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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한국경제의 미래와 도전-기업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강철규)가 주류경제학자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다. 재계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당분간 고수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까닭이다.

일부 경제학자는 4∼5%의 지분으로 40∼50%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재벌 일가족의 행태를 옹호하며, 공정위의 규제정책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이러한 논리에 대해 공정위 조학국 부위원장은 "1주로 10배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시장원리에 맞느냐"고 맞받으며 열띤 공방을 벌였다.

13일 오전 서울 연세대 상경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제11차 국제학술대회 제2전체회의. '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한 이날 토론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둘러싼 공정위와 주류경제학자들간의 논쟁이 펼쳐져 관심을 모았다.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고? 공정위 "상관관계 극히 미미"

▲ 조학국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강철규 위원장의 불참으로 대신 발제에 나선 조 부위원장은 출자와 투자 간의 상관관계가 미미하다는 근거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한시적 유지원칙을 고수했다. 반면, 발제 및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경제학회 소속 주류경제학자들은 굴지의 국내 대기업이 적대적 M&A(기업인수 및 합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폐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조 부위원장은 발제 초반,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한 최근의 부정적 인식을 의식한 듯, 출자와 투자가 '상관관계'가 낮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조 부위원장은 "우리가 여러 연구기관에 용역도 주고 결과도 분석을 해 본 결과 출자총액제한제도가 기업의 투자와는 불과 6∼7% 정도의 상관관계 밖에는 없었다"며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판단을 하건대 출자가 투자를 저해하지는 않는다"고 단호하게 못박았다.

그는 여담임을 전제로 "기업이 이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내 생각에는 투자에 대한 우려 때문이 아니라고 본다"며, 재계의 폐지주장 이면에 다른 목적이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그는 기업의 소유구조가 지배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재벌기업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지분과 의결권과의 극심한 괴리현상을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소유지분이 4% 내외에 불과한 재벌일가가 40∼50%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과 관련, 조 부위원장은 "이는 시장원리에 위배된다"며 개선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조 부위원장은 이러한 기업지배구조 문제의 해소를 위해 ▲비상장기업에 대한 공시 ▲재벌오너 일가의 지분 현황의 명확한 공시 ▲담합행위에 대한 과징금 수준 인상 등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승훈 서울대 교수 "대기업의 경쟁력은 다각화" 출자총액제한 폐지 주장

▲ 이승훈 서울대 교수가 13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하지만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석한 3명의 한국경제학회 소속 주류경제학자들은 조 부위원장의 견해에 한 목소리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기업가의 혁신의지를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부터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까지 논거도 다양했다.

기업가의 역할론을 강조한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는 혁신을 제한한다"는 간명한 논리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와 관련해서 그는 "경쟁력을 앞세울 것이냐, 경쟁력 훼손하더라도 다른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것이냐를 검토해 규제해야지, 이렇게 되면 혁신만 저해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그는 잭 웰치 GE 회장이 비약적 점프(Quantum Leap) 전략을 통해 GE를 부동의 1위로 올려놓은 사례를 예로 들며, "출자총액제한 제도는 핵심 사업체 인수를 망치고 있기 때문에 잭 웰치가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했다면 비약적 점프 전략을 실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교수는 또 "재벌체제의 경쟁력은 '다각화'"라고 강조하며,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를 통해 대기업의 다각화의 길을 터 줘야 한다는 쪽으로 논리를 전개했다.

김종석 홍대 교수 "지분 4%로 의결권 40% 행사, 왜 시장원리에 어긋나나" 반문

김종석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층 더 노골적으로 대기업을 편들며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를 주장했다. 김 교수는 "선단식 경영의 폐해이든 정경유착이든 기업은 생존이 유리한 환경에 기회주의적으로 적응한 죄밖에 없다"며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기업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조 부위원장이 지분과 의결권간의 괴리를 언급했는데 대기업 총수일가가 4% 지분을 가지고 회사 전체 지배하는 것이 시장원리에 어긋나느냐"고 조학국 공정위 부위원장에 되물었다. 오히려 "10%의 지분만으로 10%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시장원리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왜 시장원리에 어긋나는지에 대해서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 문제인데 이는 내외부 견제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해소하는 것이 최선책이지, 출자총액제한으로 접근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며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론에 힘을 실었다.

이 교수는 "우리 대기업의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이 많고, 아직까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예상외로 위험성이 크다고 본다"며 경영권 방어측면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재검토 해 볼 것을 권유했다.

▲ 13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한국경제의 미래와 도전-기업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조 부위원장, 대대적 공세 불구 "출자총액제한제 당분간 유지해야"

이러한 대대적인 주류경제학자들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조학국 부위원장은 '당분간 유지'라는 소신을 꺾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 토론자들의 반대논리의 허점을 조목조목 꼬집어가며 반론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해외자본의 '적대적 M&A 가능성'을 언급하며 출자총액제한 제도와 금융의결권 제한의 폐지를 주장한 논리에 대해 조 부위원장은 근거가 희박하다며 다음과 같이 일축했다.

"외국인 직접투자 비율과 흔히 생각하는 주식투자와는 다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 비율은 40%이지만 직접투자 비율은 아주 낮다.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주식투자를 경영권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하지는 않지 않나. 그리고 주식투자자들은 분산돼 있다. 해외자본들이 모여서 회사 경영권을 확보해 새로운 CEO를 선임한다? 거의 쉽지 않다. 두 번째,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는데,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가 성과를 올리고 투명성을 높이고 신뢰구조 높여야 한다. 그런데 계열사에 대한 출자를 강화해서 경영권 강화하겠다? 이는 '넌센스'이다."

또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통해 직접 규제하는 방식보다 기업내부의 견제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주주총회에 가면 주주의 50%가 총수의 영향력 하에 있기 때문에 내부견제장치를 통해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현실을 잘 직시해야 한다"고 역으로 충고했다.

조 부위원장은 규제보다는 시장환경의 개선이 우선이라는 논리에 대해 "정부의 법·제도를 지키는 것을 기업은 환경으로 봐야 하지 않느냐"며 "내가 걱정하는 것은 기업이 자꾸 시장환경을 바꾸려는 것이 더 크지 않나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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