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고등학교는 작년부터 매 학기 방학식 전날 저녁에 한 학기를 돌아보며 그 동안의 수고로움을 서로 위로하고 헤어짐의 아쉬움을 나누기 위해 화합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시 낭송의 밤'을 열었고, 올해에는 '합창제'를 가졌습니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서부터 방학식 전날까지 담임 선생님과 학생들은 모여서 합창곡을 선정하였고, 반주곡을 준비하여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을 하였습니다. 전문적인 화음을 넣어서 하는 수준 높은 연습은 훗날을 기약하기로 하고 우선은 함께 즐거이 부르는 수준으로 연습하여 무대에 올렸던 것입니다.
처음으로 가진 합창제라 무대가 어색한 아이들이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하고, 몸을 흔드는 아이, 얼굴을 자꾸 만지는 아이, 소리를 내뱉지 못하고 웅얼거리는 아이, 고음이 올라갈 때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아이, 피식피식 웃는 아이 등, 합창과 어울리지 않는 몸짓들이 많았지만 그것 자체가 하나의 통과 과정으로 아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이 되리라고 믿으며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습니다.
합창뿐만 아니라, 고미경 교사의 오카리나 독주, 공미진 교사와 조소정 학생의 비엔나 행진곡 피아노 합주, 최은비 학생의 독창, 교장 선생님과 부장 교사들의 '선구자' 중창을 찬조 출연하여 분위기를 더욱 돋우었습니다.
밖에는 장맛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5층 강당에서 아이들의 노래소리가 울려퍼지며 한 학기가 마무리되었고, 합창제가 끝나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학교 식당에서 조촐한 통닭 파티를 열었습니다.
다음날 16일은 날이 말끔히 개어, 여름의 향기가 그윽하였고, 원경고등학교 실습논에는 잠자리가 이리저리 날아다녔습니다. 정연수 교장 선생님께서 "잠자리가 우리 논에 많이 날아다니는 걸 보니, 벌레가 많은가 보네. 약을 안 쳐서 그래, 약을"이라고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기숙사 방 청소를 하며 방학 준비를 하였습니다. 청소를 마치고 땀을 씻으며 방학식을 하러 강당에 올라온 아이들이 부쩍 커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 3월 2일 개학과 3월 3일 입학 이후, 원경고등학교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참으로 많은 교육활동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현장학습, 산악등반, 소록도 봉사활동, 문화체험여행, 효도의 날 행사, 체육대회, 농촌일손돕기, 모내기, 향토순례, 백일 기도, 학생회 임원 선거, 합창제 등의 체험 행사와 6차례의 문화예술공연, 4회의 마음공부훈련, 2차례의 학부모 학교, 그리고 관악부 결성과 특성화교과 수업, 기숙사 생활을 통해 알게 모르게 모두 성숙한 것입니다.
그래서 원경고등학교의 방학식은 그러한 교육활동을 수행해낸 모두의 자부심입니다. 자부심을 안고 이제 방학을 합니다. 겨울의 추위가 있음으로 해서 봄에 꽃을 피울 수 있는 힘이 갈무리되고, 여름의 더위가 있음으로 해서 가을의 열매가 알차고 향기로울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러므로 방학은 진리의 선물임을 함께 나눕니다.
개학하는 날, 하얀 이를 드러내며 모두 싱그럽게 웃으며 만나기를 기원하면서 원경고등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을 떠나보냈습니다. 아이들은 산더미같은 택배 보따리들을 쌓아놓은 채 왁자지껄 학교를 떠났습니다. 화단의 도라지꽃들도 아이들을 배웅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