 지분을 획득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삼성 등 재벌그룹은 의결권 행사 제한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 김 교수와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재계, "기업 투자 위축, 경영권 방어 위해 의결권 제한 폐지"

이에 대해 재계는 의결권 행사범위 제한이 경영권을 불안정하게 하고, 기업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또 의결권 행사범위가 계속 제한될 경우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M&A에 손을 쓸 방법이 없다는 것도 재계의 주장이다. 아울러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이 특정 그룹의 이해와는 관계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상묵(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재계도 적대적 M&A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의결권이 제한된다면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외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데, 동등한 권한을 달라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제출돼 정무위에 계류중이다. 하지만 재계의 반발이 거세 공정위가 제출한 개정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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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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