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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6월 반디에서 가진 홍수민 개인전(영상과 설치 작업)
ⓒ 대안공간 반디

"갤러리에 그림을 걸기 위해서 못을 쳐도 되나요?"

이 질문은 미술을 전공하고 자신의 작업을 준비하는 젊은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거리다. 그만큼 작품을 준비하는 작가나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에 있어 갤러리에서 작품을 배치하는 일은 작품을 만들기 전 미리 생각해야 하는 난관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있다.

바로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위치한 ‘대안공간 반디’가 그 중 하나다. 오염되는 않은 환경에서만 서식한다는 발광 곤충인 ‘반딧불이’에서 이름을 딴 ‘반디’는 1999년부터 2000년까지 1년간 부산 최초의 ‘대안공간 섬’(당시 광안리 아트타운에 위치)을 운영했던 멤버들 중 한 사람인 작가 김성연(40)씨가 다시 문을 연 젊은 작가들의 전시공간이다.

현재 대안공간인 ‘반디’의 모태가 된 ‘대안공간 섬’은 1999년도 당시 큐레이터 이영준씨, 고 이동석씨 그리고 작가 김성연씨가 의기투합, 부산지역 미술계에 처음으로 대안공간이라는 개념을 전달했으며 미술 이외의 장르인 건축과 만화와의 교류도 시도하는 등 지역 예술계에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편 김성연 작가(현 반디 대표)는 그 당시 젊은 미술인으로 이루어진 작가집단 ‘미디엄’에서 갤러리를 탈피한 전시를 하는 등 활발한 작업을 했던 젊은 작가의 대표 주자이기도 했다. 특히 1999년 4월 9일 부산 남천동 폐건물 사라토가에서 이루어진 미디엄 전시 ‘사적영역’은 2000년 월간미술 연감에 올해의 주요 전시로 수록될 정도로 진보적인 작가로 활동했다.

그러나 2000년 재정상의 문제와 공간유지의 어려움으로 대안공간 섬은 문을 닫게 되었고 이후 2002년 9월 김성연 작가는 자신의 개인 작업실을 개조, 사라진 대안공간 섬의 역할을 이어받은 ‘반디’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했다.

작가 중심주의와 전시공간의 특성화 추구

▲ 2003년 12월 반디에서 가진 <도시의 기억과 상상展>. 이 전시는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중인 39명의 작가들이 도시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가진 전시회였다.
ⓒ 대안공간 반디
대안공간 반디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작가가 기존 전시공간에 가지는 부담을 없앴다는 것이다. 우선 작가에게 작품을 전시하는데 있어서 공간의 활용을 완전히 일임했다. 이것은 작가가 전시장에 활용하는데 있어 전시 공간 훼손의 부담으로 인한 자유로운 창작을 저해하는 것을 막고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을 용이하게 했다.

이 때문에 반디에서 전시되는 작품들은 천정이나 화장실 심지어는 계단까지 작품배치가 가능하고 기존 화랑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형식의 작품 전시도 이루어질 수 있었다. 게다가 비영리로 운영되기 때문에 작가들로부터 대관료도 일체 받지 않는다.

또한 반디는 미국 뉴욕에서 영상미술을 공부한 김성연 작가의 배려도 담겨있다.

부산지역 젊은 작가들에게 빛이나 영상 소리를 이용한 장르인 미디어아트 전시가 가능하도록 빔 프로젝트와 DVD플레이어, 슬라이드 프로젝트, 모니터 등 다양한 영상장비를 갖추어 놓았다. 이는 젊은 작가들로 하여금 새로운 장르의 미술에 대한 다양한 실험정신을 이끌어내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철저한 아마추어 작가를 위한 공간 반디

▲ 2003년 3월 '혼돈공간'이라는 주제로 조명과 형광물질을 이용해 가진 기획전. 단순히 재료가 가지고 있는 신비하고 화려한 효과보다 미술적 표현수단으로서 재료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진지하게 실험한 전시였다.
ⓒ 대안공간 반디
반디의 대표 김성연씨는 제도권 작가의 인지도가 아닌 젊은 작가들의 개성을 더 중시한다. 이는 능력있고 개성적인 젊은 작가들이 지역미술계에서 소외되는 것을 막고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 미술계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반디만의 철학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은 전시공모에서 잘 드러난다. 2004년 반디의 전시공모는 전시주제는 물론 전시디스플레이 계획까지 꼼꼼히 받았다.

이를 통해 당선된 작가들에게는 전시지원금과 함께 전시기회도 주어진다. 이번이 2회째인 전시공모는 3명의 작가가 선정되었다. 이들은 9월부터 차례로 전시를 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 반디에서는 올 8월에 열린 박미경씨의 개인전이 한창 준비 중에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아 있다. 대안공간 섬 때에는 기획 심사를 거쳐 기획대관전이나 후원전 등을 통해 운영비를 조달할 수 있었지만 반디는 철저한 비영리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큰 전시를 기획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2003년 12월에 열린 ‘도시의 기억과 상상전’(작가 39명 참가)에서는 문화관광부 지원금을 받았지만 그것도 그때뿐,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미술전문가 육성과 미술웹진을 통한 지역미술계 담론 형성에 도전

▲ 대안공간 반디 대표 김성연씨
ⓒ 정연우
현재 대안공간 반디는 지역미술계에 작지만 알찬 빛을 발하기 위해 날개짓을 시작했다. 반디는 대안공간으로서의 전시는 물론 향후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반디의 대표 김성연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부산미술계에서 드러나는 문제 중에 평론가와 큐레이터가 부족한 현실을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며 “이들을 육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도 부족할 뿐더러 활동할 수 있는 여건 또한 형성이 되어있지 않다”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반디는 이들이 데뷔할 수 있는 기회인 공모와 큐레이팅 같은 전문교육과정을 준비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역미술 비평이나 미술인들 간의 담론과 소통을 형성할 수 있는 진보적인 웹사이트도 준비 중”에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반디는 열린 공간이다. 공간이 갖고 있는 성격을 잘 살려 젊은 작가들의 자유로운 작품 활동에 도움을 주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관람해 주었으면 하는 게 저의 작은 소원”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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