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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이 싸움 구경과 불구경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싸움 구경의 참 맛은 역시 아줌마들의 말싸움이다.

상대를 자근자근 씹어대고 비꼬는 아줌마들의 속사포 같은 말을 듣고 있다보면 그 비유나 표현이 너무나 기발하고 웃겨서 구경꾼들이 폭소를 터뜨리는가 하면 때로는 무언가 가슴에 찡하니 박히는 것도 있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어릴 적에는 이런 아줌마 싸움을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오늘은 옆집 아줌마가 정말 잘 못했네' 혹은 '정훈이네 아줌마 정말 말씀 잘 하시네. 그 표현 나도 나중에 싸울 때 써먹어야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또 식구들끼리 둘러앉은 저녁식사 시간에는 다시금 그 말다툼을 화제에 올려 시시비비를 따지며 토론을 하기도 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는지 아니면 요즘 다들 몸을 사리는지 최근 들어 이런 오프라인 싸움은 흔히 볼 수 없다. 대신 온라인 싸움이 여기저기서 뜨겁다. 논쟁도 활발하고 '패러디' 작품도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그 가운데는 무릎을 치게 만드는 통렬함, 동시에 따뜻한 인간미와 유머가 깃든 멋진 작품들이 등장해 다수의 공감대를 만들며 설득의 묘를 보여주는가 하면 보기에도 낮 뜨겁고 민망한 난잡한 수준의 것들이 있어 보는 이를 실망스럽게 한다.

일부에서는 패러디 작품도 예술이니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예술이란 가장 편안한 곳에서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가장 편안한 사람과 즐기며 편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래서 마음 속 깊은 부분을 울려줄 수 있는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볼 품 없이 축 늘어진 대통령의 가슴 근육, 그래도 한 때 국모 역할을 했던 여성 정당 대표의 반라 사진, 20명 넘는 인명을 살해한 흉악 살인범에 끼워 맞추어진 '대한민국 대통령'.

이것이 진정한 예술작품이라고 주장한다면 솔직히 나에게는 더 이상 반박할 글재주가 없다. 다만 이들을 보며 극도의 '불편함'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내가 예술적 문맹임을 인정하는 수밖에.

덧붙임: 말싸움 잘 하기로 유명한 우리 동네 쌈닭, 정훈이 아줌마.(지금은 어디 사시는 지 모르겠다.) 그녀가 동네 인기 '짱' 이었던 이유를 지금 와 생각해보면 '싸움의 정도'를 지켰기 때문인 것 같다.

언젠가 장애인 딸을 둔 엄마와 한 판 붙어 싸움의 피치를 높여갈 때 사람들은 혹시나 그녀 입에서 "'병신 자식을 둔...어쩌고" 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정훈이 아줌마는 그 말을 끝까지 입에 담지 않고도 여느 때처럼 승전가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싸움이 '예술적'이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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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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