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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진보적 일간지 가디언이 '인터넷의 팔방미인 뉴스게릴라들(Hacks of all trades)'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오마이뉴스의 독창적인 시민기자 모델을 소개했다.

가디언은 22일자 온라인 섹션에 게재된 기사에서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 모델과 오마이뉴스가 한국의 정치지형변화에 미친 영향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시민기자 모델이 서구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관심을 보였다.

신문은 정치에 관심 많은 서구의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블로그와 시민기자 모델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오연호 대표는 시민기자가 되어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면 블로그에 비해 훨씬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으며 전문 편집 기자들이 팩트를 확인하고 오자를 수정해 미려한 편집을 해주기 때문에 네티즌들이 흥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또 이미 많이 알려진 시민기자 모델 외에 탄핵반대시위 같은 정치적 이슈의 인터넷 생중계, 활발한 독자의견란, 주간지 발행 등 각 매체가 상호보완 작용을 하는 오마이뉴스의 다채로운 멀티미디어 기능도 또 하나의 중요한 성공요인이라는 오마이뉴스 측의 설명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신문은 보수적인 기성 미디어에 대한 독자들의 광범한 실망, 75%에 이르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그리고 동질적인 사회구성 탓에 몇 가지 이슈에 쉽게 휩쓸리는 사회분위기 등이 한국에서 시민기자 모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는 오연호 대표의 시각을 소개하고 일본처럼 한국과 유사한 환경을 지닌 나라가 오마이뉴스가 성공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사를 작성한 잭 스코필드 기자는 이미 많은 기성매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영국의 경우 오마이뉴스 같은 매체가 절실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라크 전 당시 부시 행정부에 편향적인 보도일색으로 기성매체들이 독자들의 큰 공분을 산 미국의 경우 오마이뉴스 같은 대안매체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지적하고, '미국판 오마이뉴스'가 이라크전이라는 좋은 기회를 놓친 것에 아쉬움을 표명했다.

가디언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저팬 타임스>에 한국의 매춘부에 대한 선정적인 기사를 기고해 한국민의 공분을 자아낸 프레드 바코 기자를 빗발치는 한국 내 여론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신문사측이 해고해 한.일간 외교분쟁으로 비화하기도 했던 사건의 중심에 오마이뉴스가 있음을 소개한 바 있다.

또 노대통령의 취임식을 전후해서는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 로그인을 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친 네티즌 파워의 핵심으로 오마이뉴스를 지목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아래는 가디언 기사 전문번역.

ⓒ Guardian

인터넷의 팔방미인 뉴스게릴라들(Hacks of all trades)

3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기자로 활동하는 인터넷 매체가 한국에 있다. 이런 언론형태가 영국에서도 가능할지 잭 스코필드 기자가 취재해 보았다.


거대 언론사주 루퍼트 머독과 맞장 뜨고, 다음 총선결과도 좌우하며, "언론의 미래"라는 칭송을 듣기도 하는 매체를 영국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여기 있다. 무모한 주문으로 들릴 지 모르지만 오마이뉴스를 창간한 오연호 대표는 이미 한국에서 그와 같은 성취를 이루어 냈다.

오연호 대표는 올해 여름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 총회에서 그의 경험을 발표했고 이후 영국과 미국 등지를 방문하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한국에서 가능했다면 다른 나라에서 안될 이유가 무엇인가?

오마이뉴스가 특별한 것은 '모든 시민이 기자'라는 컨셉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선택 받은 소수만이 기자가 되는 세상은 끝났다. 오연호 대표의 말이다. "당초 727명의 시민기자로 출발한 오마이뉴스에 지금은 3만3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사를 쓰고 있다. 그 중 약 1만7천명은 적어도 한 번 이상 기사를 송고했다."

