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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와 박석운 국민행동 운영위원장이 23일 오전 이라크파병 결사저지 각계 대표 10만 릴레이 단식농성장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와 박석운 국민행동 운영위원장이 23일 오전 이라크파병 결사저지 각계 대표 10만 릴레이 단식농성장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등 고랑에서 연신 땀이 흘러내리고, 팔뚝과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도록 숨막히는 더위…. 10년만의 무더위가 예상되는 가운데, 목숨걸고 이라크 파병반대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23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이라크파병 결사저지 각계 대표 10만 릴레이 단식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박석운 국민행동 운영위원장 등 대표단 10여명은 이날부터 시작되는 단식농성에 무기한으로 참석하며, 그밖에 일반인들에게는 한끼 단식·하루 단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대연 민중연대 정책위원장은 사회단체 원로 및 대표, 파병반대 실천단 소속 대학생 등 약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 선발대가 8월초 이라크로 간다"며 "침략전쟁에 이 나라의 젊은이들을 내보낼 수 없어 이 더위에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 염천에 파병반대 단식투쟁을 하기 위해 사회단체 대표들이 모였다"며 "우리는 사람을 쏴죽이고 나라를 파괴하는 전쟁터에 젊은이들을 보내 전범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 의장은 "노무현 정부는 한미동맹으로 국민들에게 사기 치지 말라"며 "인류사에서 서로 죽이고 죽는 보복의 악순환이 벌어지게 됐다"고 개탄했다. 오 의장은 "파병반대운동에 언론도 동참해달라"고 호소하고 "이라크에서는 이미 1만여 명 이상의 민중들이 죽었다"고 주장했다.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23일 오전부터 파병저지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23일 오전부터 파병저지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삭발, 무기한 단식... 폭염 속 목숨을 걸다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1만 명의 당원과 지도부와 함께 목숨을 건 단식투쟁에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며 "진정으로 국익과 애국이 뭔지 전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맘을 바꾸도록 항쟁하는 마음으로 단식투쟁을 벌인다"고 덧붙였다.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는 "99년말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해 53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바 있지만 지금 몸 상태로 과연 얼마나 단식을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눈을 감고 비장한 목소리로 단식에 임하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는 이날 함석헌 옹의 '님이 가신 길'이라는 시를 읊으며 "이 시로 지금 심경을 대신한다"고 밝혔다.

이종린 범민련 명예의장도 발언에 나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말하겠다"며 "조금이라도 민족적 양심이 있다면 파병을 철회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10만 릴레이 단식농성에 돌입하며'라는 회견문을 읽으며 "국민 여러분들께 간절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한다"며 "파병저지를 위한 10만 릴레이 단식농성에 동참해 국민의 힘으로 파병을 저지시키자"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회견문에서 "파병국가들이 속속 철군을 결정하고 추가파병을 백지화하고 있는데 왜 노무현정부는 파병을 철회하지 않느냐"고 문제제기 한 뒤 "피랍된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미국의 협박을 물리치고 철군시키는 마당에 무엇을 바라고 파병을 강행하려고 하느냐"고 개탄했다.

이들은 "제2, 제3의 김선일이 생겨나고 자이툰부대 500명이 희생당하는 것은 감수한다는 망발은 국민의 생명을 죽음의 늪으로 몰아넣는 것"이라며 "이것이 정부 여당의 철학이자 한미동맹의 실체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이라크전쟁과 점령은 정당화 될 수 없다"며 "이라크를 이라크 민중들에게 돌려주는 것만이 평화의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잘못된 전쟁을 끝내고 파병을 저지하기 위해 온 국민이 나서야 할 때"라며 "인간의 생명과 양심을 지키기 위해 우리 국민은 역사적인 거대한 행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학생실천단이 23일 파병을 강행한 노대통령 비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학생실천단이 23일 파병을 강행한 노대통령 비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누구 하나 죽어나가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소속 대학생 6명은 기자회견 장소 옆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비굴하게 머리 숙이고 있는 장면'을 퍼포먼스로 보여주면서 현정부의 이라크파병 결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직후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와 박석운 국민행동 운영위원장은 삭발식을 갖고, 10여명의 대표단과 함께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집회 뒤, 국민행동의 한 관계자는 무더위 단식농성 강행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누구 하나 죽어나가야 이 정부가 파병을 중단하지 않겠느냐"며 비장한 각오를 전달했다.

국민행동측은 "10만 릴레이 단식농성에 참석하려면 www.antiwar.or.kr로 접속해 문의하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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