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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아내는 저녁에 콩국수를 만든다며 콩을 물에 담갔습니다. 밀가루 반죽을 해서 국수를 뽑아낸다고 녹즙기를 꺼냈습니다. 예전처럼 밀가루 반죽을 홍두깨를 이용해 밀어 칼로써는 것이 아니라 반죽을 녹즙기에 집어넣고 누르면 국수가 뽑혀 나옵니다. 밀가루 반죽을 홍두깨로 얇아질 때가지 밀어서 칼로 썰어 국수를 만들던 것에 비하면 참 편한 방법이지요.

콩을 불에 불려 껍질을 까고 삶아낸 다음 믹서로 갈아 콩물을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맷돌로 갈아 만들던 것이지요. 맷돌 아가리에 삶은 콩을 물과 함께 넣고 돌리면 옆구리로 하얀 콩물이 줄줄 흘러나왔지요. 힘들여 맷돌 돌려 만들던 것에 비하면 거저먹기나 다름없지요.

ⓒ 이기원
국수를 삶아 건져내서 그릇에 담고 콩 물을 넉넉하게 채워 넣으니 콩국수가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밥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는 일만 남았습니다. 두 아들 녀석이 입맛을 다시며 앉았습니다. 젓가락을 들어 국수를 집어 올리는 걸 보니 즐거움이 가득한 표정입니다. 시원한 콩국수 덕에 매일 저녁 찾아드는 열대야의 더위도 잠시 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만들어준 콩국수는 장모님이 만들어주시던 콩국수 맛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아내가 특별히 음식 솜씨가 뒤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믹서로 갈아낸 콩과 녹즙기로 뽑아 올린 면발로 만든 콩국수가 맷돌에 갈아낸 콩과 홍두깨로 밀어 칼로 썰어내 만든 콩국수 맛을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짬을 내어 장모님께 전화를 드려야겠습니다. 그러면 장모님은 맷돌과 홍두깨를 준비하실 겁니다. 예년 여름처럼 올해도 장모님은 콩국수에 가득 담긴 행복을 우리 가족에게 베풀어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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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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