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16일 '국회 교섭단체 특권폐지'를 요구하며 이후 정책연구위원 배정에 대한 헌법소원 등 소수정당의 공동 대처를 적극 검토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오전 10시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교섭단체를 폐지하고 국회운영위원회의 권한을 회복하자"며 "정기국회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논의하자" 제안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교섭단체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교섭단체 특권폐지와 구성요건완화를 주장했지만 교섭단체의 폐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책연구위원의 교섭단체 독점'과 '의사일정 통보에서의 비교섭단체 소외'에 대해 "법적 검토를 거쳐 헌법소원을 내겠다"며 즉석에서 민주노동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이미 민주노동당은 그에 대한 법적 검토를 끝낸 상태"라며 "소수정당이 공통으로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토론회는 약 2시간 가량 계속됐으며, 임종인(열린우리당), 나경원, 박찬숙, 배일도(한나라당), 천영세(민주노동당), 이상열, 한화갑(민주당) 의원 등이 일반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비교섭단체 의원들 "교섭단체가 오히려 국회파행 주범" 성토
이날 토론회에서 손봉숙 의원은 "현행 교섭단체 제도 때문에 국민의 뜻에 따라 원내에 진입한 정당을 의사일정 전반에서 배제한다"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이번 국회에서도 원 구성이나 국회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선출은 물론 발의시간, 발언자 배정에 참여할 수 없어 비교섭단체 의원들은 단순한 거수기 역할만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외에도 '교섭단체 정쟁으로 인한 국회파행, 각 의원의 소신있는 의정활동 제약'을 교섭단체의 폐해로 꼽았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역시 "지난 16대 국회의 경우 회기를 열었다가 교섭단체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한번도 본회의를 열지 못한 채 끝낸 사례가 5번"이라며 "교섭단체가 오히려 국회파행의 주범"이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의원은 또한 국고보조금제도나 교섭단체정책연구위원제도, 사무실 등 예산지원, 정보위원회 독점 등을 예로 들며 "국회 운영과는 무관한 특혜가 교섭단체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16대 국회의 국고보조금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전체의 42.6%,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도 사견임을 전제로 "지역구 의석이나 정당득표율에서 일정 수준 이상인 정당에는 원내교섭권을 줘야 한다"며 "상임위 숫자보다 의원수가 적은 정당은 2개 이상 상임위에 들어가 자당의 입장을 전달하고, 이후 법안 통과에서 다른 당 의원들과 '정책연합'을 만들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또한 '정책연합'과 관련 "현재는 다른 당 의견에 동의하는 것이 해당행위로 여겨져 당에서 따돌림을 받는데 이것은 국회답지 못한 모습"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교섭단체 폐지, 양당 동의 얻기 어렵다" 절충론 우세
그러나 소수정당들이 교섭단체 폐지를 공식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대부분 현재 교섭단체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반발을 고려하자는 절충론을 주장했다.
조정관 한신대 교수는 "대통령제인 한국 정치상황에서 여당 지도부는 통치기반 안정을 위해 중앙통제력을 유지하려 한다"며 "다음 대권을 구상하고 있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또한 "다양한 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많은 열린우리당은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면 당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상정 의원 역시 "현실적 관철 가능성을 고려해 교섭단체 요건완화와 특권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있다"고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전했다. 손봉숙 의원도 "원칙적으로는 폐지가 옳다"면서도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교섭단체 폐지에 동의해 주겠냐"고 통과 가능성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정선애 함께하는시민행동 정책실장은 "현행 교섭단체 요건은 유신체제 소수의 목소리를 봉쇄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고, 단순한 요건완화는 국회운영 민주화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교섭단체 폐지를 주장했다.
정 실장은 "무소속 의원과 소수정당 의원은 오히려 더 특별한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며 소수 의원들을 위한 지원조항 신설을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