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를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온 가족이 도심 속 문화 공간에서 특별한 피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지난 30일부터 '무더운 여름, 온 가족이 함께 신나는 문화체험'이라는 주제로 충북 청주의 한국공예관에서 열리고 있는 <웰빙 썸머 페스티벌>이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가족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더위가 절정에 이른 요즈음 이런 무더위 속에서 직장 생활에 지친 아빠, 자녀들 뒷바라지에 여유가 없던 엄마, 그리고 방학 숙제 고민에 빠진 자녀들이 일상의 짐을 훌훌 털어 내고 휴식과 색다른 문화 체험을 하고 있다. 유인기 한국공예관장은 "여름날의 불쾌 지수를 한 번에 날려 줄 생활 공예 중심의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온 가족이 전시 관람과 공예 체험을 통해 문화를 향유하는 것은 물론 가족 사랑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문화 체험은 한국공예관의 4개층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각 층에서 색다른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한국공예관 1층에는 생활공예명품전이 열리고 있다. '향을 담는 그릇'이라는 주제로 충북 유일의 명장 방곡 서동규 선생을 비롯한 우수 공예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 요즈음 도심 속에서 보기 힘든 봉숭아를 준비해 놓아 방문객들이 봉숭아 물들이기를 할 수 있으며 종이배 만들기와 맷돌을 이용한 작품 감상 등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봉숭아 물들이기를 하고 있던 이미자(33·청주시 모충동)씨는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어 재미있다"며 "집에서 할 수 없는 것도 많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다른 곳에서 해 보니까 색다른 맛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의 변광섭 부장은 "봉숭아 물들이기 행사를 위해 한 달 사용 예정량을 보관해 두었는데 첫 날 300명 이상이 몰려 하루 만에 1주일치를 다 사용했다"고 밝히며 "내일부터는 봉숭아를 따러 다녀야 한다"며 웃었다.
한층을 올라가면 2층에서는 '다시 보는 비엔날레 특별전'이 마련되어 있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수상작과 기증작들을 볼 수 있다. 또, 역대 비엔날레 주요 장면을 사진과 영상물로 볼 수 있다.
한국공예관 3층에서는 '웰빙 라이프 스타일'이 펼쳐지고 있다. 공예관 관계자는 "이제 생활이 웰빙으로 바뀌고 있어 그에 맞는 준비를 했다"고 말한다. 이 곳에서는 청주의 대추술, 영동의 포도주 등 충북의 특산품을 도자기나 유리 공예품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연출해 두었으며 보기 만해도 무더위를 잊게 해 줄 것 같은 죽부인, 퇴침 등 여름용 전통 민예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또, 백연차, 오미자차 등 다도 체험과 포도주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또, 요즈음 흔히 보기 어려운 솟대가 여러 점 전시되어 있다. 솟대는 충북 청원군의 강외우체국장 조병묵(61)씨의 작품들로 이것을 처음 본 어린이들은 스케치북에 솟대의 모습을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단연 4층에 마련된 공예체험관이다. 이 곳에서는 한지를 이용한 과반과 필통 만들기, 나무를 이용한 곤충 공예, 물레 체험과 도자기 만들기, 바람개비와 종이접기, 화분과 인형을 만드는 모스토피어리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주최측은 참여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한지 공예체험 등 일부 체험만 유료로 운용하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박예환(11·청주 진흥초) 어린이는 "연꽃 차도 먹어보고 좋았다"며 "오늘 방학 숙제를 4개나 했다"며 방학 과제를 한 것에 뿌듯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