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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동의 교도관이 복도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 가운데 한 수감자가 어수선한 복도의 상황이 궁금한 듯 내다보고 있다.
한 사동의 교도관이 복도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 가운데 한 수감자가 어수선한 복도의 상황이 궁금한 듯 내다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11일 낮, 한반도 전체가 그랬던 것처럼 전남 광주교도소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이날도 광주의 최고기온은 32.5도까지 올라갔다. 기자를 포함해 사진, 카메라 기자 3명 모두 교도소 내부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다.

1908년에 개청한 광주교도소는 71년에 현재 규모로 증축됐다. 8월 9일 현재 총 수용인원은 미결수 7백여 명을 포함해 총 2천5백여명이며, 다른 교도소들에 비해 마약사건 관련자(400여명)가 많다. 이들을 관리하는 직원은 410여명과 경비교도대원 130명 정도가 있고, 재소자들에 대한 직접업무를 맡은 보안관련 직원은 250명 정도.

먼저 징벌사동으로 향했다. 철문을 넘어서면서부터 군생활을 교도소에서 하고있는 경비교도대 근무자의 "근무 중 이상없습니다!"는 구령소리가 쇠창살을 통해 울리기 시작한다.

재소자들의 빨래가 가지런히 걸린 건조대가 사동 바로 옆에 붙어있다. 밖에서 흔히 '뺑끼통'으로 불리는 화장실에서 목욕물을 끼얹던 재소자가 놀란 듯 우리를 쳐다봤다.

징벌사동은 재소자들이 사고를 쳐서 '금치' 결정을 받았을 경우 수용되는 공간이다. 30여 개의 방이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배치돼 있다. 재소자들은 교도관들과 함께 갑자기 나타나 부산을 떨고있는 우리를 호기심, 심드렁함과 일부 살벌함이 섞인 얼굴로 쳐다봤다.

한 교도관이 0.79평 크기의 징벌방들 중에서 비어있는 방 하나를 오마이뉴스 기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한 교도관이 0.79평 크기의 징벌방들 중에서 비어있는 방 하나를 오마이뉴스 기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징벌방에 수감된 몇몇 재소자들이 배식구밖으로 거울을 내어서 기자들과 교도관들로 북적대는 복도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징벌방에 수감된 몇몇 재소자들이 배식구밖으로 거울을 내어서 기자들과 교도관들로 북적대는 복도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징벌방, 0.79평에 두 명씩 수용

징벌방 1개 크기는 화장실을 포함해 0.79평, 고시원의 쪽방 1개의 크기이거나 그보다 조금 커 보인다. 방의 맨 뒤쪽에 좌변기 없는 수세식 화장실과 수도가 설치된 공간이 거실과 바로 연결돼 있다. 화장실 벽위로 큰 창문이 나 있어, 징벌사동 전체가 어두운 느낌은 없다. 이런 방 하나에 보통 1∼2명이 들어간다. 시찰구를 통해 잠시 들여다 보았다. 뒷 사람이 벌린 다리 사이에 앞사람이 앉아있는 모습이 무더워 보인다. 감색 바지에 웃옷은 모두 러닝셔츠 차림이다.

포승이나 수갑, 손과 발을 함께 묶는 사슬, 안면 보호구 등 이른 바 '계구'를 착용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간 때문일까. 교도관들은 "난동이 있을 경우에는 계구를 사용할 수 있지만, 상황이 끝나면 바로 떼내야 한다"며 "관련 행정절차가 복잡해 이마저도 잘 안하려 한다"고 말한다. "더구나 이런 과정에서 진정과 고소·고발이 빈번하기 때문에 우리도 어지간하면 그렇게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교도관들은 사진과 카메라 기자에게 재소자들 얼굴이 기사에 나오면 절대 안된다고 주의를 줬다. 취재기자는 물론이고 그렇게 방치한 자신들도 진정과 고소·고발의 대상이 된다는 것.

빈방에 같이 들어간 보안과장에게 물었다. "딱 껴안고 잘 수밖에 없겠네요?" "그래도 잘 들 잡니다."

이어 "지하 징벌방은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90년대 초까지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지하징벌방이 있는 교도소는 전국에 한 곳도 없을 겁니다." 수도를 틀어보았다. 물은 잘 나왔다.

야간에는 관리자 1명이 337명 통제

배식구를 통해 본 재소자들 중 일부는 무더위를 이기느라 웃옷을 벋은 채 쉬고 있거나, 책을 펼쳐들고 뭔가를 적고 있었다.
배식구를 통해 본 재소자들 중 일부는 무더위를 이기느라 웃옷을 벋은 채 쉬고 있거나, 책을 펼쳐들고 뭔가를 적고 있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직원 폭행 급증... 올 상반기 73건

교정시설 수용자의 직원 폭행건수의 대부분이 2000년 이후 집중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 12일 대전교도소 사건 이후 법무부 교정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94년 1월부터 올해 7월 15일까지 직원 폭행건수 420건 중 85%인 358건이 2000년 이후에 발생했다. 97년까지 한 자리수에 머물던 사건은 98년 15건으로 늘었고, 99년 31건, 2000년 37건, 2002년 92건이다가 작년에는 115건, 올해 상반기만 73건에 달했다.

