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말이면 배낭 하나와 사진기를 메고 산을 찾는다.
뜨거운 여름에 무슨 등산이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떠나는 주말여행은 내게 새로운 일주일을 준비하고 지난 시간을 마무리하는 일종의 휴식인 셈이다.
기차를 타고 또 버스를 타고 떠나는 배낭여행은 언제나 새롭다. 오랫동안 우리 강산을 돌아다녔지만 언제나 내가 가는 곳은 새로운 곳이다. 설사 이전에 갔던 곳이라 할지라도 계절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겨울에는 눈 덮인 모습으로, 봄이면 새파란 새싹과 화사한 들꽃들이 반기며, 한 여름이면 여름의 모습으로, 또 가을에는 빨간 단풍든 모습으로 말이다.
비 내리는 날 산하 풍경은 화창한 날의 모습과는 또 다른 정겨움으로 다가온다. 비를 맞아가며 시골길을 걷는 즐거움 또한 어릴 적 흙탕물에서 뛰어놀던 그때 그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지난 주말에는 충청남도 공주의 마곡사를 찾았다. 아침 일찍 서울을 떠나 고속버스를 타고 공주 시내에 내렸지만 마곡사로 가는 버스를 타지 못했다. 무려 한 달 전부터 이 지역의 버스들이 모두 파업을 해서 버스 운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시내버스의 파업으로 여행은 일정보다 많이 늦어지고 예상했던 비용보다 더 들었다. 이렇듯 여행에는 언제나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생기게 마련이다. 내 배낭의 맨 아래쪽에는 항상 점퍼와 겉옷이 넣어져 있는데, 이 때문에 배낭이 필요 이상으로 무겁기도 하지만 갑자기 변하는 날씨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우리의 삶도 여행과 같으리라. 예기치 않은 일들이 순간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 순간을 그저 당하기만 하는 입장이 아닌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준비성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겠다.
뜨거운 여름 산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만나게 되는 풍경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싱그러움'이다. 푸른 산록의 색깔은 뜨거운 햇살에 더욱 푸르게 빛나고 나뭇잎 사이로 비쳐지는 햇살은 개울의 물 속에까지 비쳐져 물속 갈겨니의 움직임을 자세히 볼 수 있게 해준다.
배낭을 메고 한참을 걷다가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에 바위에 앉으면 땀으로 범벅이 된 등살의 축축함이 느껴진다. 그럴 때면 금방이라도 웃옷을 벗고 물 속으로 뛰어들어가고도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저 손과 얼굴을 씻는 것만으로 잠시 더위를 날려 보낸다.
뜨거운 여름 배낭을 메고 산을 찾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찰나가 보여주는 자연과 날씨의 절묘한 만남 그리고 그곳의 주인들이 살아가는 자연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