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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떻게?"
"그것은 나만의 비법이라 여기서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첩자가 비법까지 가진다면 우린 어느 등판을 믿어야 하지?"
에인이 은근짜로 물어보았다. 그러자 두두는 곧 헤, 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목부냐, 과일이냐, 어느 판이 내게 더 적당한지 아직 선택하지 못했다는 뜻이지요. 어쨌든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당장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두두를 믿어봄이 좋을 듯한데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에인이 좌중을 둘러보며 물었다.
"사실 그 방법밖에 없습니다. 대신 연락망을 촘촘히 해둬야겠지요. 두두가 물어나오는 정보가 다음 날이면 이곳에 도착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럼 연락망 배치부터 정한 뒤 곧 두두를 보내도록 합시다."
그들은 두두에게 첩자 임무를 맡기기로 결정한 후 곧 연락망을 짜기 시작했다. 에리두에서 1차 연락망은 거기서부터 70리 떨어진 우바이드의 털보 야장장이, 야장장이는 기동력이 없으므로 촌장의 아들 두수가 거기에 대기했다가 소식이 오면 곧장 니푸르로 달리고, 니푸르의 촌장이 또 소식을 받아 시파르에 전한다는 것으로 1차 계획은 세워졌다.
"이곳 용병들을 사이사이에 배치한다면 연락은 떠 빨리 전달될 수 있습니다."
제후가 거들었다.
"그러시오. 어차피 이 일은 제후 몫인 것 같으니 두두가 떠나기 전에 정리해서 일러주시오."
그리고 에인은 곧 회의를 끝냈다. 막 돌아온 사람들, 특히 내일 다시 떠나는 두두에겐 휴식이 필요해서였다.
이튿날 아침 두두는 다시 출행 길에 나섰다. 하루 쉬었다고 그의 얼굴이 벌써 반짝거렸다. 그의 천리마도 잘 자고 잘 먹어 기운이 넘쳐나 보였다. 그는 기분이 좋았다. 장군이 중요한 임무를 선뜻 안겨주었고 무엇보다도 이제 늘 장군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처음 지휘 검을 그렇게 넘기고 천둥이까지 잃었을 때, 게다가 장군조차 돌아오지 않았을 때 열여섯 살 자기 청춘이 고만에 호호백발 늙은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땐 꿈조차 더럽게 날 괴롭혔지.'
그는 밤마다 장군을 찾아 사막을 헤매는 꿈을 꾸었다. 저만치 장군이 보여서 달려가면 장군은 또다시 다른 곳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는 장군의 그림자를 쫓아가며 옷자락만이라도 잡게 해달라고 울며불며 애걸을 하다가 잠이 깨곤 했다.
'그때 울었던 눈물을 다 모은다면 에리두 바다보다 많을 걸?'
그는 지금 매우 흐뭇했다. 자신은 혼자 떠나고 있지만 장군의 명을 받고 가는 것임으로 실상은 장군과 함께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슬플 때보다 수십 배나 더 흐뭇하고 기쁘다. 이런 기분도 양적으로 모을 수 있을까? 눈물 같은 액체가 아니라도 모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무엇을 쌓을 수 있을까? 하늘? 아니면 산?'
두두는 그런 엉뚱한 생각까지 하며 터벅터벅 걸었다. 자기의 흐뭇함을 더 즐기기 위해서였다. 한데 성에서 빠져나와 한참 걷고 있는데 그 앞에 남장을 한 닌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넌 여긴 왠일이니?"
두두가 물어보았다.
"나도 그 말을 타려고 그래."
"니가 왜 내 말을 타야하는데?"
"우린 사촌이니까."
"사촌이라고 다 태워주면 내 말 다리가 찌그러지게?"
"난 가벼워서 괜찮아."
"어서 이유를 말해. 내가 이 길로 가는 걸 어떻게 알고 기다린 거지?"
"태워주면 말해줄 테지."
두두는 일단 닌을 태워주었다. 두두 뒤에 오른 닌은 나직이 속삭였다.
"우리가 오누이처럼 움직인다면 내가 에리두 성안에서 직접 오빠의 정보를 물어다 나를 수 있지 않아?"
"너 누가 그런 얘기하던?"
"그런 시시한 질문 그만두고 얼마큼 잘할 수 있느냐 그거나 물어."
누가 감히 당찬 닌이를 이길 수 있으랴, 그래, 니 말도 맞다. 우리 함께 대사를 이뤄보자. 두두는 그런 생각을 하며 비로소 이려, 하고 말을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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