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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센터에서 모금을 마치고 흡족해하는 동윤이와 테라이
쇼핑센터에서 모금을 마치고 흡족해하는 동윤이와 테라이 ⓒ 정철용
학교를 마치고 난 지난 수요일 오후, 동윤이는 같은 그룹의 친구들 3명과 함께 보타니 타운 센터의 매장들을 2시간 동안 돌아다니면서 모금 활동을 벌였습니다. 저녁 5시 30분경에 동윤이를 데리러 갔더니 얼굴이 활짝 피었더군요. 모금함이 제법 무겁고 20달러짜리 지폐도 한 장 보이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돈을 모은 모양입니다.

집에 와서 세어 보니 모두 92달러 60센트. 게다가 한 귀금속점에서는 105달러에 상당하는 진주목걸이와 진주귀걸이 한 쌍을 현물로 받았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인심도 좋군'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나는 동윤이에게 웃어주었지요.

그러나 아직은 많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 동윤이는 단짝친구 테라이와 함께 다시 모금함을 들고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학교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쇼핑센터의 매장들을 돌아다니면서 모금 활동을 벌였습니다.

2시간 30분이 지나고 난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가보았더니 제법 모금함이 무겁습니다. 그런데도 두 아이들은 더 욕심이 나는지 30분만 더 하고 가자고 조릅니다. 그래서 그 30분 동안 멀찌감치 뒤에서 아이들을 따라가면서 유심히 살펴보았지요.

모금함을 들고 나서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도움을 청하는 아이들이나 지갑을 열어 돈을 모금함에 넣어주는 어른들 모두 입가에 미소를 띠었습니다. 거절하는 사람들조차도 무뚝뚝하거나 인상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더군요.

한 커피숍에서는 아이들에게 돈과 함께 핫초코 한 컵씩을 주기도 하더군요. 정말 보기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결코 비굴하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아니었고, 어른들 역시 결코 동정심에서 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한 청년이 오클랜드 시내 중심가 거리에서 전자오르간을 연주하며 모금을 벌이고 있다
한 청년이 오클랜드 시내 중심가 거리에서 전자오르간을 연주하며 모금을 벌이고 있다 ⓒ 정철용
이곳 뉴질랜드에서는 거리에서 멀쩡하게 생긴 청소년들이 기타나 전자오르간 등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데, 그들이 그렇게 거리로 나서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건전한 기부문화 때문이 아닌가 하고 여겨지더군요.

집에 와서 모두 헤아려보니 모금함에 모인 돈은 모두 111달러. 5달러짜리 지폐도 몇 장 있었지만 거의가 동전들이었습니다. 고액권의 지폐는 한 장도 없었지만, 동전들에 담긴 작은 마음들이 오히려 더 좋아 보이더군요. 묵직한 무게로 모금함에 모아진 그 마음들이 너무나 정겨웠습니다.

여기에 10달러짜리 상품권 1장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만하면 됐다 싶은데 동윤이는 아직도 멀었다면서, 돌아오는 이번 주말에는 어떻게 돈을 모을 것인지를 궁리하는 모양입니다.

동전들에 담긴 작은 마음들이 고액권 지폐보다 오히려 더 묵직하다.
동전들에 담긴 작은 마음들이 고액권 지폐보다 오히려 더 묵직하다. ⓒ 정철용
딸아이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빠인 내가 그냥 팔짱만 끼고 있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그러다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이번 일을 기사로 써서 생기는 원고료에 그만큼의 돈을 더 얹어서 딸아이의 모금함에 넣어 주는 방법이었지요.

그 돈의 액수는 비록 크지 않겠지만, 그렇게 하면 <오마이뉴스>를 스폰서로 만들어달라는 딸아이의 난처한 부탁에 대한 충분한 대답이 되지 않을까요? 동윤이가 아빠의 이 대답을 흔쾌히 받아 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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