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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정태춘씨가 청와대 앞에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2일 정태춘씨가 청와대 앞에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전형준
기자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미군 기지 이전 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땀이 많이 흐르는지 정태춘씨는 인터뷰 도중에 여러 차례 손수건을 얼굴에 가져갔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전면 재검토 필요"

-평택 미군기지 문제를 제기하게 된 계기는?
"평택은 제 고향이죠. 기존 기지만으로도 힘겨워하고 있는 주민들이 확장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산 기지 이전을 빙자해 다시 평택에 300여만 평을 더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이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내 개인적인 생각, 즉 군축에 대한 이야기를 작게라도 하고 싶었던 거죠."

-미군기지로 인한 주민들의 직접적인 피해 상황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사실 평택에서 미군 기지는 너무나 익숙하거든요. 해방 전에 일제가 점령하고 있던 군 기지를 (미군이) 인수했고 확장에 확장을 거쳐 현재의 캠프 험프리가 된 거죠. 주변 사람들의 경우 그간 기지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이라든지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문제를 제대로 말 못했어요. 과거에 기지 확장할 때는 주민들이 가재도구를 꺼낼 시간도 없을 정도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어요. 물론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도 주민들의 의사가 여전히 무시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피해에 대해서도 전혀 대책이 없으면서 더 막대한 기지를 제공한다고 하니 문제죠."

- 일부 보도에 의하면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을 찬성하는 주민들도 30% 정도 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찬성하는 주민들은 반대급부를 포함한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부대 인근 지역에 새로운 마을을 조성해서 외국인들이 드나들고 그 시설을 (시민들이) 이용하게 만들라는 거죠.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현대화된 기지촌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 속에서 현지 주민들이 얻을 것은 없어요. 현재 기지촌은 평택에서도 아주 작습니다. 기지촌 주변 상업 구역도 작을 뿐더러, 거기서 미군들이 쓰는 돈도 미미해요. 근래에 들어서 거의 모든 시설들이 영내로 들어가고 있고 하다못해 면세 슈퍼마켓에서부터 골프장까지 영내에 다 있는데 미군들이 왜 불편한 시내에 나와서 쇼핑을 하겠어요? 그런 상황에서 특별법을 가지고 새로운 투자를 말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미군 측이 주장하는 평택 이전의 이유 중에는 “북한 미사일 사정거리 밖”으로 옮기려는 것이 있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웃기는 얘깁니다. 대포동 미사일 등을 생각했을 때 말도 안되요. 미군의 전력을 봤을 때 용산에서 평택으로 또는 동두천에서 평택으로 옮기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어요. 단지 동북아 기동 타격군으로 중국을 겨냥한, 때로는 동아시아에서 군사 패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장기적 전략하에서 새로운 기지가 필요하고 그 기지가 평택이라는 겁니다. 왜냐면 평택은 줄곧 미군 주둔한 지역이어서 주민들의 거부감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원래 있던 곳이니까'하고 말입니다. 우리가 두려워하거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런 부분이죠."

- 전면재협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전면 재협상은 당연합니다. 한반도 정세가 달라졌는데 제대로 이것을 점검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동안 군의 일방적 발표, 정부의 일방적 발표만 있었어요. 민간도 참여하고 학자들도 참여해서 종합적으로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우리 내부에서 제대로 평가를 해야죠. 군사 규모나 경제 규모, 북의 의도, 앞으로 어느 정도 군사비 지출을 하고,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할지 등을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어요. 그것을 새롭게 논의해야 합니다."

- 지난 6월 8일 롤리스 미국 협상대표단 단장이 "기지 이전을 빨리 합의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위험이 무엇이 될지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는데.
"지금 미국이 당근과 채찍을 구사하고 있어요. 그런 위협 발언이 채찍이고 북에 대해 북핵이 타결됐을 때 어떤 큰 선물을 준비할지 모른다고 하는 것이 당근이죠. 한반도에 살고 있는 공동체에 굉장히 자존심 상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과거 관점에서 한반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반도 상황이 바뀌었어요. 미국도 바뀌어야 합니다. 물론 우리가 바뀌어야 그들도 바뀌겠지만 말입니다."

