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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충남 천안시 목천면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진행되는 독립군 체험 캠프에 참가한 학생의 이마에서 구슬땀이 흘러내리고 있다.
28일 오전 충남 천안시 목천면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진행되는 독립군 체험 캠프에 참가한 학생의 이마에서 구슬땀이 흘러내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청산리 전투 체험장에서 참가자들이 독립군과 일본군으로 편을 나눠 모의 전투를 벌였다.
청산리 전투 체험장에서 참가자들이 독립군과 일본군으로 편을 나눠 모의 전투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용진가

1. 요동만주 넓은 뜰을 쳐서 파하고 여진국을 토멸하고 개국하옵신
동명왕과 이지란의 용진법대로 우리들도 그와 같이 원수 쳐보세.

2. 한산도의 왜적을 쳐서 파하고 청천강수 수병 백만 몰살 하옵신
이순신과 을지공의 용진법대로 우리들도 그와 같이 원수 쳐보세

3. 배를 갈라 만국회에 피를 뿌리고 육혈포로 만군 중에 원수 쏴 죽인
이준공과 안중근의 용진법대로 우리들도 그와 같이 원수 쳐보세

4. 창검빛은 번개같이 번쩍거리고 대포알은 우뢰같이 퉁탕거릴 제
우리군대 사격 돌격 앞만 향하면 원수머리 낙엽같이 떨어지리라

[후렴] 나가세 전쟁장으로 나가세 전쟁장으로
검수도산 무릅쓰고 나 아 갈 때에 독립군아
용감력을 더욱 분발해 삼천만 번 죽더라도 나아갑시다.

- 1910년대 만주에서 활약하던 독립군의 대표적인 군가. 작자미상 -



조선은 끊임없이 외세에 시달려오다가 1910년 8월 일본제국주의자들의 침략으로 국권을 상실하였다. 이때 수많은 애국지사들은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하와이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이들 중 특히 1910년을 전후해서 서북간도 지역으로 망명하여 독립군 기지를 구축한 민족운동가들은 각지에서 모금된 군자금으로 무기를 구입하고 국내외 청장년을 모집하여 독립군을 양성하였다.

독립군들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 유격작전으로 일제의 경찰서나 군부대 주재소 등을 습격하기도 하며 큰 성과를 올렸다. 또한 만주지역에서는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에서 일본군을 크게 무찔러 대승첩을 이룩하였다.

이와 같이 서북간도를 중심으로 구축한 독립군단들은 무력을 갖춘 후 일제와의 독립전쟁을 실행하였다. 당시 서북간도지역을 근간으로 해서 활동한 크고 작은 독립군 단체만 해도 50개가 넘었다. 또한 1919년 3·1만세운동을 계기로 1919년 4월 13일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국내외에 선포한다.

훈련장에 모인 학생들이 독립군들이 부른 독립군가를 힘차게 부르며 하루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훈련장에 모인 학생들이 독립군들이 부른 독립군가를 힘차게 부르며 하루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독립군들의 생활과 최대한 가까운 체험을 위해 편안한 숙소 대신 훈련장에 2인용 천막을 쳐서 잠을 자고 있다.
독립군들의 생활과 최대한 가까운 체험을 위해 편안한 숙소 대신 훈련장에 2인용 천막을 쳐서 잠을 자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후 100여년 가까이 지나간 2004년 8월. 충남 천안 흑성산(해발 519m) 기슭에서 독립군가가 아침마다 울려 퍼지고 있다.

이곳은 독립기념관을 바라보고 오른쪽에 위치한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독립군 체험장’이다. 13~18세까지의 남녀학생 40여명이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산악구보를 하며 '독립군가' '용진가' 등을 부르며 하루를 시작한다.

유격훈련, 수상도하훈련, 기마훈련, 야간암벽 훈련 등을 익힌다. 이들은 독립군의 편대를 본떠서‘구대’로 나누어 1구대별로 8명씩, 5구대로 나누고 각 구대장에 자원봉사 대학생들을 배치하였다.

이들의 숙소는 2인용 야전천막이다. 각 구대별로 진지를 구축하고 숙소를 마련하고 식사는 보급대로부터 받아 야외에서 해결한다. 프로그램의 운영은 유격대장이 현장 지휘하고 사령관격인 총사령은 이를 총지휘한다.

평소 체육시간에도 잘 뛰지 않았던 유약해 보이는 아이들도 여기서는 어림없다. 40명의‘청소년독립군(?)들 중에는 여학생이 11명이나 된다.

미국 텍사스에서 온 최동은(15)양은 박세리 선수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골퍼가 꿈이라고 한다. 유치원 때 해외 파견근무를 해야 하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간 것인데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와서 어머니의 추천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박세리 선수같은 세계적인 프로골퍼가 꿈인 최동은(미국 텍사스)양이 청산리 전투 체험을 위한 복장을 착용하고 있다.
박세리 선수같은 세계적인 프로골퍼가 꿈인 최동은(미국 텍사스)양이 청산리 전투 체험을 위한 복장을 착용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집에서 부모님으로부터 한국역사를 배우지만 이처럼 독립군 체험을 하면서 고된 훈련을 하는 것은 처음이에요. 첫날은 매우 힘들고 집에 가고도 싶었지만 동생 같은 아이들도 잘 따라 하는 걸 보고는 꾹 참았어요. 2일차인 지금은 힘든 훈련과 교육도 즐겁습니다”라고 동은이는 진지하게 말한다.