독자들 사이에서 오마이뉴스의 인기는 엄청났다. 오마이뉴스 독자들은 기사에 수 십 만개에 달하는 독자의견을 달고 있으며 각 의견에 대해 추천이나 반대 버튼을 누를 수도 있다. 오마이뉴스는 "강의로서의 뉴스"가 아니라 "토론으로서의 뉴스"로 뉴스의 모습을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창간 이전부터 이미 연륜을 쌓은 기자였던 오연호 대표는 미국 리젠트 대학에서 유학 중에 석사 논문을 쓰면서 오마이뉴스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그는 서울로 돌아와 2000년 2월 22일 오후 2시22분에 오마이뉴스를 창간했고 오마이뉴스는 곧 한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중 하나로 성장했다. 지난 2월 창간된 영어판 오마이뉴스가 비슷한 성공을 할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문제이지만 이것이 대중매체의 미래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기자는 오연호 대표와 민경진 국제사업팀장이 터키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떠나기 전, 영국의 한 호텔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는 영국 외무부에서 주선하고 배석했고 오마이TV 카메라맨이 전체 내용을 촬영했다. 내가 그들을 인터뷰 하는 만큼이나 오마이뉴스 기자들 역시 기자를 인터뷰 해 영국 미디어 시장의 현황을 알아보려는 것으로 보였다. 오연호 대표의 말이다.

"다른 무엇보다 나는 오마이뉴스 같은 매체가 다른 나라에도 창간되는 것을 보고 싶다. 우리가 오마이뉴스를 창간한 것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참여 저널리즘'이라는 우리의 철학을 전파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넷의 탄생으로 이제 언론지형을 바꾸어 볼 수 있게 됐다. 21세기에는 모든 사람이 원하는 때 기자가 될 수 있으며 누구든 기사를 써서 다른 이들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비즈니스 모델을 수입할 의사가 있는 나라들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것 역시 반가운 일이다."

민경진 팀장이 오마이뉴스가 지난 4년간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있다고 판촉을 하고 나섰다. "단순히 소프트웨어만을 파는 것이 아니다. 컨설팅 서비스와 함께 패키지로 판매하고자 한다. 만약 오마이뉴스 같은 인터넷 매체를 창간하고자 한다면 이미 검증되고 테스트를 마친 소프트웨어가 있다. 이 소프트웨어에는 오마이뉴스의 많은 노하우가 담겨있다."

물론 서구의 많은 사람들은 이미 시민기자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들을 블로거라고 부른다.

"블로그와 시민기자는 많이 다르다. 사람들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하는 것은 수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인 기사로 채택되면 때로 조회수가 10만을 기록할 때도 있다. 만약 유명해지고 싶다면 여기가 바로 그곳이다."

시민기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기사를 쓰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원고료는 적은 수준이다. "메인 기사로 채택되면 2만원, 미화로 약 17달러를 받는다”고 터키에서 행한 연설에서 오연호 대표가 밝힌 바 있다.

"시민기자들이 자신만의 기사를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전문적인 기자들이 솜씨 있게 편집해주는 것 또한 즐긴다. 오마이뉴스는 블로그와 신문의 장점을 두루 갖춘 매체다. 우리는 네티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기사 밑에는 의견을 달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어떤 이슈에는 무려 8만5천여 개의 독자의견이 달린 적도 있었다. 그 기사는 한 시민기자의 제안에서 시작되었고 시민들은 여기에 또 독자의견을 쓴다. 따라서 이것은 대량의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독창적인 방식이다."

물론 대단히 많은 주목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리고 광고주들이 좋아하는 것은 바로 이 대량의 주목이다.

오마이뉴스와 다른 블로그들의 중요한 차이 중 하나는 이것이 전문적인 수준의 편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경진 팀장의 말이다. "시민기자가 기사를 쓰더라도 전문 편집기자들이 다시 솜씨 있게 편집을 한다." 상근기자들은 기사의 팩트를 확인하고 오자를 고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팩트 확인을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느냐는 물론 또 다른 문제다. 심지어 미국의 권위지들마저 거짓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아무라도 기사를 쓸 수 있게 허락한다면 자칫 해묵은 원한을 해소한다든지 아니면 제품 홍보를 원하는 회사에 악용 당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강령'에서 "홍보회사나 마케팅 부서에 근무하는 시민기자들은 독자에게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강령은 또 표절이나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 전적으로 시민기자 자신에게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법정소송으로 번진 기사는 아직 소수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

"약 70%의 시민기자들이 주변의 사는 이야기를 쓴다. 다른 시민기자들은 사회. 정치적인 이슈들을 쓰고 때로 경제기사를 쓸 때도 있다"고 오연호 대표는 말한다. 민경진 팀장은 "오마이뉴스에 대한 서구 언론인들의 잦은 오해가 어떻게 시민기자들이 전문기자들처럼 기사를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 정도 수준의 전문적인 기사를 쓸 수 있는 시민기자들은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다행히도 시민기자들이 그런 전문적인 기사를 써야 되는 것은 아니다. 또 그것이 오마이뉴스가 원하는 바도 아니다.

