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애완식물로 사랑 받고 있는 벌레잡이식물이 전시되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2004 세계 벌레잡이식물 박람회'라는 이름으로 서울대공원 장미원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박람회는 벌레잡이식물 가운데 100여종 1500여점의 멸종위기에 놓인 희귀 식충식물들만 골라 전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벌레잡이식물은 파리나 모기 등 작은 벌레부터 잠자리, 개구리, 도마뱀, 심지어는 소동물인 들쥐까지 먹이로 삼는다 하여 '육식식물' 또는 '식충식물'이라 불리기도 하며 이들은 지구상에 모두 600여종만이 존재한다.
전시되고 있는 식물들은 0.5㎝의 작은 식물에서부터 수십㎝에 이르는 큰 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그 동안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식물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마니아들이나 학계의 관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네펜데스'라는 종이다. 국내 최초로 공개된 '네펜데스'는 지구상 식물 중에서 가장 큰 동물을 잡아먹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먹이통의 길이만 30㎝에 달한다. 박람회장에는 실제로 '개구리'나 각종 곤충들을 잡아먹은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벌레잡이식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서울대공원은 매일 2회에 걸쳐 '식물설명회 및 먹이주기 시연회'를 실시한다.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열리는 이 설명회를 통해 식물 종류별 잡아먹는 방법 및 살아가는 환경, 기르는 요령 등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관람객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야외에서 열리는 박람회이다 보니 실제로 식물들이 벌레를 잡아먹는 모습을 관찰하기 어려운데 설명회에 참가하면 그 광경을 직접 볼 수 있으며 설명을 꼼꼼히 듣는 관람객은 직접 식물에게 벌레를 줄 수 있는 '행운'도 함께 맛볼 수 있다.
행사장에는 춤추는 식물 '무초'가 함께 자리잡고 있는데 "'아기염소' 노래에 춤을 잘 춘다"고 하니 '무초' 앞에서 노래 한 곡 뽐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편 고대 로마시대로부터 내려오는 식물 기르기의 한 방법인 '토피어리(topiary)' 작품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행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한국토피어리협회가 진행하는 이 행사는 하루 두 차례에 걸쳐 초등학생을 동반한 가족에 한하여 참가할 수 있다.
박람회장에는 벌레잡이식물과 각종 토피어리 작품, 다양한 연꽃, 이색식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대공원이 8월 말까지 매일 밤 10시까지 동물원 야간개장을 하고 있어 여유롭게 대공원 관람까지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