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치악산의 금대 자동차 야영장입니다.
치악산의 금대 자동차 야영장입니다. ⓒ 구동관
텐트에서 밤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여행을 했지만 이번처럼 가족이 함께 텐트에서 잠을 청하기는 처음입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가볍게 내리는 빗방울 소리를 텐트 속에서 듣고 있으니 타악기의 연주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무렵, 우리 집 지붕은 양철이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빗방울이 양철을 두드리는 소리가 무척 경쾌했습니다. 물론,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무섭기도 했지만요.

야영장에는 취사 시설과 화장실이 잘 갖춰 있습니다. 사진은 취사대입니다.
야영장에는 취사 시설과 화장실이 잘 갖춰 있습니다. 사진은 취사대입니다. ⓒ 구동관
단독 주택에 사시는 분들은 지금도 비가 오는 날이면 처마로 떨어지는 낙수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들을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 아이들에게도 낙수 소리는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밤나무 숲 아래 식사를 할수 있는 야외 식탁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밤나무 숲 아래 식사를 할수 있는 야외 식탁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 구동관
물론, 저도 모처럼 낙수 소리를 듣습니다. 그동안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낙수 소리를 들으니 계곡의 많은 물이 아니더라도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나 낙수 소리도 마음을 넉넉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텐트에서 밖을 보았습니다. 하늘과 구름이 보였고, 구름이 산을 넘고 있었습니다.
텐트에서 밖을 보았습니다. 하늘과 구름이 보였고, 구름이 산을 넘고 있었습니다. ⓒ 구동관
잠자리에 들 무렵 비가 그쳤습니다. 빗소리에 잠잠했던 풀벌레들이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귀뚜라미며 여치,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풀벌레들…. 초등학교 3학년인 다솜이가 "풀벌레 소리가 참 듣기 좋네"라며 신기해합니다. 풀벌레 소리를 자장가 삼아 우리는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우리가 텐트를 치고 하룻밤 지낸 곳은 치악산의 금대 야영장이었습니다. 자동차 주차 공간과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이 한 곳에 있는 자동차 야영장입니다. 화장실과 취사장도 잘 갖춰져 있고, 가까운 곳에 물 맑은 계곡이 있어 꽤 인기 있는 야영장입니다. 지난밤 텐트를 칠 수 있는 대부분의 공간은 가족 여행객들의 알록달록한 텐트로 채워졌습니다.

치악산의 모습이 시원하죠?
치악산의 모습이 시원하죠? ⓒ 구동관
둘째날. 주변 텐트의 부지런한 소리에 잠에서 깨었습니다. 텐트 밖으로 맑은 하늘이 보였습니다. 얇은 구름을 뿌려 놓은 푸른 하늘이 제법 가을 분위기를 내는 듯합니다. 한참 동안 그 하늘을 보았습니다. 구름이 빠른 걸음으로 봉우리를 넘습니다. 구름은 늘 그렇게 산을 넘었을 텐데, 참 오랜만에 그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계곡 길을 따라 산책을 했습니다. 점심이 가까워지자 아침의 선선함은 어느새 사라집니다. 다시 무더운 여름날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계곡의 물소리가 더욱 상쾌합니다.

치악산을 산책 삼아 오르며 한장.
치악산을 산책 삼아 오르며 한장. ⓒ 구동관
두 시간 정도 산책을 마치고 계곡에 내려갔습니다. 물이 참 맑습니다. 바닥의 돌들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당연히 1급수겠지…." 환경에 대해 배우면서 1급수에서 5급수까지를 배웠던 아이들이 치악산 금수계곡의 그 맑은 물에 당연한 1등급을 주었습니다.

맑은 물과 시원한 바람 속에 하루가 금세 갔습니다. 모처럼 야영을 했던 치악산에서의 하룻밤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참 많은 것들을 알게 했습니다. 낙수 소리와 풀벌레 소리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산을 넘는 구름의 모습도 얼마나 멋진지 알게 했습니다.

정말 물이 맑았습니다. 바닥의 돌들이 모두 보였습니다.
정말 물이 맑았습니다. 바닥의 돌들이 모두 보였습니다. ⓒ 구동관
텐트에서의 하룻밤.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자연의 소리와 더 친해질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가끔씩 이렇게 자연의 벗들을 만나야겠습니다. 좀더 가깝게 다가가 자연을 만나다 보면, 자연의 마음을 조금 더 채울 수 있을지 모릅니다.

계곡의 맑은 물을 보고 있으면 마음도 물처럼 맑아지고 차분해집니다.
계곡의 맑은 물을 보고 있으면 마음도 물처럼 맑아지고 차분해집니다. ⓒ 구동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가족여행 홈페이지 초록별 가족의 여행(www.sinnanda.com) 운영자 입니다. 가족여행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좀 다 많은 분들이 편한 가족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