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흩뿌리던 지난 13일에 노원구에 있는 은곡공업고등학교를 찾았다. 빗물에 세수를 한 듯 교문과 교정이 깔끔해 보였다. 그래서 일까. 실업계의 공업고등학교임에도 대학진학률이 높다는 점과 수업 전 5분간의 인성교육을 한다는 이야기에서 학교가 더한층 친근했다. 또 이 학교는 다른 학교와 달리 유별(?)난 점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교문지도라는 것.
근래에 보기 드문 교문지도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모자와 교복의 복장이 바른지를 지도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70년대에나 있었던 교문지도가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학교가 달라 보였다. 학생들의 반발은 없었을까? 또 여학생들의 모습도 보이는 남녀공학인데 어떻게 교문지도가 이루어지고 있을까? 이 궁금증을 교장 이종욱 선생님은 이렇게 풀어주었다.
"물론 학생과 학부모님의 반발이 있습니다. 하지만 규율과 자기 통제의 교육이 필요하기에 시행합니다. 왜 필요한지 꾸준히 설명하기에 입학 후 3~4개월 쯤이면 학부모님들이 오히려 좋다고 반응을 보입니다."
여학생의 경우는 두발상태를 단정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를 위해 머리는 묶는 형태.
흔히 교장 선생님하면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의 신사복 차림이 연상되나 교장 이종욱 선생님은 연한 황색계열의 검소한 상하복이 인상적이었다. 이어서 학교자랑을 물어 보았다.
"진학률이나 취업률로 나타나는 통계수치보다는 입학할 때는 다소 걱정스럽고 학업성적이나 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들이 졸업시기에는 미래를 생각하고 자신의 앞날을 내다볼 줄 아는 알찬 모습으로 달라져 있습니다"라며 이 점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요즘은 실업계 고등학교의 위상이 예전과 많이 다른 양상이다. 70년대와 80년대 초만 하여도 당시 분위기는 실업계 고등학교 입학이 인문계 고등학교 입학보다 훨씬 인기가 높았다. 우수한 학생들이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한 경우도 많았다. 또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오늘날의 사회지도층 중에는 그 당시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던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최근의 실업계 고등학교는 과거에 화려했던 이력에 비해 많이 후퇴한 모습이다. 굳이 취업난이다, 불황이다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아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원하는 분야에 취업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
또 실업계의 공업고등학교는 같은 계열의 전문대 졸업생들에게 취직 면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 공고 졸업생의 현주소라고 교장 선생님은 설명한다. 이 현실이 안타깝지만 이 때문에 은곡공업고등학교에서도 동일계열 관련학과 대학으로 진학을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인지 이 학교는 지난 3년간 평균 4년제 대학 50명, 2년제 대학 313명 등 매년 36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한다고 한다. 이는 재학생의 98%가 넘는 놀라운 수치다. 전교생 대다수가 어려운 환경이란 점도 사립학교인 은곡공고의 고민. 하지만 전교생 1120명 중 76%에 해당하는 853명이 금년에 장학금을 받는다는 학교장의 설명에 은곡공업고등학교의 장래가 매우 밝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