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는 7월 28일치 1면에 <대구지하철노조 ‘양보안’ 제시>란 기사에서 “지하철 노조가 공사측의 교섭안을 대폭 수용하고 인력 충원을 최소화하는 수정안을 제시, 협상 진행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여 협상 타결 등 귀추가 주목된다”며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반면 <매일신문>은 7월 28일치 35면에 <‘반쪽’ 수정안>이란 기사에서 “그러나 근무 형태 및 인력 충원에 대해 노사의 의견 차가 여전히 큰 데다 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도 노사가 팽팽히 맞서 있어 조속한 파업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평했다.
'시민 불편’만 부각, 파업의 주요 내용 전달 실패
‘시민 불만ㆍ불편’ 보도로 파업에 영향을 끼치려는 신문의 낡은 모습이 이번에도 또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보도 태도는 결과적으로 파업을 하는 노조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칠하는 쪽으로 치우친다는 점에서 이제는 삼가야 한다. 이번에도 이른 폐해가 반복되었는데 쟁점이 되어야 할 ‘안전 지하철’ 문제는 묻혀 버리고 노조에 대한 여론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번 지하철 파업 보도에 있어서 <영남일보>와 <매일신문> 모두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먼저 <영남일보>부터 살펴보자. 7월 23일치 27면에 <“날씨도 더운데‥대구지하철‥그만해라”>란 기사에서 “시민들은 시내버스 파업과 대형병원 파업에 이어 찜통 더위 속에 지하철 파업까지 겹치자 ‘해도 너무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8월 3일치 1면에 <“적자鐵‥파업鐵‥염치도 없나” 시민 분노 폭발>이란 기사에서 “황강호씨는 “대구지하철 종사자들이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며 “어떻게 수천억원의 누적 적자를 갖고 있으면서도 파업할 생각을 하는지 같은 직장인으로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음으로 <매일신문>을 살펴 보자. 7월 21일치 35면에 <“또 시민볼모‥속 터져”>란 기사에서 “대부분의 시민들은 ‘시민을 볼모로 한 연쇄 파업’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 시민들은 “장기 불황으로 너도나도 어려움을 겪고 지하철의 운송 적자가 하루에 1억원이 넘는데도 파업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시민들은 지하철 파업의 ‘명분이 전혀 없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또 7월 22일치 31면에 <“막차 일찍 끊겨 황당”>이란 기사에서 “지하철 운행 평소보다 1시간 당겨져 모르던 시민들이 헛걸음쳤고 승차권은 끊고도 무용지물”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7월 28일치 35면에 <파업 장기화 ‘찜통 지옥鐵’>이란 기사에서 “지하철이 시민들에게 ‘짜증철’이 되고 있다.‥냉방기 가동이 중단된 역사 안은 바람조차 없어 역사 바깥보다 체감 온도가 오히려 더 높았다. 윤태난 씨는 “10분 정도 전동차를 기다리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라며 “여간 고통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고 보도했다.
그 밖에도 7월 31일치 23면에 <“지하철 노조 규탄집회”>란 기사에 “‘파업만능 집단 보신주의 앞에 시민 권리가 무시되고 있다’”는 대구시아파트연합회의 성명서가 실렸고, 8월 7일치 1면 <“시민 불편 안중에 없나”>란 기사에는 “대구지하철 노조만이 나홀로 파업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노사 양측이 양보 없이 팽팽한 신경전만 거듭, 비난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내용이 실렸다.
파업 막아서는 <매일신문>의 ‘지하철 적자’ 논리
대구지하철은 연 400억원 정도의 운영적자를 내고 있다. 또 부채도 1조7천억원 정도 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파업 불가의 이유는 될 수 없다. 왜냐하면 파업권은 법에 보장된 당연한 권리일 뿐만 아니라 1997년 1호선이 개통된 대구지하철이 2003년까지 총 6시간밖에 파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동안 적자와 부채는 계속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파업과 적자ㆍ부채는 관계가 없거나 있더라도 아주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매일신문>은 지하철 적자 운운하며 노조의 파업을 막으려했다. 7월 21일치 사설 <대구지하철이 파업할 때인가>에서 “노조측은 대구지하철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연 400억 원의 운영적자 등 누적적자로 사기업 같으면 이미 파산했을 사업장이다”이라며 노조의 파업을 비판했다.
또 8월 4일치 사설 <이러다 대형事故 나면 누가 책임지나>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선 대구지하철 노조가 먼저 파업을 풀어야 한다”며 “매년 400억원의 적자를 보는 공기업이 파업을 한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시선이 애시당초부터 곱지 않았다“고 노조를 비난했다.
더군다나 이런 ‘적자 논리’는 대구시와 대구지하철공사의 주장과 흡사해 <매일신문>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7월 21일 파업 관련 담화문에서 “(노조는) 지하철이 연간 400억 원의 운영 적자를 시민 혈세로 충당하고 있음을 감안, 시민들에게 더욱 봉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조속한 현업 복귀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또 손동식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은 7월 20일 언론 보도에서 “매년 운영 적자만 400억원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는)‥현실을 노조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노조 비판에 적자 논리를 끌어들였다.
위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매일신문>은 노조의 부정적 이미지를 드러내는 보도를 여러 차례 했는데 간단히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7월 23일치 1면에 실린 <대구지하철공사 연봉 6급 6년차 4350만원>이란 기사는 고임금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 이번 파업의 쟁점을 흐리고 노조 파업을 무력화시키려 했다는 의심을 샀다. 뿐만 아니라 임금액도 과장되었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리고 7월 28일치 35면에 실린 <파업속 지하철 ‘취업 접수’>란 사진과 7월 30일치 27면에 실린 <취업전쟁과 파업투쟁>이란 사진 두 컷은 대구지하철 공채시험에 원수를 접수하려고 온 응시생들과 파업하는 노조원들을 교묘하게 대비시켜 노조원들을 배부른 투정꾼 정도로 비치게 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지역신문, 특히 <매일신문>은 노조를 비난하는 여론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식의 여론몰이는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여론을 등에 업은 사측의 교섭 태만을 불러와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설령 노조가 비난 여론에 떠밀려 파업을 철회하는 일이 발생한다 하더라도(실제로 타 지역의 지하철 노조와 LG칼텍스정유의 노조의 경우 언론의 여론몰이에 떠밀려 파업을 철회했다) 이것은 문제의 봉합이지 해결이 아님은 분명하다. 따라서 ‘노조 비난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의 보도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끝으로
8월 9일의 10차 본교섭도 결렬됐다. 노조의 수정안에 공사가 기존 입장으로 맞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사측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시민 비난 여론이 노조에 쏠려 있는 이번 기회에 노조를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강성 주장이 공사 내에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노조에 따르면 손동식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이 ‘외부의 쪽지’를 받고는 일방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 교섭이 결렬됐다고 하는데 대체 이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손 사장의 태도가 혹시 그의 대구시 공무원 신분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만약에 그렇다면 이제 대구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이제 와서도 공사 사장을 임명하고 2호선 조직개편안을 승인한 대구시가 뒤에 앉아 시간만 보낸다면 2ㆍ28참사 졸속 처리에 이은 또 한번의 시민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