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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설령 전쟁을 해서 군인들을 이긴다 해도 마을의 주민들이 전부 들고 일어나 입성을 막으면 결국 그 마을을 포기하거나 또는 빈 마을만 접수하게 될 수도 있었다. 에인은 생각의 갈래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불쑥 장수들에게 물었다.

"장수들 생각은 어떠하오?"
"강행한다면 우리 쪽 손실도 클 것입니다."

강 장수가 대답했다. 역시 썩 내키지 않는 내색이었다. 에인은 다음 점령지를 생각해보았다. 에리두와 가까운 바드 티비라였다. 그곳엔 근위병 외엔 군사가 없다고 했고 또 인구도 적어 먼저 슈르파크로 올라왔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곳은 에리두로 돌아갈 때 마지막으로 접수할 생각이었다.

에인이 점령지를 에리두, 바드 티비라, 슈르파크, 라라크, 시파르, 그렇게 갈지자로 결정한 이유는 그래야만 두 강과 그 사이의 내륙을 더 넓게 차지하는 것이고 그 하늘 또한 강과 내륙을 다 덮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라라크는 티그리스 쪽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절대 제외시킬 수 없는 곳이었다.

한데 만약 라라크가 어렵다고 해서 방향을 돌려 바드 티비라를 먼저 선택한다면 짧은 시일에 네 개의 도시를 점령한다는 성과는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남은 한 개의 도시는 여전히 어려움으로 남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내년 봄에는 반드시 국호를 선포하겠다'던 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올 수도 있었다. 에인이 강 장수에게 말했다.

"손실이 크다고 해서 다음 기회로 미룬다면 그건 그들에게 무장의 강도만 높여주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겠소. 생각해보시오. 바로 아래쪽인 슈르파크가 넘어갔는데 그들이 할일은 무엇이겠소? 철통같은 수비가 아니겠소?"
"그렇지요."
"따라서 여기서 물러난다면 우린 적을 보다 더 강화시킬 뿐이오. 그러니까 적은 점점 더 대적하기 어려운 상대가 되어간단 말이오."
"옳으신 말씀입니다. 언젠가 반드시 쳐야 할 곳이라면 그나마 지금이 좀더 나을 것입니다."

강 장수가 동의해주었다. 에인이 그 말을 되받아 얼른 물어보았다.

"그렇다면 강 장수께서는 당장 전투로 돌입할 수 있겠소?"
"이틀간만 시간을 주십시오. 그리고 사흘 후 선전포고를 하십시오."
"그러시오. 이번 지휘는 강 장수가 주도하시오."

강 장수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주민들'이라 싶었다. 군사들의 전투야 일정한 격식이 있지만 주민들은 무작정 날뛸 수 있고, 그런 중구난방의 군중 무리는 대처하기도 간단치가 않았다. 그러니까 무리로 발전하기 전에 미리 겁을 주어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을까?

그때 강 장수는 민간인들에게 흘러 다니는 한 속설을 떠올렸다.

'장사의 똥은 팔뚝만하다.'

그는 당장 기병들에게 말똥을 수거해 들이라고 지시했다. 기병들은 강가에 말똥을 날라 왔고 할머니는 마포를 잘라다주었다.

"자, 그 마포 속에 말똥을 우겨넣고 굵은 사람 똥을 만들어라."

기병들은 말똥을 둘둘 말아 굵은 똥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건초를 먹인 때문인지 퍼석해서 잘 뭉쳐지지가 않았다. 그때 할머니가 병사들에게 일러주었다.

"불 앞에서 좀 두었다가 재를 섞어 말아보시오."

할머니는 역시 아는 것도 많았다. 퍼석한 배변을 재와 물로 섞어 적당히 데운 뒤 천으로 단단히 말아보니 영락없는 사람 똥이요 또 그 색깔로 보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똥을 또 밤사이 밖에 널어두었더니 추위에 얼어 운반에도 용이 했다.

그렇게 해서 똥 백 개가 만들어졌고 군사들은 남은 찌꺼기를 강물에 던졌다. 그 똥을 던져 넣을 때도 군사들은 라라크 군주에 대한 조롱을 잊지 않았다.

"옜다, 안개다! 옜다, 비바람이다!"

그리고 더럽혀진 손까지 씻어냈는데, 강은 그런 모욕을 받고도 잠잠했다.

강 장수는 이번 전략을 아주 치밀하게 세웠다. 우선 크게 세 가닥으로 나누었는데 그 첫 번째로 적군이 선전포고에 응해오면 후퇴와 공격을 반복해 시간을 끌면서 먼저 그들의 용병술과 허점을 파악한다는 것, 그들의 전술이 어느 정도 판단이 되면 그때 집중공격을 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는 은 장수 부대를 미리 나루 위쪽으로 분산시킨 뒤 이쪽에서 적과 아군이 싸우고 있을 때 위쪽에서 밀고 내려오면서 마을 앞과 나루터 부근, 사람들의 발길이 잣아 금방 소문으로 퍼질 수 있는 장소에다 그 말똥을 놓아둔다는 것, 그리고 곧 적의 후진을 치고 든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로, 만약 주민들이 은 장수가 그 일을 시행하기 전에 자기 군사를 돕기 위해 전투장으로 몰려나온다면, 은 장수는 말똥 배치는 무시하고 곧장 주민들을 가로막아 적군과의 합류를 적극 저지한다는 것이었다.

강 장수가 이 전략에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주민과 군사들의 분리였다. 만약 전투 도중에 주민들까지 밀려온다면 한꺼번에 그 많은 인원수를 쳐내기가 벅찰뿐더러 적병들 또한 용기를 얻고 그 저항의 힘이 배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선전포고 전날 밤이었다. 은 장수는 군사 1천을 이끌고 도심지 위쪽 강변으로 옮겨갔다. 마차에 말똥 포대도 실었다. 그 포대를 실을 때 군사들은 그것이 얼어서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았음에도 마치 인분인양 냄새가 지독하다고 재미삼아 키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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