"오마이뉴스의 첫 번째 컨셉은 모든 시민이 기자라는 것이다. 우리의 두 번째 컨셉은 기존의 뉴스 형식을 파괴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시민기자들에게 '당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기사를 쓰라. 만약 그게 당신에게 편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제발 전문기자들의 스타일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35명에 이르는 오마이뉴스의 상근기자들은 전문 언론사의 적절한 장비와 지원이 따르지 않고서는 시민기자들이 쓰기에는 버거운 기사들을 작성한다. 하지만 오연호 대표는 오마이뉴스 전체기사의 약 80%를 시민기자들이 기고하고 있으며 상근기자의 약 80%가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였다고 지적한다.

오마이뉴스의 조사에 따르면 시민기자들은 압도적으로 남성 편향이고(76.6%), 대부분 젊어서 약 40%가 20-29세이다. 직업별로는 학생들의 비중이 가장 크고(19.7%), 사무직(15.5%)과 언론인(7.1%) 그 뒤를 따른다. 오마이뉴스에 젊은 기자들이 많다는 사실과 그가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기에 오마이뉴스가 노무현 대통령의 성공적인 대선을 심층 취재한 것 사이에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을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대선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성언론이 오마이뉴스의 영향력을 간과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오마이뉴스가 성장함에 따라 다른 매체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민경진 팀장의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 측면에만 관심을 기울이지만 사실 오마이뉴스에는 다른 장점들도 많이 있다. 우리는 인터넷 방송, 인터넷 라디오 외에 문자 생중계도 하고 있으며 주간지도 발행한다. 따라서 우리는 멀티미디어 매체로서 다양한 매체가 서로 보완을 하는 구조다. 특히 인터넷 생중계의 위력이 엄청나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에 항의해 서울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를 10시간 가량 생중계 한 적 있는데 독자들은 생중계 내내 모니터에 붙어 살았고 독자게시판은 나중에는 거의 채팅 창처럼 변해버렸다."

"시민기자들은 이제 방송기자도 될 수 있다. 얼마 전에 시민앵커뉴스를 시작했다. 우리가 선발한 시민앵커들이 20분 가량 뉴스를 진행한다." 오연호 대표의 말이다. 오마이뉴스는 카메라 폰에서 전송하는 사진들 역시 기사로 채택할 예정이다. 민경진 팀장은 "한국의 거의 모든 10대와 20대들이 카메라 폰을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것 역시 오마이뉴스가 시도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다. 내년에 우리는 제3세대 언론을 실현할 계획이고 멀티미디어는 이 계획에 있어 핵심 요소"라고 지적한다.

오마이뉴스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오연호 대표는 한국의 보수적인 주류언론에 대한 실망감과 탁월한 인터넷 환경을 성공의 이유로 꼽는다.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75%에 이른다. 또한 좁은 국토에 동질적인 사회환경 역시 한 몫 했다. 오연호 대표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나라 전체가 몇 가지 이슈에 순식간에 쏠리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이 말은 일본 같은 나라가 오마이뉴스 스타일의 매체를 시도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사실 '잔잔'이라는 인터넷 매체가 이미 일본에 있다. 오연호 대표는 '잔잔'이 아직은 성공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한다.

영국이나 미국처럼 이미 다양하고 다채로운 매체를 선택할 수 있는 나라에서도 오마이뉴스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을까? 기자는 그 가능성에 회의적이지만 오마이뉴스를 <산호세 머큐리 뉴스>에 처음 소개한 기자이자 온라인 매체 전문가인 댄 길모어는 낙관적이다. "나는 오연호 대표와 그의 동료들이 이룩한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 블로그 같은 1인 미디어가 이미 번창하고 있는 등 미국의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나는 오마이뉴스 같은 매체가 이곳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판 오마이뉴스의 가장 좋은 기회는 이미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이라크 전 당시 미국의 기성 미디어에 대해 엄청난 좌절감이 팽배했고 이런 분위기는 오마이뉴스 같은 대안매체가 성공하기에 좋은 토대를 제공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신 블로그 사이트가 급증했고 가디언 처럼 미국 밖에 있는 매체가 덕을 보았다.

하지만 종종 남의 나라에 진출해 모험행각을 일 삼고 정치적 추문도 심심찮게 발생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성향을 생각해 보면 머지 않아 또 다른 기회가 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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