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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은 최근 수수료 인상을 위해 서비스 수수료 원가를 공개키로 하고, 경실련을 원가산정 작업에 참여시키려 했으나 무산됐다. 사진은 국민은행-뱅크온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
국민은행은 최근 수수료 인상을 위해 서비스 수수료 원가를 공개키로 하고, 경실련을 원가산정 작업에 참여시키려 했으나 무산됐다. 사진은 국민은행-뱅크온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 ⓒ 김남현
"원가공개를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기업비밀이라 모두 다 밝힐 수는 없고..."

최근 아파트 분양가에 이어 은행권에도 '원가공개' 논란이 일고 있다. 원가공개 논란의 대상은 자행·타행이체, ATM기기 이용, 인터넷뱅킹, 자기앞수표 발행료 등 은행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 수수료'다.

이번 논란은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이 올 하반기 은행수수료를 상향조정하면서 객관적인 인상 근거를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더욱이 국민은행은 원가산정 작업에 경실련 등 시민단체의 참여를 일부러 배제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은 더욱 커지게 됐다.

국민은행은 오는 9월 은행수수료 인상을 목표로 몇 개월 전부터 수수료 원가산정 작업에 착수했다. 당초 국민은행은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원가산정을 하는 등 수수료 원가를 공개하려했으나 여의치 않게 되자 다른 회계법인에 원가산정을 맡겼다.

하지만 은행수수료 인상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미 올 상반기 시중은행들이 은행수수료를 대폭 인상한 상황에서 기업은행과 제일은행, 국민은행이 오는 8월과 9월 차례로 인상 방침을 발표하자 비난 여론이 일기 시작한 것.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서민들의 주머니만 털어간다는게 고객들의 항의였다.

은행수수료 인상에 대한 비판은 '산정 근거'에 대한 의혹으로 번졌다. 그 동안 시중 은행들은 서비스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단 한차례도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 '담합' 의혹과 고객들의 항의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도대체 수수료 산정 기준이 뭐냐"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현재 국민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외부 용역을 줘가며 원가산정 작업을 하면서도 비판을 받는 데는 이 같은 배경이 깔려있다. 여기에 시민단체를 배제한 채 비공개로 원가산정 작업을 하고,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원가 공개"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 "기업 비밀 다 알릴 수 없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이 같은 비난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홍석철 팀장은 "우리가 원가공개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며 "다만 기업 비밀이 다른 경쟁자에게 알려지는 것을 우려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홍 팀장은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은행도 원가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우리도 이에 동의해 원가산정 작업에 시민단체를 참여시킬 예정이었다"며 "최소한 시민단체에는 원가를 공개해야 수수료 인상의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원가산정 작업의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그 이상 넘어 전 국민에게 기업 비밀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홍 팀장은 또 "경실련도 이 같은 입장을 이해했고, 원가산정 작업에 참여하려 했으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운동 등 내부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홍보실 최인석 차장도 "그 동안 은행들은 '담합' 의혹을 받을 정도로 수수료 인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국민은행이 처음 이런 작업을 한 게 아니냐"며 "은행수수료를 투명하게 책정하기 위한 작업이었는데 오히려 비난을 들으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경실련측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경실련 김한기 팀장은 "은행이 (수수료의) 기본적 원가산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지난 5월 국민은행으로부터 요청을 받고 참여하려 했었다"며 "하지만 아파트 분양원가 운동도 하고 있고, 다른 이유도 있어서 참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또 "마치 경실련이 원가산정 자료 전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라고 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은행 영업비밀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 전했다.

하지만 김 팀장은 "소비자들은 이제까지 은행수수료 인상에 대한 일방적인 통보만 받아왔을 뿐"이라며 "이제는 수수료를 인상할 때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원가산정 작업을 거의 마무리해놓고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9월로 예정된 수수료 인상 일정을 미루고 '원점 재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타 은행이 모두 인상한 상황에서 수수료를 올리지 않을 수 없어 일부라도 원가를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민은행이 원가를 공개한다면 이미 수수료를 인상한 다른 은행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확대 없는 수수료 인상, 재무건전성 취약하게 만들 것"

한편 은행수수료 원가공개 논란과 함께 은행수수료 인상에 대한 비판도 높다. 우선 서민들의 주머니만 털고, 은행 이용을 부담스럽게 만든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취약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시중 은행들은 외국 은행들에 비해 서비스 수수료가 턱없이 낮고, 인건비 등 원가가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아 올릴 수밖에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 최근 한국은행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수수료 등 비이자부문 이익은 23.7%로 미국은행(42.8%)이나 일본은행(25.1%)에 비해 낮다.

하지만 이는 외국은행이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데 비해 국내은행은 아직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다.

경실련 김한기 팀장은 "국내 은행들이 과도하게 예금외수익(수수료 등)을 올리고 있고 그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며 "외국의 경우에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반해 국내 은행은 그와 같은 수익모델을 만들지 않고 수수료만 올릴 경우 장기적으로 은행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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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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