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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교육의 장에서 펼쳐진 색다른 자연체험학교

인성계발과 열린교육을 표방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중학교로 인가를 받은 성지 송학중학교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전국의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조금 색다른 계절학교를 열었다.

송학중학교는 전라남도 영광군 군서면의 아늑한 숲 속에 자리한 아담한 학교로, '지식은 포기해도 사람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인성 중심의 전인교육을 모토로 60여 명의 남,녀 중학생들과 교사들이 24시간 동고동락을 하며 생활하는 곳이다. 세상을 맘껏 날아보고 싶은 꿈을 가진 학생들이 꿈과 이상을 펼치는 대안학교인 것.

여름방학을 맞아 학생들이 모두 가정으로 돌아간 텅 빈 교정에는 시원한 매미소리와 함께 7월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다.

그러나 학교는 계절학교 준비로 분주하다. 입교할 학생들을 위해 운동장 잔디를 곱게 다듬고 있는 소사아저씨의 검게 그을린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주렁주렁 맺혀 있다.

방학 중이지만 쉬지도 못하고 색다른 계절학교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서둘렀던 선생님들은, 담장을 헐어내고 자연석과 소나무를 멋지게 조화시킨 교문에 학생들의 계절학교 입교를 환영한다는 플래카드도 내걸었다.

오후에 접어들자 부모님과 함께 아침 일찍 집을 나선 계절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자신 있지? 우리 아들은 할 수 있어!"라며 전장에 나가는 병사를 다독이듯 자녀들을 격려하며, 현관 밖까지 마중을 나가 반갑게 맞아주는 담당 선생님에게 꼭 잡은 손을 넘겨준다.

여름 들꽃 감상으로 시작한 첫째 날

제주도를 비롯하여 전국에서 선발된 총 25명의 학생들과 전 교사들이 함께 참여한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7월 26일부터 30일까지 4박 5일 동안의 여름 계절학교가 개교했다. 다들 처음 보는 얼굴이라 중간에 말문이 막혀 어색한 몸짓으로 인사를 대신해도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미술선생님으로부터 우리 꽃인 여름 들꽃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학생들은 올 컬러로 만들어진 교재를 한 장씩 넘겨가며 우리 들꽃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가를 새삼 실감하는 눈치다.

들꽃 감상도 잠시, 빠듯한 일정 때문에 바로 다음 행사에 들어가야 했다. 행사 마지막날 사용할 청사초롱을 제작하는 시간. 아직은 서툰 솜씨지만 선생님들의 지도에 따라 미리 준비한 재료를 순서대로 붙여가니 금세 멋진 청사초롱이 만들어졌다.

그리고는 '야! 맛있는 우리 떡' 인절미를 만들 차례이다. 구내식당 엄마들이 정성들여 쪄온 찹쌀을 절구에 넣고 절구질을 해본다. 아이들은 어색하고 힘든 일이지만, 직접 떡을 만든다는 호기심과 함께 맛있는 인절미를 먹을 욕심에 서로 해 보겠다고 나선다.

한 녀석은 무거운 절구를 이기지 못하고 뒤뚱거리다 넘어지기까지 한다. 맛있는 인절미가 순식간에 동이 나면서 떡고물로 범벅이 된 얼굴 사이로 벌겋게 달구어진 석양이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밤이 되자, 며칠간 지속됐던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지만 언어 장애인들을 위해 수화를 배우는 아이들에겐 더위도 크게 상관할 일이 못 되었다.

고사리 같은 손을 움직여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연거푸 익혀 보지만 금세 잊어버리는 아이들. 봉숭아물이 곱게 든 고사리 손을 가슴에 모아 곤한 잠에 빠져들면서 첫날 일정을 마감하였다.

통통배 타고 갈매기 섬 탐방이 즐거웠던 둘째 날

새벽부터 모두 들떠있었다. 당초에는 오전에 천연염색 체험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갈매기섬 탐방에 배를 띄울 물때가 맞지 않아 일정을 변경했다. 아이들은 새참과 구명조끼를 차에 실고 바다로 향했다.