법무부 교정국은 폭행동기로는 처우불만이 42.8%로 가장 높았고, 그 뒤 우발적인 충동 26.6%, 자기과시 25.7%등으로 꼽았다. 폭행자들을 죄명별로 분류하면 폭행관련자 32.9%, 강도 15.5%, 살인 11.2% 등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가스총 사용 등 법률상 허용된 강제력 행사 △재소자와 직원이 직접 부딪치지 않도록 분리하는 펜스 설치 △청송 제2교도소에 개선극난자 집금 수용 △상습 무고성이 농후한 고소·고발, 진정·청원자에 대한 제재방안 강구 등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안들에 대해 재소자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어, 이후 다양한 의견교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일반 사동인 3사동으로 발길을 옮겼다. 작업을 나가는 출역자를 재외한 재소자들이 30분의 운동시간을 제외한 하루 대부분을 '거실'에서 보낸다. 3사동 수감자는 상층 135명, 하층 202명으로 총 337명. 이들의 평균누범수는 8.6범.

이들은 징벌방과 같은 0.79평짜리 독거실, 1.75평에서 2.43평까지인 중거실, 4.88평인 대방 등에 분산수용돼 있다. 모두 화장실을 포함한 크기다. 각 방마다 텔레비전과 선풍기가 1대씩 돌아가고 있다. 물론 냉장고는 없다.

징벌방과 일반사동의 독거실이 징벌사동과 일반사동에 있다는 것 뿐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같은 크기에, 수용인원도 비슷하다. 동행하고 있는 교무과장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계구를 채우거나, 면회·접견을 제한하지도 않고, 징벌방 감치기간도 10일이나 2주 정도"라며 "징벌효과를 내기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징벌을 받게되면 가출옥 기회를 잃게 된다. 때문에 징벌방을 갔다온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낮에는 상층과 하층에 각각 1명씩, 밤에는 1명이 3사동의 근무를 맡는다. 교도관 1명이 낮에는 202명을, 밤에는 337명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냥 쳐다보는 정도라면 심할까. 미결수 사동은 이보다 더 심각해 1명이 288명을 통제할 때도 있다고 한다. 이어지는 수감시설 내 자살을 막지 못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말은 독거실이지만 2명이 들어가 있는 방이 많다. 적게는 13명, 많게는 15명까지 들어가 있는 대방(큰방)은 벽의 한 쪽이 창살로 돼 있어 내부의 모습이 훤하게 보인다. 식사를 기다리는 재소자들이 방안에 3열로 앉아 있다. 이들이 앉은 공간과 화장실을 제외하면 빈 곳이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교정시설 '수용자 1인당 0.75평' 법무부 규정 위반

철창밖 창문틀에는 재소자들이 키우는 화분 한두개와, 볕좋은 한낮에 빨래를 말리기 위해 수십벌의 속옷이 내걸려 있다.
철창밖 창문틀에는 재소자들이 키우는 화분 한두개와, 볕좋은 한낮에 빨래를 말리기 위해 수십벌의 속옷이 내걸려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독거실에 1인이 들어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이 사동은 전체가 법무부 규정위반이다. 법무부 규정은 '수용자 1인당 0.75평'이나 전국적으로 이런 규정을 만족시키는 교정시설은 거의 없다. 대방은 7명이 적정인원이기 때문에 규정의 2배 인원이 수용돼 있는 셈이다. 수용정원이 1650명인 곳에 2천5백명 가까운 수용자가 들어있으니 자동적으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여름에는 같은 방에 있는 사람들이 원수같다"는 출소자들의 말을 이해할만 했다. 재소자들은 물론 교도관들도 셔츠가 흠뻑 젖어 있었다. 겨울에는 복도 천장에 설치돼 있는 파이프를 통해 열기가 전달된다. 바닥에 온돌이 깔린 교도소들도 있다.

심각한 인력난과 부족한 교정시설은 물론 이곳만이 아니다. 전국 47개 교정기관의 수용정원은 4만6천여명이나 실제는 6만명이 넘게 들어가 있다. 이들을 담당하는 교정직 공무원은 1만1800명여명, 교도관 1명당 수용자는 5.1명으로 중국(1/5.0명), 캄보디아(1/4.9명) 등을 제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실질적으로 수용자 계호를 맡고있는 보안업무 직원과 수용자간 대비는 광주교도소의 경우 1:120 정도이고, 다른 곳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은 교도관들의 업무과다와 각종사고는 물론 재소자들의 접견과 외부치료 제한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동을 지키고 있던 최 아무개 교사는 "소내 의료시설이 열악해 외부치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밖으로 나갈 때는 계호인력이 3명은 붙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내부인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급적 억제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수감시설과 교도관을 늘리는 것만이 해결방안?