- 평택 주민들의 의견이 FOTA 회의에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안되고 있다면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반영되고 있지 않다고 봅니다. 항상 그랬듯이 말입니다. 일단 우리 정부에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데 미국과의 협상테이블에 지역 주민의 의견이 올라가기는 힘들죠. 일단 우리 정부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봐요. 우리는 국가주의 사회에서 시민사회로 넘어가고 있어요.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런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아직도 국가주의적인, 권위주의적인 모습으로 얼마 간 당근을 내주면서 밀어붙이는 방침은 바뀌어야 합니다. 아직 요원한 일이지만요."

- 평택 시민들의 주장에 다른 지역 시민들은 그다지 호응이 없는 듯 하다.
"대체로 지역 문제로 폄하되고 있어요. 그래도 미군 기지와 관련된 지역 싸움이 여러 곳에서 있었습니다. 현재 기지가 있는 여러 지역 주민들이 연대하고 있으니까 그것만이라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모든 시민들이 다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죠."

정태춘씨는 군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태춘씨는 군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형준
"한반도는 이제 군축 논의를 시작할 때"

- 용산기지 이전 이외에도 군축을 주장하고 있는데.
"지금이 바로 한반도 군축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라고 봅니다. 최근의 한반도 상황, 미군의 재배치와 이라크 파병, 양심적 병역거부, 한국 정부의 국방력 강화, 이 모든 일련의 사태들이 그 안에서 풀려야 된다고 봅니다. 한반도에 과연 어느 정도 군비가 필요한가, 이 긴장관계가 전혀 해소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북한의 경제난과 남한의 복지부재 문제와 군축 문제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저는 이런 문제를 다룰 때가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 군축에 대한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첫째로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휴전상태에 있는 나라이고, 둘째로 남한의 군사 구조가 육군이 지나치게 비대하고, 정보는 거의 미군이 전담하는 상황으로 불균형 상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휴전 상태라는 것은 정전으로 갈 수 있는 하나의 다리입니다. 정전과 평화협정으로 갈 수 있는 전 단계라 할 수 있죠. 최근 남북간의 논의나 대화 교류, 분위기를 봤을 때 긴장보다는 평화체제로 이행하기 전단계의 분위기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지금이 심리적으로도 군축을 이야기할 상황입니다. 남북 간 군사비교로 보더라도 꼭 남한이 군사를 축소하기보다 증강하지 않는 쪽으로라도 정책방향을 잡을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남한이 군축을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방비가 복지비로 전환되는 게 그리 크지는 않겠지만 그런 방향 전환을 통해서 군사비가 최우선시 되던 그런 관행들을 정리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군사비와 국방 관련한 성역을 허무는 거죠. 그 밖에 중요하게 변해야 할 것은 우리 시민들이 갖고 있는, 미군의 절대성에 대해 맹목적인 신뢰입니다. 미군이 한반도 뿐 아니라 동북아 안정에 기여한다는 맹목적인 군사 신뢰가 깨져야 합니다. 그런 것들을 하나 하나 깰 수 있는 파도가 한반도의 군축 아니겠습니까? 이제 남-북-미 3자가 군축테이블에 앉을 때가 되었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언론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오산에는 미군기지라는 게 없습니다. 이것만이라도 언론이 나서줬으면 좋겠습니다. 오산에는 미군기지가 있은 적도 없고 지금도 없어요. 다 평택에 있습니다. 서탄면에 있는 기지를 오산기지라 부르는 거죠.서울에서 미군들이 평택으로 내려가다가 기지가 평택에 있는데 평택 다 들어가지 않고 오산 좀 지나면서 미군부대로 들어가니까 그냥 오산기지라 해버린 것이에요. 쓰기도 좋잖아요, 오산(Osan). 평택 쓰려고 해봐요. 그렇게해서 생긴 명칭을 그대로 수용해서 공식화했어요. 이 문제는 다른 지역 주민들이 평택 기지 문제를 이야기할 때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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