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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 안그라픽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사찰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해당 여행지의 유래와 사찰 건물들의 건축학적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도록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전국의 사찰을 6개의 가람 건축학적 주제로 묶어서 설명해 주고 있는데 자연과 어우러지는 사찰의 건축 예술을 찾아 떠나려는 여행자들에게 훌륭한 정보를 주고 있다.

'절로 가는 길’ ‘넉넉함: 원융회통의 건축적 표현’‘멋스러움: 가람에 담긴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 등의 주제별로 구분된 전국의 사찰 건축을 너무 길지 않은 설명으로 소개 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 방식은 사찰을 찾는 여행객의 눈에 자연적으로 들어오는 대웅전의 전경뿐이 아닌 그곳 건물들 속에 숨겨진 역사적 유래와 가람의 전체와 건물의 일부분을 고루 살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사찰 건물의 문고리에 얽힌 이야기며 대웅전 앞 석탑에 얽힌 에피소드며 건물의 현판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까지 사찰을 바라보는 시선의 눈높이가 향상됨을 느끼게 해 준다.

또한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전국의 사찰들 중에서 가람의 배치와 사찰 건축물들의 유사성을 비교하고 소개함으로써 또 다른 여행지 선택의 기회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하겠다. 다음 사찰 기행 장소를 미리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그곳과의 비교할 부분이 어디인가를 머릿속에 남겨 놓게 한다.

저자 김봉렬 교수는 사찰의 객관적인 건축학적 사실과 역사적 유래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며 겸손하게 사찰설명에 부연하고 있다.

저자가 사찰을 찾아다니며 경험했던 다양한 에피소드가 사찰의 설명과 함께 실려 있다. 자연스럽게 에피소드와 각 사찰의 고유한 특징이 어우러져 소개되면서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관조 스님의 사진과 함께 해당 사찰을 쉽게 이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책 후미에는 저자 김봉렬 교수의 사찰 건축에 대한 짧은 글 두 편이 실려져 있다. <사찰건축,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와 <조선시대불교 건축의 구성- 그 통불교적 교리>라는 제목의 글이다. 본문의 내용과 비교하면 조금은 딱딱하고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사찰 건축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관점을 읽을 수 있다. 또 대웅전, 약사전, 극락전, 미륵전 등 사찰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건물 명칭들에 대한 짤막한 뜻풀이도 있는데 일반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은 내용이다.

<산사- 마음을 씻고 마음을 여는 곳>(이형권 지음/ 고래실 펴냄)

이형권의 <산사>는 앞서 소개한 김봉렬 교수의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우선 책의 부피가 다르며 설명하는 사찰에도 차이도 있다. 물론 두 권 모두에서 소개하는 사찰도 있지만 그 내용은 해당 사찰의 객관적 연혁과 유래를 제외하고는 접근 방법과 설명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함께 읽는 흥미가 있다.

<산사>
<산사> ⓒ 고래실
<산사>에서는 주로 그 사찰의 공간 배치와 사찰을 가는 입구, 그리고 사찰에 전해지는 다양한 유래를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사진과 함께 서술되는 내용이 조금은 길게 느껴지나 그 내용이 단순한 학문적 접근이 아닌 흥미로운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사찰 건축의 특성과 그 배경을 제외한 채 이야기 구조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사찰의 계단의 쓰임새, 가람의 공간적 배치를 통한 불교 의식의 승화, 자연과 가람의 유기적인 배치와 지혜 등 다양한 접근법을 통한 사찰을 설명해 주고 있다.

안양루로 오르는 계단 _ 불교에서 안양이란 극락세계를 뜻한다. 수많은 석축과 돌계단으로 오르는 부석사의 길은 한걸음 한걸음이 극락과 깨달음의 세계로 가는 길이다. 그 길의 성스러움을 돌계단의 상승감으로 표현했다.

- 부석사 안양루의 계단을 소개하는 글


* 피안의 경계가 어찌 먼 곳에 있으리 _ 개심사
* 무우전과 달마전은 매화꽃 향기에 취하고 _ 선암사
* 진리의 바다를 향해 떠나가는 배 _ 해인사
* 선묘낭자의 사랑이 깃든 뜬바위 절 _ 부석사
* 신라인이 꿈꾸던 불국정토의 세계 _ 경주 남산


저자는 각 사찰마다 수필 제목과 같은 부제를 달고 사찰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해당 사찰의 주요 건물과 건축적 상징성을 조그만 사진과 함께 본문 옆에 따로 캡션 처리를 하면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더불어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본문 내용과 유기적인 연관성을 제공하는 구성이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하게 한다.

사찰 기행을 통해 멋진 사찰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자 한다면 꼭 한번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의 관조 스님의 사진도 그렇지만 <산사>에 나오는 사진들은 사찰의 전체 풍경은 물론이거니와 사찰의 부분 부분의 조형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진들이 많이 실려져 있다.

가람의 전체를 보고 그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섬세함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내용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단순한 조형적 특성만을 보는 것이 아닌 그것들이 지니는 불교적 또는 건축학적 의의 나아가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함께 읽어내는 능력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옛 절의 고즈넉함과 가람의 풍경을 만나러 여행을 계획한다면 책상 앞에 앉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인터넷 정보도 좋지만 가까운 서점을 찾아 나와 다른 이들이 느끼고 경험했던 내용을 정리한 책을 읽어보는 수고를 하는 것도 좋으리라. 분명 그렇게 하면 더욱 오래도록 그 기억이 가슴속에 남아 있을 테니 말이다.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 개정판

김봉렬 글, 관조스님 사진, 컬처그라퍼(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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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그리고 조선중후기 시대사를 관심있어하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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