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시작된 주 5일제 근무와 함께 웰빙 바람이 몰아치는 우리나라는 곳곳에서 펜션이다, 리조트다, 콘도다 해서 레저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주5일제 이후 처음 맞게 되는 금년 하계휴가는 전 국민을 들뜨게 하고 있다. 내린천 계곡의 기상천외한 피서지를 한 곳, 추천해 볼까 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인제읍 원대리'지만 찾아가는 곳으로는 '인제읍 하추리'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31번 국도의 건너편 즉 내린천 건너편에 있는 이 작은 동네는 과거에는 수교가 존재하여 사람의 왕래가 용이하였으나 큰물이 지나간 이후 다리가 끊어져 출입하기 어려워졌다.
이 동네를 출입할 수 있는 통로는 원대리의 본 마을에서 산을 타고 내려가는 산길과 내린천을 맨발로 건너가는 길. 이 마을의 촌장이 장만해 놓은 작은 조각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는 길이 있을 뿐이다. 당연히 자동차는 갈 수가 없고, 31번 국도 상에 주차해 놓아야만 한다.
웰빙을 기대하는 분이라면 아예 이 글을 읽는 걸 중단하시기 바란다. 이곳은 잘 먹고 잘 지내다 올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런 기대로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시간 낭비일 뿐이니 따로 알아보시기를 미리 권하며 특이한 여름나기를 소개할까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곳은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없다. 따라서 1년 내내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곳이다. 비가 와서 강이 넘치면 들어 왔던 사람도 나갈 수가 없다. 오직 길도 없는 산길을 한 시간 남짓 걸어서만 문명세계로 나갈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이곳은 전기 시설은 되어 있으나 TV가 없다. 이것은 이곳 주인장의 악취미에서(?) 비롯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2∼3일 정도 이런 매체가 없이 생활해 보는 것도 꽤나 현대인들에게 유익할 듯 하다.
또 하나 이곳에 들어오는 분들은 주인장의 고집으로 샴푸나 퐁퐁 등 최첨단의 화공약품이 가미된 세제는 사용할 수가 없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앞 냇가 내린천에서 낚시를 할 생각일랑 아예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야생초를 꺾거나 뽑아서 주인장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은 절대로 삼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기 좋고 물 맑고 조용하다 하여 음주가무, 고성방가는 날이 새는 대로 추방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런 몇 가지 수칙만 지킬 수 있다면 이곳은 여기를 찾는 이들에게 많은 것을 안겨다 줄 수가 있을 것이다.
첫째로 진정한 자연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이 곳은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곳이다. 따라서 하천 주변이나 뒷산에서 일어나는 자연환경의 변화와 경이로움을 관찰하고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곳은 날이 어두워진 다음 모깃불을 제외한 모든 불을 끈 가운데서 내린천의 밤을 음미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안겨다 줄 것이다.
휘황찬란한 밤의 문명에 절어 있던 사람들로 하여금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진정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밤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해 주는 참 좋은 공간인 것이다.
반딧불의 비행 뒤쪽에서 울부짖는 온갖 야생 동물들의 세계는 이곳을 찾는 탐방객들로 하여금 가히 원시 그대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오싹한 한여름 밤을 제공해 줄 것이다.
운이 좋은 탐방객이라면 새벽녘에는 이제까지 살아오는 동안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 모를 멧새와 물새들의 향연에 저절로 잠을 깰 것이다. 그리고 밤새 앞 냇가 내린천에 살며시 내려 덮인 물안개와 주변의 산들을 보면서 이곳의 아름다움과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맛 볼 수도 있다.
이런 짧은 한 순간이나마 우리는 자연그대로의 티 없이 맑은 순수한 인간 본연의 심성으로 회귀하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곳의 시설은 빈약하다. 일반 보일러 시설이 된 방이 세 개, 온돌방으로 이루어진 황토 방 하나 그리고 야영시설이 다수일 뿐이다.
앞뒤로 자연을 돌아 볼 수 있는 자연 산책로하며 각종의 야생초, 가래나무를 비롯한 원시림에 가까운 수목들이 전부다. 하천 주변의 자연 환경은 더 없이 잘 가꾸어 놓은 현대적 조경보다도 자연이 저절로 빚은 조경이 우리들에게 더 많은 것을 음미하게 해 줄 것이다.
먹는 문제는 주인장에게 밥을 사 먹는 방법과 스스로 해 먹는 방법이 있고, 이곳에서 자생하는 각종 야생초의 효소들이 귀하게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먹거리를 준비해 갈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