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전면폐지를 위한 시민·학생단체의 국토대장정이 시작됐다.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는 22일 오전 11시30분 국회 앞에서 국보법 폐지를 위한 전국도보행진 출정식을 갖고 오는 9월 5일까지 44일 동안 서울·대전·광주·부산·대구·원주 등을 거쳐 1350여km를 행진하는 대장정에 나섰다.
국민연대는 "이번 행진 속에 흘려질 땀방울이 국보법 폐지를 위한 수만, 수십만 국민의 힘을 모아내는 거름과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며 "오는 9월 열리는 17대 첫 정기국회에서 국보법이 폐지되는 역사적 순간을 창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청년단체협의회(이하 한청) 주도로 진행되는 이번 도보행진에는 민주노총·한총련·민변 등 중앙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각 지역단체들이 함께 참여해 촛불문화제·국보법 폐지 토론회 등을 연달아 개최할 예정이다.
국보법 폐지 위한 1350km 대장정,, 9월 5일까지 44일간 진행"
| | | 국보법 폐지 도보행진 나선 초등생 | | | "국보법 폐지되면 양심적인 사람들이 나올 수 있어" | | | |
| | | ▲ 민준홍군 | | 이날 국보법 폐지 국민연대 전국도보행진에는 초등학생 한 명이 참가해 취재진의 눈길을 끌었다. 어머니와 함께 도보행진에 참석했다고 밝힌 민준홍(방배초, 11)군은 "국보법은 북한을 야만적인 국가로 만드는 기분 나쁜 법"이라며 "국보법이 없어져야 북한과 같이 통일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왜 국보법이 폐지되어야 하는지 친구들이 물어본다면 어떻게 답하겠냐'는 질문에 민군은 "양심적인 사람들이 사람들이 나올 수 있고 통일이 앞당겨진다고 말할 것"이라고 답했다. 민군의 어머니는 오늘 행진에는 참석하지 않지만 민군은 안양까지 행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 | | | |
권오헌 국민연대 대표는 "송두율 교수의 석방에서 볼 수 있듯이 현행 국보법은 그 애매모호성과 모순성으로 인해 이미 명줄이 다한 상태"라며 "이번 도보행진이 국보법을 폐지하고 6·15 남북공동선언의 의미를 되살리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는 "눈 내린 들판을 밟아갈 때에는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마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리라"는 서산대사의 한시 답설야중서(踏雪野中去)를 인용하며 "도보행진을 떠나는 여러분의 발걸음 하나하나는 지금껏 국보법이란 악법으로 고통 받았던 선열과 함께 떠나는 아름다운 길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날 출정식에는 무엇보다 현재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보법 개정 혹은 대체입법 마련 움직임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통일연대 학술연구위원장인 조영건 경남대 교수는 "국보법 일부를 개정하거나 대체입법을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은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과 다름없는 태도"라며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전 세계 양심의 지탄을 받고 있는 국보법을 전면 폐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도 "대장정에 오른 행진단은 가는 곳곳에서 국보법 개정이나 대체입법이 아닌 전면폐지를 설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각 지역별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국민설득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민변 대표로 참석한 장경욱 변호사(사무차장)은 "민변은 이번 도보행진에서 진행되는 각 지역별 토론회 참여와 법률 자문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지원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국보법 개정 및 대체입법 제안은 '양두구육'"
국민연대는 22일 서울 여의도를 출발해 전국 각 지역을 순회한 후, 9월 4일 과천에서 국가보안법폐지 제1차 국민대회 전야제를 개최하고 다음날 여의도에서 본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현재 온-오프라인에서 진행중인 국보법 폐지 청원운동은 10월말까지 진행해 100만인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상봉 한청 의장은 "국민 대다수가 국보법 폐지에 동의하고 최소한 개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만큼 필사즉생의 각오로 국보법 폐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올해 안에 반드시 국보법을 폐지하겠다는 결전의 각오로 전국도보행진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이대경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한청을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해당 간부에 대해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