작은 포구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서둘러 구명조끼를 착용한 뒤 모두 배에 올라 섬을 향해 출발했다. 뱃머리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를 배경으로 통통거리는 뱃소리 장단에 맞춰 날갯짓하는 갈매기들 모습이 마치 환영인사를 하고 있는 듯하다.

한 시간 정도의 뱃길 후 드디어 도착한 칠산 갈매기섬,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사람들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으나 탐사를 목적으로 하는 학생들에게 군청에서 특별배려를 하였다. 작은 섬 한쪽에 배를 정박시키고 조류 탐사용 망원경을 이용하여 새들을 관찰하던 학생들을 반기기라도 하는 듯 수많은 갈매기 떼가 동시에 날아오른다.

태양 빛도 가릴 만큼 커다란 그늘을 드리우며 섬을 한 바퀴 휘감아 돌다 제 집을 찾아 들어가는 갈매기들의 군무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갈매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연호를 해대는 학생들, 괭이 갈매기, 노랑부리 백로, 재갈매기 등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중한 우리의 자연은 이렇게 어린 학생들의 마음 속으로 한발 다가서고 있었다.

갈매기섬 탐사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후에는 천연염색 체험이 있었다. 우리 땅에서 나는 온갖 풀과 나뭇잎, 황토 등을 이용하여 천연의 색감을 내고 하얀 면티에 염색을 해보는 체험이다.

먼저 황토 물을 만들고 몇 가지 염료를 섞어 셔츠에 물을 들인다. 쪽빛 염료는 쪽이라는 풀잎에서 채취를 하였다. 푸른 하늘색을 닮은 쪽염색을 끝으로 빨랫줄에 셔츠가 걸린다. 아이들은 모두 만족한 듯 서로의 색깔을 비교해보지만 원하는 색을 내지 못한 여학생은 무척 속이 상한 눈치다.

밤에는 신나는 농악놀이와 함께 선생님들이 미리 모아두었던 예쁜 들꽃 잎으로 꽃잎 엽서를 만들고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께 보내는 감사의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둘째 날의 일과를 마쳤다.

뗏목 타고 바다여행이 백미였던 셋째 날

뗏목의 소재는 폐 건축자재였다. 미리 준비한 폐자재를 알맞게 재단하여 못질을 하고 부자(스티로폼)를 단단히 고정시킨다. 바닥에는 대나무를 깔아 배를 가볍게 하고 뗏목 한 중앙에는 콜럼버스의 항해선 보다 큰 깃발도 달았다. 드디어 출항, 서툰 솜씨이지만 썰물을 따라 노를 젓는 폼이 노련한 뱃사공에 못지 않다.

중간에 힘이 들 때면 바다에 몸을 던져 수영을 하는 것도 무척 즐거운 일이다. 원하는 곳으로 가지 않고 자꾸만 딴전을 피우는 뗏목에 화를 내보기도 하지만 노를 바닥에 내려놓은 채 바다에 던져준 과자를 주워 연신 입으로 가져가는 녀석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따가운 자외선에 얼굴이 그을릴까봐 진흙으로 머드 팩도 했다. 그러나 최고의 시간은 항구에 뗏목을 정박시키고 점심을 먹는 시간이었다.

오후에는 숲 탐사가 있어 아쉬웠던 오전 일정도 서둘러 마무리해야만 했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근동에서 가장 유명한 절이라는 불갑사로 향했다. 불갑사를 품에 안고 있는 불갑산 중턱에 천연기념물인 참식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곤충 채집을 위한 잠자리 채를 비롯하여 플라스틱 용기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떠났지만 한여름 숲에 사는 작은 모기들은 아이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근 채 가재와 고둥을 잡아도 보고 돌 틈 사이사이에 곱게 핀 하늘나리 등 우리 꽃 야생화에 흠뻑 취해보기도 한다. 새참은 교장선생님이 직접 요리하는 삼겹살 쌈이다. 대자연 속에서 먹는 고기 맛은 비할 데가 없을 만큼 별미였다. 아이들은 자장가 같은 자연의 소리에 못 이겨 스르르 곤한 잠에 빠지기도 했다.

