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국정홍보처와 서울시 간의 광고홍보전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게다가 이 사안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간의 공방으로 이어진데다 네티즌들도 이 논쟁에 가세하고 있어 신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대될 조짐이다.
문제의 발단은 정부가 신행정수도 이전의 타당성을 홍보하는 의견광고를 28일 서울·수도권 지하철 전동차 내부에 부착하면서 발생했다. 이 광고는 모 경제연구소의 자료를 인용, "수도권 과밀로 인해 주택난과 교통난, 환경오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세계 30대 도시 중 서울의 '삶의 질'이 최하위라고 지적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국정홍보처 공동 명의로 게재된 이 광고물에는 서울을 각각 북경과 멕시코시티와 비교하면서 과밀현상으로 인한 서울·수도권의 '대외경쟁력 약화'와 '삶의 질 하락'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광고내용에 "서울, 북경(멕시코시티)보다 못하다?"는 식으로 외국 수도가 서울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시가 이에 '발끈'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해당 광고에 대한 철거와 대응광고를 준비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29일 오후 '서울의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라는 반박성명을 발표하고, "정부가 수도 서울을 폄훼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광고를 공개적으로 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자칫 소의 뿔을 자르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橋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또 서울시는 "지구촌 경쟁에서 서울은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라며 "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해 정부가 서울이 북경이나 멕시코시티 등 경쟁도시보다 못하다는 내용을 광고하는 것이 국가이익이 도움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해당 광고가 사전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광고물의 전량 철거를 각 광고대행사에 요구하고, 이번 정부의 광고에 대응하는 서울시 입장을 담은 광고를 제작해 홍보하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
이러한 서울시의 반발에 대해 국정홍보처는 "이번 광고 표현은 서울을 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다만 수도 서울의 삶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정부의지를 반어법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서울시가 지나치게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각당은 이번 광고 제작·배포를 둘러싸고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30일 배용수 수석부대변인 성명을 통해 '천하에 바보들이나 하는 광고'라며 정부의 신행정수도 이전 광고를 강하게 비난했다.
배 부대변인은 "어떻게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쏟아 서울을 비하하고 외교적 논란을 야기할 광고를 낼 수 있는가"라며 "야당 출신이 시장으로 있다고 중앙정부가 수도서울을 돈 써가며 깎아내리면 노무현대통령이 위대해지고 치적이 부각된다고 보는가"라고 반문했다.
배 부대변인은 "수도이전에 대한 국민 합의를 이런 식으로 서울을 욕해서 이루어낼 것 같으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서울을 모욕하고 국민을 욕보이게 한데 대해 국정홍보처장의 사과와 관련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반해 열린우리당은 이번 논란에 대해 "해당 광고는 서울을 비하는 내용이 아니라 서울의 경쟁력과 삶의 질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정부의 입장을 옹호했다.
김한길 우리당 신행정수도특위 위원장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일부 언론에 자기비하적이라고 보도됐던데 그런 의도겠느냐"면서 "우리가 더 이상 경쟁에서 지면 안된다는 것, 우리가 더 이상 뒤쳐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문제는 서울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적나라하고 냉정하게 직시하는게 오히려 자기비하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 있다"며 "이대로 적당히 가자고 하면 점점 더 퇴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종석 대변인도 "자기비하가 아니라 삶의 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교통 환경 교육 등에서 서울이라는 도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도시이고, 행정수도 건설이 완료되는 2030년에는 수도권 인구집중도가 50%가 넘는 심각한 기형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라이브폴 : "국가위상 실추" 70%
한편 서울시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에서는 이번 광고를 둘러싸고 네티즌들의 치열한 찬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광고에 대한 네티즌 반응을 묻고 있는 네이버 라이브 폴에서는 12시 현재 70% 네티즌이 '이번 광고가 국가위상을 실추시켰다'고 응답한 반면, 27% 네티즌만이 '이번 광고가 경쟁력 강화를 의미'한다고 응답해 과반수 이상의 네티즌이 이번 광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역시 이번 광고에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를 이루는 가운데, 서울시의 열악한 교통·환경 문제 등을 지적하며 정부 광고에 공감하는 의견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서울시민'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해당 광고를 게재한 공무원들이)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봉급을 받고 사는 분들인지 모르겠다"며 "해당 광고를 부착한 지하철 차량의 서울시 운행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민'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서울시가 서울발전을 위한 제대로 된 구상보다는 엉뚱한 교통체계를 세워놓고 철회할 생각도 없는 왕소금고집을 부리고 수도이전 반대의 목소리는 막아서고 있다"며 "서울시는 교각살우란 말을 정부에다 하지말고 시장과 시 자신에게 붙여서 생각해 보라"고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