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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지기 2000 휘날레 (통일전망대)
국토지기 2000 휘날레 (통일전망대) ⓒ 서상훈
어떤 단체의 후원이나 도움도 없이 우리 힘만으로 행사를 치르려고 하니 어려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주위의 친구들도 불가능한 일이니 포기하라는 말 뿐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우리들의 열정과 의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회장, 총무, 기획 등 집행부를 구성하고, 오리엔테이션을 가진 후, 7월 12일 드디어 대장정의 첫발을 내디뎠다. 한달 남짓의 준비기간, 100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손에 쥐고 우리는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땅끝마을에서 해돋이를 보며 안녕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고 일정을 시작하였다. 첫째 날부터 부상자가 속출하였다. 여성이 과반수를 넘는 모임의 구성상 예견된 일이었지만,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걷기에 익숙해지면서 하루 40Km의 강행군도 너끈히 소화하였다. 지리산 등반을 고비로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일정 중에 장기자랑, 노예팅, 물놀이 등 이벤트 시간도 가졌는데 누적된 피로를 풀고 회원단합을 위한 유익한 시간들이었다.

1999년 제1회 국토지기 출범식 (해남 땅끝마을)
1999년 제1회 국토지기 출범식 (해남 땅끝마을) ⓒ 서상훈
순수 대학생들의 모임이다 보니 모든 것이 부족한 우리들은 각 지역을 지날 때마다 관공서, 농협, 할인마트 등에 도움을 청하였다. 많은 고마운 분들이 쌀, 식수, 음료수, 라면, 간식 등을 제공해 주셨다. 또한 경찰관 아저씨들은 교통정리를 해주셨고, 119 구급대 아저씨들은 행진 뒤에서 우리들을 에스코트하며 부상자들을 돌봐주셨다. 이 지면을 빌어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경기도를 지나 우리의 종착지인 임진각을 하루 앞둔 날, 며칠간의 폭우로 도로가 통제되면서 우리들은 일정을 마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가운데 해단식을 가졌다. 모든 이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정든 이들과의 헤어짐을 아쉬워 하는 눈물, 임진각을 목전에 두고 가지 못하는 허무함의 눈물, 자기 자신을 이겨냈다는 기쁨의 눈물,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들만의 국토대장정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999년 국토지기 도로행진
1999년 국토지기 도로행진 ⓒ 서상훈
그로부터 1년 뒤인 2000년 여름, 새로운 얼굴들로 구성된 2기 국토지기들은 천재지변으로 완주하지 못했던 1기들의 염원을 실현시키며 해남 땅끝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코스를 완주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매년 여름 행사가 이어져 올해는 114명의 6기 국토지기들이 7월 4일 해남 땅끝마을에서 출발해 8월 1일까지 하루 평균 26㎞의 강행군을 하면서, 장흥~보성~지리산~김천~상주~영월~속초 등을 거쳐 통일전망대까지 총 720㎞에 달하는 종주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국토지기에는 또 하나의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그것은 바로 특별한 참가자도 함께할 수 있는 " 엽기적인 국토순례단 “ 이라는 점이다. 99년 1기 때는 평발로 군대 면제를 받은 회원이 자신의 의지를 시험해 보고자 평발인 사실을 숨기고 행사에 참가해 첫날부터 끝날 때까지 쩔뚝거리며 걸어서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고, 또 한명의 여성 회원은 다리깁스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참가신청서를 낸 후 깁스를 푼지 이틀 만에 행사에 참가해 우리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1999년 국토지기 빗속행진
1999년 국토지기 빗속행진 ⓒ 서상훈
2001년 3기 국토지기에도 특별한 회원들이 있었다. 몸무게가 120Kg이나 나가는 남성 회원은 출범식을 치른 직후부터 발목과 무릎에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하였고 이틀째엔 허벅지 안쪽이 심하게 헐어서 의사로부터 휴식을 취해야 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또한 듣고 말하지 못하는 여성 회원은 도로를 따라 걷는 국토순례의 특성상 위험요소가 많기 때문에 다른 회원들 모두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으며 무사히 완주하였다.

1999년 국토지기 눈물의 해단식
1999년 국토지기 눈물의 해단식 ⓒ 서상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한 여름 뙤약볕 아래, 때로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한발 한발 내딛고 있을 국토지기들의 힘찬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는 국토지기 모두를 사랑하며, 힘들고도 즐거웠던 20세기 마지막 여름의 추억과 21세기에 펼쳐질 국토지기만의 역사책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그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휴먼다큐멘터리이기 때문이다.

젊음이 있기에 도전이 있고!
도전이 있기에 국토지기가 있다!!

국토지기 2000 행사 완주기념 회장 헹가래
국토지기 2000 행사 완주기념 회장 헹가래 ⓒ 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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