밤에는, 불과 며칠이지만 그 동안 보고 싶었던 부모님께 영상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영상비디오를 전담하는 선생님의 '레디 고'에 맞춰 '엄마, 아빠 고맙습니다'를 시작으로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를 쓴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는 여학생도 있다. 며칠간의 자연 생태체험이 이들을 성숙하게 만든 것일까?

소중한 환경을 배우며 시작한 넷째 날

처음 만들어 보는 도자기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침부터 잘해보려 애를 썼지만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장면들만 속출했다. 하지만 끝내 도자기 만들기에 성공한 학생들은 구워져 나올 도자기의 형상을 그리며 벌써부터 부모님께 자랑하고픈 꿈에 부풀어 있기도 했다.

장난을 하느라 온통 진흙범벅이 된 손과 얼굴을 씻어내고 뒤이어 맛있는 감자수제비를 만들어먹는 시간, 흙을 주무를 때와는 달리 제 멋대로 모양을 만들었어도 맛은 일품이다.

오후에는 구슬공예 강사를 초청하여 어머니께 드릴 예쁜 구슬 목거리를 만들었다. 솜씨는 별로 없었지만 이만하면 올 여름방학 용돈 걱정은 잊어버려도 될 것 같다.

공예시간이 끝난 후 곧바로 오늘 일정의 최대 관심사였던 재생비누 만들기 체험으로 들어갔다.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새마을부녀회장님들이 동참하여 수질오염의 최대 주범인 폐식용유의 무단방류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폐식용유를 수거해야 할 필요성과 재생비누를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수질보호는 물론 자원절약에도 보탬이 된다는 부녀회장님들의 열변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아이들은 재생비누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미리 준비한 폐식용유를 입구가 넓은 통에 쏟은 후 양잿물이라고 알려진 과산화수소를 첨가하여 열심히 저었다. 젓는 것도 양방향이 아니라 한쪽 방향으로만 저어야 했다. 한참을 저은 후 조금씩 굳어져 가는 내용물을 용기에 붓고 건조를 기다리는 것으로 재생비누 시연회 체험은 모두 끝이 났다.

새마을부녀회장님들이 가져오신 맛있는 과일을 먹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니, 계절학교의 마지막 밤이 되었다. 아이들은 내일이면 서로 헤어져야 한다는 섭섭함을 숨기지 못하고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며칠 더 있고 싶다고 고집을 피워보지만 소용이 없다.

한밤의 영화제가 끝나고 청사초롱에 불을 밝힌 후 다음을 기약하는 나눔과 약속의 시간이 이어졌다. 모두들 숙연한 마음으로 지난 4일간을 회상하면서도 헤어져야 한다는 슬픔에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가에는 이슬 방울이 맺혔다. 그 동안 헌신적으로 지도를 해주셨던 선생님들과의 이별도 못내 아쉽다. 다음에 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다짐만으로 이 슬픔을 갈음하기에는 너무나 약하다.

다음날 아침, 드디어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동안 여름 계절학교의 체험학습을 통해 배우고 느꼈던 점들에 대해 소감문을 썼다.

학교에서 준비한 설문에도 답을 하고, 친구들과 못다한 이야기들을 마무리하느라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아침부터 바쁘게 음식을 장만한 영양사 선생님은 돌아가는 도중에 먹으라고 정성들여 만든 찹쌀 약밥을 한 덩이씩 아이들 손에 쥐어준다.

이제는 이별을 해야 할 시간

선생님들의 인솔 하에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면서도 못내 마음은 학교에 가 있는 듯 연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본다.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대는 교직원들의 환송을 끝으로, 대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부대끼며 소중한 자연을 배우고 체험했던 4박 5일 동안의 빠듯한 계절학교 일정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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