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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대성계곡
지리산 대성계곡 ⓒ 이재은
그러나 희망은 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이 곳에 가기 위해선 우선 한 시간 이상을 땀을 뻘뻘 흘리며 등산을 해야 한다. 그것도 지리산의 주 등산로를 따라서. 고진감래라 하지만 누가 한 순간의 피서를 위해 한 시간 이상씩 걸리는 산길을 오르려 하겠는가?

이 땀을 마다 않고 찾아 나서는 이 있다면 거긴 분명 무릉도원이 있을 터. 거기는 바로 지리산 대성계곡이다. 대성계곡을 가 본 사람이라면 무슨 말씀이냐며 반문할지 모르겠으나 대성 계곡의 깊이를 모르고 하는 말씀이다.

지리산의 서남단인 '경남 하동군 화개면'하면 벚꽃의 고장 화개동천과 쌍계사가 머리에 떠오른다. 그 화개동천을 따라 가다 보면 끝없이 펼쳐진 계곡 속에 수많은 피서객들이 올망졸망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참을 올라가면 의신마을이 나오는데 여기에 차를 주차해 놓고 아니면 여기가 버스 종점이니 여기서 하차하여 세석평원 방향으로 약 2.5km의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곳이다.

이 길은 지리산의 유명 등산로로 세석평원을 경유하여 상봉인 천왕봉을 오르는 주 등산로기도 하다. 험한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보면 밤나무 숲과 원시림이 나타나기도 하고 저 멀리서는 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그야말로 한 여름 산행의 진한 맛을 여지없이 체험하게 된다.

한 시간 쯤 진땀을 빼고 나면 쭉쭉 뻗은 후박나무 군락과 함께 곧이어 산길과 마당이 하나로 된 옛 화전민의 독가촌이 몇 채 눈에 들어온다. 여기가 바로 고진감래를 경험하게 해 줄 바로 그 피서지다.

발조차 담그기 힘든 명경지수가 거기에 있다
발조차 담그기 힘든 명경지수가 거기에 있다 ⓒ 이재은
40년 전부터 이 골에서 자리를 잡고 살았다는 화전민의 후예들. 1962년 지리산의 마지막 빨치산이 소탕되었다는 그 마을 사람들의 후예다. 지금은 임씨와 김씨 가족, 두 집만이 살고 있지만 과거 박대통령의 화전민 철거정책이 있기 전에는 마을이 더 높은 곳에 있었고(빨치산 최후의 전투지역-지금도 그곳에 몇 집이 남아 있다) 정부의 배려로 이곳에 독가촌을 형성하여 살다가 한 집 두 집 도시로 다 빠져나가고 지금은 이 두 집만이 남아 있다.

세석에서 내려오는 등산객들의 반가운 휴식처이기도 한 이곳은 음료수와 식사가 가능하고 민박도 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는 '국립공원 지리산 대성골 대피소'인데 지리산 내에서 온 가족이 대를 이어서 생활하는 대표적인 민간 대피소다.

가능한 민박의 객실은 임씨집이 방 4개, 김씨집이 방 3개를 보유하고 있고 봄철의 고로쇠를 비롯, 각종 산나물, 토종닭, 야생 과일주, 직접 양조한 막걸리 등이 있으며 특이할만한 것은 우리네 식탁의 75%이상이 수입품인데 반해 여기는 75% 이상이 순수 국산이다.

민박짐에서 곶감을 말리고 있는 광경-야생화된 감나무가 많다.
민박짐에서 곶감을 말리고 있는 광경-야생화된 감나무가 많다. ⓒ 이재은
바로 옆에 있는 풍부한 수량의 계곡 물은(대성계곡 상류) 한여름에도 발을 담그기 어려울 정도로 물이 차고 맑다. 투명한 유리와도 같은 소(沼)는 그 규모도 제법 크고 수심도 깊어 장정 20∼30명은 거뜬히 물놀이를 하고 놀아도 될 정도다.

또 지리산의 원시림에 가려져 한 뼘 정도만 뚫려 있는 푸른 하늘을 비롯한 주변의 모든 자연경관은 말 그대로 자연학습장이어서 어느 것 하나 눈에 담아 손해볼 것 없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이렇듯 깊고 높은 곳에(해발 550m) 자리하고 있어 한참을 산행한 후에나 닿을 수 있는 불리한 위치이긴 하지만 그런 대로 조용한 분위기여서 복잡한 세상을 사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만사를 잊고 사나흘 푹 쉬다가 올 수 있는 최적의 피서지가 아닌가 한다.

이 곳에서 여름나기를 하기 위해선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한다. 또 하나 덧붙인다면 방문 후 쓰레기들은 이곳에 버리지 말고 반드시 되가져 가는 예절을 지켜야 할 것이다. 왜냐 하면 이곳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는 저 아래에 있는 의신마을까지 지게로 운반해야 하기 때문이고 그러려면 족히 왕복 한나절은 허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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