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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이기원
매일 지속되는 폭염의 더위 속에서 가을의 의미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입추가 지났어도 우리네 사는 터전은 여전히 덥고 끈적끈적하고 짜증이 나서 여전히 한여름의 느낌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잠시 눈을 돌려 주변을 살펴 보면 분명 계절은 바뀌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무더위가 고마운 건 풀이며 나무들이 꽃잎을 떨어뜨리고 열매를 맺을 에너지를 공급해 주기 때문입니다. 가을을 준비하는 나무며 풀들이 서서히 열매를 맺어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솜털 보송보송한 작고 귀여운 열매입니다.

봉숭아가 있습니다. 울밑에 선 봉숭아가 아니라 아파트 입구 꽃밭에 선 봉숭아입니다. 봉숭아 꽃잎 따서 손톱에 물들이는 게 숙제라며 두 아들 녀석이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인 게 일주일쯤 전으로 기억됩니다.

그새 봉숭아 꽃보다 열매가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저 열매를 꼬옥 누르면 톡 터지면서 갈색 씨가 사방으로 튀어 나가지요. 아직은 터질 정도로 여문 열매는 아닙니다. 가을 햇살이 짙어질 무렵 봉숭아 열매도 노랗게 익어갈 겁니다.

ⓒ 이기원
봉화산 등산로 중턱에 서서 햇살을 받고 있는 강아지풀입니다. 이 녀석도 열매가 자라고 있습니다. 가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지요. 어린 시절 강아지풀은 여러 용도로 쓰였지요. 강아지풀을 꺾어 털을 반쯤 훑어 내고 침을 발라 논두렁 위에서 조용히 흔들다 보면 개구리란 녀석이 풀쩍 뛰어올라 흔들리는 강아지풀을 덥썩 물곤 했지요. 개구리란 녀석은 움직이는 걸 보면 일단 먹이로 여겨 물고 보는 습성이 있습니다.

친구들과 들판에 뛰어다니다 강아지풀 쑤욱 뽑아 들고 몰래 뒤에가서 목덜미를 간질러 주기도 했습니다. 가을이 되면 강아지풀을 뽑아 거꾸로 들고 메뚜기를 잡아 줄기에 꿰면서 들고 다녔지요. 강아지풀 줄기가 잡은 메뚜기로 채워지면 집으로 들고 와서 간장 넣고 빨갛게 볶아 먹기도 했지요.

ⓒ 이기원
도토리도 달렸네요. 모자를 뒤집어쓰고 머리를 맞대고 붙어 있는 걸 보면 귀여운 꼬마 녀석들이 머리 맞대고 쉬고 있는 걸 보는 느낌입니다. 아직은 모자에 비해 몸이 작기만합니다.

하지만 저 도토리도 가을이 되면 금방이라도 모자를 터뜨릴 것 같은 큼직하고 튼실한 열매로 자랄 겁니다. 도토리가 튼실한 열매가 되면 다람쥐 청설모가 도토리를 먹이로 해서 겨울나기 준비를 하겠지요.

ⓒ 이기원
산초나무에도 열매가 달렸습니다. 동글동글한 게 꼭 어린 콩 처럼 보입니다. 함께 산을 오르던 아내는 저 산초 열매는 가을에 꼭 따가야겠다고 눈도장을 찍어 놓습니다. 아내의 꿈이 이루어지면 산초 열매가 진한 포도색을 띠어갈 무렵이면 산초 기름에 두부를 구워 먹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식물들이 가을이 되면 열매를 맺습니다. 아직은 여름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계절의 변화에 민감한 식물들은 자신의 열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더위가 갈수록 더해간다 해도 새벽에 옷깃을 스치는 바람에는 가을의 서늘함이 묻어 있습니다. 들녘의 나무와 풀들도 열매를 맺어 키워가면서 가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에 맞는 색깔과 크기의 열매를 키워나가는 나무며 풀들을 바라보면서 문득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가을을 맞기 위해 어떤 열매를 준비하고 있을까요? 준비된 열매에는 자신의 색깔과 느낌이 얼마나 담겨 있을까요? 아직 준비를 못했으면 지금이라도 준비를 해야 될 겁니다. 준비없이 가을을 맞을 순 없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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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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