경기도 산본에서 온 권진환(14)군은 “어머니께서 추천하여 오게 되었습니다. 여기 오기 전에 수련원 홈페이지를 통해 독립군 체험장에 대해 대충 알고 왔어요. 그런데 막상 와서 훈련을 받다보니 고단하기도 하고 잠자리도 불편하지만 일제시대 당시 독립군들은 이보다 몇 갑절 더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전투 중에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생각하면 별로 힘들지 않고 오히려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 방학만 되면 여러 캠프에 참여했었는데, 역사적인 체험을 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당시 독립군들이 내 또래도 많았다는데, 그 분들이 대단했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 3박4일이 짧습니다.”

평택이 고향인 고하나(21)양은 천안대 사회복지학부에서 청소년학을 전공한다. 방학 중 각종 캠프에 자원봉사로 나가서 청소년들과 함께 동고동락을 함께 하는데, 이런 것을 통해 청소년들을 이해하고 또 훌륭한 청소년지도자를 꿈꾼다.

그는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야전천막생활과 기병훈련, 독립군가 배우기 등 독특한 면이 있어서 자원봉사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독립군 체험장이 마련된 것은 2002년이다.

이 행사의 총책임을 맡은 총사령 송경(44)씨는 수련원에서 승마를 담당한 책임자다.

- 이 프로그램은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 독립군 체험장은 2002년에 처음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심신이 너무 유약합니다. 통일조국의 주역이 될 사람들인데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호연지기를 기르고 역사적인 사실을 체험하는 방안을 연구한 끝에 1920년 만주지방의 신흥무관학교를 생각해낸 겁니다.”

- 독립군 입었던 복장을 재현하여 준비하거나 장비가 완전히 갖추어진 것이 아니라 아쉽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에 사용된 낡은 군복들이 독립군 체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지급되어 독립군복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에 사용된 낡은 군복들이 독립군 체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지급되어 독립군복으로 사용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비록 예산이나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연구 등 여러 가지 여건상 고증된 독립군 복장, 식사와 훈련에 대한 체계적인 교범 등이 빈약하기는 합니다만, 점차 해를 거듭할수록 국민들이 관심 갖고 많이 호응해 주시면 좋아질 것을 확신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첫날과 둘째 날이 다른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낍니다. 아이들이 역사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산 역사를 체험하는 교육적인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합니다."

"올해로 3회째인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의‘독립군 체험장’은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첫 숟가락부터 배부를 수는 없다’는 속담을 위안으로 하면서 자체예산의 확보, 복장 및 편제, 교육내용 등의 연구와 고증작업, 중국 현지 방문을 통한 경험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홍보과장 강경원(41세)씨의 말이다.

‘너 살거든 독립군의 용사가 되고 나 죽으면 독립군의 혼령이 됨이, 동지야! 너와 나의 소원이 아니냐? 빛 내리 너와 나로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뛰어 건너가 악-독한 원수무리 쓸어 몰아라. 잃었던 조국강산 회복하는 날 만세를 불러보세’

- 작자미상의 '독립군가' 중에서-


청산리 전투 상황이 담긴 장애물 뒤에서 독립군 역을 맡은 참가자들이 페인트 총을 쏘고 있다.
청산리 전투 상황이 담긴 장애물 뒤에서 독립군 역을 맡은 참가자들이 페인트 총을 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청산리전투와 봉오동전투에서 대패한 일본군이 만주에서 조선교포들을 보복 학살하자, 독립군들이 일본군의 만행을 피해 교포들을 이끌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이 상황을 재현한 '고난의 행군' 체험에서 일본군 역을 맡은 송경 총사령이 말을 타고 독립군을 뒤쫒고 있다.
청산리전투와 봉오동전투에서 대패한 일본군이 만주에서 조선교포들을 보복 학살하자, 독립군들이 일본군의 만행을 피해 교포들을 이끌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이 상황을 재현한 '고난의 행군' 체험에서 일본군 역을 맡은 송경 총사령이 말을 타고 독립군을 뒤쫒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고글과 페인트총으로 무장한 독립군 체험자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일본군 역을 맡은 대항군의 공격을 받으며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고글과 페인트총으로 무장한 독립군 체험자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일본군 역을 맡은 대항군의 공격을 받으며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고난의 행군' 도중 흑성산 정상에 도착한 독립군 체험자들이 대형 태극기를 산성에 걸어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일부 참가자들은 산성에 올라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 있다.
'고난의 행군' 도중 흑성산 정상에 도착한 독립군 체험자들이 대형 태극기를 산성에 걸어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일부 참가자들은 산성에 올라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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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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