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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에서 식사하는 봉사자들
관리사무소에서 식사하는 봉사자들 ⓒ 김재경
삼계탕(170 마리)을 끓이는 가스불의 열기와 폭염은 한증막이 따로 없을 정도다. 봉사자들은 빗줄기처럼 흐르는 땀을 훔쳐내며 경로당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봉사자들의 등줄기나 겨드랑이는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마음은 모두가 한 마음이다. 봉사자들은 커다란 수박과 빨간 김치를 잘랐다. 그리고 부글부글 끓이는 삼계탕은 황기와 인삼, 대추, 찹쌀, 마늘이 골고루 들어간 영양 덩어리였다.

이영희 통장은 "우리도 멀지 않았어. 한 이십 년 후면 여기 와 있을 건데…"라며 분주하게 손길을 놀렸다.

송덕예(81) 할머니는 "어이구, 고맙기도 해라. 삼계탕도 맛있지만 더위에 해 주는 정성이 더 고맙지"라고 말했다.

설거지를 하는 부녀회원들 앞으로 한 할머니가 "수고들 많아요"라며 동전 지갑을 찰랑거린다.

설거지를 마친 봉사자들
설거지를 마친 봉사자들 ⓒ 김재경
"할머니! 고스톱 자금이신가 봐요."
"으응 며느리가 10원 짜리 동전을 2천원이나 모아다 줬어."

은근슬쩍 자랑하는 할머니를 따라 들어갔다.

경로당 할머니 방에는 4대의 선풍기가 연신 더운 바람을 토해내고 있었다. 17명의 할머니들은 삼삼오오 모여, 화투를 치거나 누워 있었다.

"나 피박 났단 말여."
"얼마…."
"백십 원 났지."

그곳에는 고스톱 팀과 민화투 팀 그리고 노 할머니팀으로 나눠 있었다. 노 할머니들은 모시적삼을 정갈하게 차려 입고 누워서 부채를 부치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경로당에 나오면 참말로 좋지.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영감보다 더 좋아"라고 노인들은 입을 모은다.

최고령인 서옥순(91) 할머니의 온화한 얼굴에서 풍기는 잔잔한 미소와 실크 같은 허연 백발이 인상적이다. 서 할머니는 고령임에도 아직까지 손수 모시적삼을 손질해서 입는다고 했다.

경로당에서 노인들의 하루는 담소와 심심풀이 화투치기라고 한다. 하루종일 쳐도 500원에서 1천원이면 충분하다고…. 많이 딴 할머니는 막판에 돌려주는 인심을 잊지 않는다. 그저 심심풀이란 말을 뒷받침해 준다.

삼계탕을 나눠먹은 노인들은 "도시락을 싸오거나 경로당에서 더러 밥도 해 먹고, 심심풀이 화투치는 낙으로 사는 겨. 나이를 먹으니까 젊음은 잠깐이고 늙은 것은 아주 오래야. 오늘 같은 날은 중복이라고 이 더운데 젊은이들이 챙겨 주니까 고맙기만 허지"라고 입을 모은다.

부녀회원들과 통장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까지 손발이 척척 잘 맞는다. 평촌 신도시에서는 아파트마다 부녀회와 통장단이 합심하여 초·중·말복을 중심으로 노인들을 접대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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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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