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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골 옥류(玉流)
주전골 옥류(玉流) ⓒ 김정봉
오색, 주전. 모두 이름이 특이하다. 오색(五色)은 오색석사의 마당에 한 나무가 있었는데 이 나무에서 다섯 가지 색의 꽃이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하기도 하고, <삼국사기>에 의하면 설산(雪山)에 오색사가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다섯 가지 색의 꽃이 핀다는 오색화
다섯 가지 색의 꽃이 핀다는 오색화 ⓒ 김정봉
주전(鑄錢)은 조선 중엽 오색석사의 한 승려가 위조 주화를 주조하다 발각되어 오색석사는 불 질러 폐사되었고 그 후 이 일대가 주전골이라 불리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색석사는 폐사되고...
오색석사는 폐사되고... ⓒ 김정봉
아무튼 오색과 주전골은 이름이 재미있는데 오색약수터를 거쳐 주전골로 들어가는 길은 이름 만큼이나 재미있고 아름답다.

매표소 근처 다리 밑 너럭바위에서 솟아나는 약수는 말랐는지, 수질검사 중인지 함석으로 덮어 놨고 대신 그 옆에 돌거북의 입에서 약수가 뿜어나오고 있다. 이 약수는 맛이 밋밋하여 보통 야산에서 볼 수 있는 약수다.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여기에서 2km정도 가면 제2의 약수터가 있고 게다가 보기만 하여도 목마름이 사라질 주전골 옥수가 있으니 말이다.

약수터를 벗어나 옥류를 따라 약 1Km 남짓 가면 오색석사가 나온다. 계단 위로 올라 서면 오색의 유래라는 표지판과 함께 철책으로 보호를 하고 있는 나무가 있다. 이 나무가 다섯 가지 꽃이 핀다는 오색화라는 나무인 듯한데 그냥 보아선 복숭아나무 같다.

오색화나무 옆에 있는 약수는 물이 차고 달아 앞서 먹어본 돌거북 약수보다 맛이 좋다. 마당에는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살결이 뽀얀 석탑이 서 있는데 이 석탑이 신라 시대의 삼층석탑으로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오색석사 삼층석탑(보물 제 497호)
오색석사 삼층석탑(보물 제 497호) ⓒ 김정봉
오색석사를 지나면 주전골의 참 맛이 드러난다. 계곡 양편으로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쳐져 있고 그 사이로 물이 흐른다. 그 물색은 계곡의 산색과 바탕색이 어우러져 뭐라 표현할 길이 없고 그냥 옥이 녹아 흐르는 듯하다.

옥수(玉水)
옥수(玉水) ⓒ 김정봉
이제나 저제나 물 속에 들어 갈까 망설이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발목까지만 물에 담그고 앞을 보니 한 폭의 산수화라. 맑게 흐르는 물(淸流)은 절의(節義)를 지키는 사람을 보는 것 같고 갈라진 바위 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보면 질긴 생명력을 가진 한국인을 보는 것 같다.

산수화 청류(淸流)
산수화 청류(淸流) ⓒ 김정봉
좀 더 길을 올라가면 너럭바위 위에서 솟아나는 제2의 약수라 불리는 약수터가 있다. 단물을 뺀 사이다의 맛이랄까, 약간은 비릿한 녹물의 맛이 나는데 어떤 어린애가 엄마 보고 "엄마, 피 맛이 나는 것 같아"라고 한다. 내가 들어본 약수 맛을 표현한 것 중 제일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제2약수터 /인내( 忍耐)
제2약수터 /인내( 忍耐) ⓒ 김정봉
다음은 이 약수에 대한 안내문으로 재미있는 표현이 있어서 전문을 옮겨 본다. 나는 이 안내문을 읽고 욕심 내어 한 바가지 더 먹었다.

"오색 약수의 하루 용출량은 1500리터 정도 되며 조선 왕조 중엽인 1500년 무렵에 지금은 흔적조차 없어진 절인 오색석사의 스님이 발견했다고 한다. 이 물은 철분이 많아서 위장병, 신경쇠약, 신경통, 빈혈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하며 가재나 지렁이를 담그면 곧 죽어 버릴 정도로 살충력이 강하여 뱃속의 기생충이 없어지기도 하고 아무리 많이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약수 맛을 보기 위해 바가지를 들고 기다리고 있는데 언뜻 한 폭의 그림이 보였다. 계곡에서 불어 오는 바람 때문인지 숱이 별로 없는 한 그루 마른 소나무가 계곡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 한 폭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제목은 마른 소나무고 내가 본 제2의 산수화라 부를까?

산수화 마른 소나무
산수화 마른 소나무 ⓒ 김정봉
제2약수터를 돌아 조금 올라가면 선녀탕을 만나는데 거기에 다음과 같이 안내문이 쓰여 있다.

"옥 같이 맑은 물이 암벽을 곱게 다듬어 청류로 흐르다 목욕탕 같은 깨끗하고 아담한 소를 이룬다."

한번 읽어서 금방 들어오지 않는 문구에다 '목욕탕 같은 소'라는 표현에 입가에는 웃음이 번진다.

선녀탕
선녀탕 ⓒ 김정봉
주전골 곳곳에는 수영 금지 푯말이 붙어 있다. 어린애들은 몰라도 어른들은 탁족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이래서 주전골은 실버여행지로 제격인지 모르겠다. 선녀탕에서 지금까지 걸어 왔던 길보다 조금 가파른 길을 올라가면 용소폭포가 나오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선녀탕에서 마무리를 하였다. 이래저래 이번 여행은 '실버여행'으로 그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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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不自美 因人而彰(미불자미 인인이창), 아름다움은 절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인하여 드러난다. 무정한 산수, 사람을 만나 정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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