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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워하는 부시의 친구들

국민들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강행했던 미국과 파병 관련국 지도자들 역시 의석 상실, 지지도 추락이라는 시련 속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각국의 철군 결정과 이라크 전이 엉터리 보고에 의존한 것이었다고 발표한 미 상원의 발언 등으로 부시의 재선가도에 안개가 끼기 시작한 것은 오래다.

영국의 블레어는 잘못된 대량살상무기 정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야당의 사퇴요구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호주의 존 하워드도 허위 정보 주장에 대한 야당의 사과 요구를 받고 있으며, 스페인은 이미 정권교체가 되었다.

가을 총선을 앞둔 폴란드는 반미 여론이 70%에 이른다고 한다. 이탈리아도 높아지는 반전여론에 당황스러워 하는 등 이라크 파병이 각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쇠퇴로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르니 부시와의 동맹은 ‘필패’라는 말이 들릴 정도이다.

'파병=필패'의 쓴 잔을 마신 고이즈미

진작부터 파병을 노골적으로 주장했던 일본의 고이즈미도 ‘부시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얼마 전 실시한 참의원 선거에서 고이즈미는 패배했고, 지난 21일자 일본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집권 이래 최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 나라의 각 언론들은 집권 초기 높은 지지율을 자랑했던 고이즈미 정권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이유를 분석했다. 대체로 다음과 같이 국민연금과 이라크 파병 결정을 악재로 꼽았다.

<한겨레> 일 자민 50여년만에 ‘실권 먹구름’
-파병·연급개정안 등 ‘심판론’역풍탓, 7월 13일

<동아> 자민당 '판정패'-국민연금법 강행 처리
-이라크 다국적군 파병 등으로 고전 7월 12일

<중앙> 고이즈미 총리 지지율 집권후 최저 기록
-이라크 파병 등에서 기인했다고 분석, 7월 21일

<문화> 연합국 지도자 `정치적 곤경`-일본 자위대의
이라크파병과 다국적군 참가결정이 큰 요인, 7월 12일

<세계> 日 고이즈미 참패
-이라크 파병·국민연금법에 국민의 60∼70%가 반대, 7월 13일


조선만의 독특한 분석

대부분의 신문이 고이즈미 패배의 한 이유로 파병을 들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도 NHK에 나와 “이번 선거 패배는 연금제도와 이라크 다국적군 참가에 대한 비판”이라고 패배 원인을 시인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어 “연금개혁과 다국적군 참가 결정 등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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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정치에 환멸’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일본 총선을 분석한 조선일보 7월 13일자. 다른 신문과 달리 '파병'에 관한 내용만 쏙 빠져있다.
포퓰리즘 정치에 환멸’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일본 총선을 분석한 조선일보 7월 13일자. 다른 신문과 달리 '파병'에 관한 내용만 쏙 빠져있다. ⓒ 조선닷컴
그러나 ‘할 말은 한다던’ <조선일보>만은 당사자도 인정하는 패배 원인에 대해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이, 유독 독특한 시각으로 일본 참의원 선거를 분석하고 있다. 파병 관련 내용은 쏙 빼놓은 채 ‘포퓰리즘 정치에 환멸’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일본 언론이 파병을 패배의 한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독특한 시각이다.

<조선> 고이즈미 신화 끝?
- 선심정책·北風 동원하고도 선거 패배, “포퓰리즘 정치에 日국민들 환멸느껴”, 7월 12일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도 걸핏하면 '포퓰리즘'이라며 비난을 일삼던 <조선일보>는 일본 고이즈미의 정책도 '포퓰리즘'이라며 몰아붙인다.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 2차례의 방북을 한 것에 대해 북풍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과연 고이즈미 정권은 선심성 정책을 동원하다가 국민의 환멸을 사 패한 것일까.

고이즈미의 파병을 칭찬했던 조선일보

지난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고이즈미의 파병이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실천하는’ 것이라며 한껏 고이즈미를 치켜세우며 한국도 일본을 본받아 파병을 강행하라는 주장을 폈었다.

실제 엊그제 여론조사에서도 일본 국민 과반수가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그런 여론과 좌파의 반발을 헤쳐가면서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실천하는 데 정권의 사령탑인 고이즈미 총리가 앞장을 서고 있다.
<조선일보 6월 17일자 [사설] 서울과 도쿄가 세계 정세를 읽는 법 中>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밀어붙인 고이즈미를 '포퓰리즘' 정치라 분석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대부분의 일본 언론을 비롯한 언론들은 고이즈미의 독불장군식 파병결정이 문제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바로 얼마 전에 했던 주장을 잊어버린 것인가.

<조선일보>는 그가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할 때는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지도자로 한껏 치켜세우더니 막상 국민의 심판을 받자 '포퓰리스트'로 선심성 정책이나 남발하는 정치인으로 폄하시키고 있다. <조선일보>의 이런 모습을 보면 이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

파병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부를 뿐

이제 겨우 집권 1년을 넘긴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도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는 각종 정책의 실패에 대한 반감도 있겠지만 평화와 개혁을 바라던 사람들의 믿음을 배반하고 파병을 강행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어느 나라이든 파병을 하면 국민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그렇다면 왜 <조선일보>는 일본의 선거결과를 독특한 시각에서 분석한 것일까. <조선일보>가 후천성 기억력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바로 한 달 전에는 고이즈미를 신념과 미래를 바라보는 지혜를 가진 정치인으로 치켜세우더니 선거 후 한낮 '포퓰리스트'로 격하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미국과 함께 파병을 강행했던 정치인들이 줄줄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고 어떻게든 파병을 강행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조선일보>가 아무리 사실을 숨기려 해도 파병은 결국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부를 뿐이다. 조국의 도움을 간절히 호소하던 사람이 시체가 되어 돌아와도 여전히 국익을 말하며 파병을 은근슬쩍 진행시키려 하는가.

고 김선일씨를 납치했던 무장 단체에 의해 피랍된 필리핀 노동자는 파병철회 여론을 등에 업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필리핀이 성공한 철군을 우리는 못해서 쩔쩔매고 있다. 필리핀이 파병철회를 결정한 것은 필리핀 민중의 힘도 있지만 필리핀 언론의 공정한 보도도 한 몫 차지했다고 한다.

<조선일보>가 계속해서 은근슬쩍 파병을 진행시키려고 한다면 <조선일보>가 맞이할 결과는 자명하다. 우리의 금쪽 같은 젊은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죄로, 결국에는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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