그렇다면 수감시설과 교도관을 늘리는 것만이 해결방법일까. "물론 기본적인 시설과 인원은 늘려야겠지만, 검찰과의 유기적 협조로 불구속 수사를 확대하고 가석방 제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교정당국이 제시하는 해결방안 중 하나다. '불구속 수사 원칙'을 실질적으로 구현하자는 것이다.

작업장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교정직원들의 옷을 만들고 있는 옷 공장에서는 99명의 '출역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으나 감독교도관은 1명. 선풍기도 감독자의 간이 사무실에 단 1대. 출역자들은 소내 생활이 모범적인 재소자들이지만 교도관들은 너무 적은 인원이 감독을 하고있기 때문에 긴장을 풀 수가 없다고 한다.

작업장을 참관중인 기자 옆에서 황토색 옷의 재소자가 가위를 갈고있는 모습을 본 교도관은 곧바로 "나중에 하라"고 지시했다. 외부사람들까지 들어와 있기 때문에 위협적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황토색 옷을 입은 재소자들은 1급수, 즉 모범수들임에도 최근 빈발하고 있는 사건들이 이들을 위축시킨 것이다.

군용 탄알박스를 만들고 있는 목공장도 80명이 출역하고 있으나 역시 관리자는 1명. 끌, 망치 등 작업용구들이 널려있는 이 곳의 관리자인 김 아무개 교사는 "4명 정도는 있어야 제대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토로한다. 각종 철제 장비와 용구들이 있는 건축배관 훈련실도 상황은 비슷하다.

교정직원들의 옷을 만들고 있는 옷 공장에서는 99명의 '출역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감독교도관 1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교정직원들의 옷을 만들고 있는 옷 공장에서는 99명의 '출역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감독교도관 1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미싱과 가위 등을 이용해서 재소자들이 옷을 만들고 있다.
미싱과 가위 등을 이용해서 재소자들이 옷을 만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군용 탄박스를 만들고 있는 목공장에서 끌, 망치 등 작업용구들이 조금은 허술해 보이는 자물쇠가 달려있는 도구함에 보관되어 있다.
군용 탄박스를 만들고 있는 목공장에서 끌, 망치 등 작업용구들이 조금은 허술해 보이는 자물쇠가 달려있는 도구함에 보관되어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수용자 1인당 1년 의료비 8만8천원... 1일 작업대가 1500원

출역자들의 하루 노임은 얼마나 될까. 작업 난이도와 개인의 숙련도를 고려해 '1급상'이 5천원으로 최고, 직업훈련생들이 최저인 500원을 받는다. 출역자들은 평균 1542원을 받는다. 출소 이후 자립기반을 잡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않는 금액이다.

오전에 외부로 출근해 작업을 하고 오후에 귀소하는 외부통근자들도 예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외부 작업시 계호가 어려운데다, 탈주사건도 벌어져 업체들의 호응도가 떨어지면서 현재는 돗자리 공장에만 소수가 나가고 있는 상태다.

담장밖도 마찬가지지만, 몸이 아플 때 힘든 것은 담장안이 더하다. 이곳의 경우 의사 5명(공중보건의 3명 포함)과 간호사 2명, 의료기술직 1명이 배치돼 있다. 의사 1명이 500명 정도를 맡고있는 셈이다.

1일 평균 진료인원은 243명, 투약자는 600명을 넘는다. 의료시설이 열악해 치료가 요구되는 수용자 대부분은 사회병원으로 나가야 하고, 수용자 1인당 1년 의료비는 8만8727원에 불과하다.

한 교도관이 시찰구를 통해 재소자들을 살펴보고 있다.
한 교도관이 시찰구를 통해 재소자들을 살펴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재소자 인권침해로 나타나서는 안 돼

취재과정에서 만난 교도관들은 "재소자들이 교도관들을 폭행하고 폭언하는 것을 막는 대책을 요구하는 것 뿐"이라며 최근 사태 때문에 재소자들의 인권이 침해되거나, 재소자들의 인권신장 노력이 위축되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반응들이었다.

처음 찾아가본 교도소여서 그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었지만, 영화와 대학시절 '감옥'에 갔다왔던 친구들로부터 들었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즉 닫힌 공간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고립된 섬은 아니었다. 없는 것처럼 여겨졌던 이들이 세상의 변화와 함께 자신이 누려야 할 것을 찾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은 이곳도 예외가 아니었다.

첨언하면, 교도소 내부 취재 때 교정관계자들이 재소자 인터뷰를 허용하는 등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전교도소 사건이 나기 전에 교도소 취재 요청을 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외부에 모든 모습을 다 보여주는 것은 부담스러워한 것도 사실이다.

대전교도소 사건을 계기로 교정시설도 투명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돼 있다. 교정발전을 위해 내부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언론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교정기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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