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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봉화산 정상에서 거북바위를 향해 걷다가 잠시 앉아 땀을 식혔습니다. 비가 내린 뒤라고는 하지만 여름인지라 땀이 많이 흘렀습니다. 솔잎 사이에 머물고 있는 빗방울처럼 아내의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엔 땀방울이 머물러 있습니다.

비온 뒤라 그런지 곤충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암컷을 유혹하는 매미, 빗방울 머금은 보라색 칡꽃 사이를 유유히 날고 있는 나비, 건드리면 고약한 냄새를 선물로 주는 노린재 등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름을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곤충들이 더 많습니다.

아까부터 우리 부부 주변을 빙빙 돌던 녀석 하나가 우연히 내 손에 앉았습니다.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도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더군요. 머리를 보면 파리 같기도 하고 몸을 보면 파리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벌처럼 생겼다며 조심하라고 아내는 걱정을 합니다. 하지만 녀석은 꽁무니에 침이 있는 것 같진 않았습니다.

너는 누구냐고 물어봐도 대답도 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손에 앉아 겁도 없이 오랜 시간 버티는 꼴을 보니 파리 사촌쯤 되는 것 같습니다. 기왕에 내 손에 앉은 녀석 사진을 찍어주자며 아내에게 부탁했습니다.

사진을 찍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한참을 더 앉아 있다가 이젠 가야지 생각하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했다는 듯이 훌쩍 날아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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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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