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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선 듯 시원한 바람이 코끝을 간질인다. 금방이라도 물 속으로 뛰어들고픈 폭염으로 숨이 가슴까지 차 오르던 때가 엊그제인데 말복이 지나니 하루 이틀 사이에 날씨가 선선해졌다.

기다리면 시원해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면 그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도 하루 이틀 화가 풀리기를 기다리면 서로 상처 내고 싸울 일도 남을 해칠 일도 없을 텐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마지막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13일 연일 39도를 웃도는 날씨에 요양원에 생활하시던 84세 할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 폭염으로 가만있어도 불쾌지수가 높아 숨쉬기조차 힘든 삼복 때 장례를 치르려고 하니 기계들마저 더위를 먹었는지 사체냉동고가 고장이 났다.

▲ 보호시설 노인 장례식 장면(사진은 글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 정은숙
노인이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을 가장 저렴하게 이용한다 해도 3일간 250만원의 경비가 소요되며 서울시립 장묘사업장에 모셔 화장을 한다. 그러나 국가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들에게 지급하는 장제 비용은 50만원이 고작이다. 현실적으로 염이나 발인용 무료영구차 등 지역자원을 활용하지 않으면 장례를 치르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갑자기 고장난 냉동고를 수리하는데 기술자를 부르고 고장의 원인을 찾고 점검하는 와중에 어르신의 연고자들은 요양원 측에서 사체를 방치한다고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무조건 자식들도 못하는 일을 요양원에서 대신해 준다고 고맙다고 하는 조카나 친척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젠 남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보호자나 연고자로부터 받는 모멸감으로 인해 사회복지 일에 대한 소명감을 상실하게 된다.

그동안 노인을 양로원이나 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맡기는 것은 부모님을 버리는 것이라는 인식이 뿌리깊었으나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점차 바람직한 노후를 보내는 하나의 방법으로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그러나 노인을 대하는 일이 직업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특별한 사명감이 없이는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어렵다.

고령화 사회의 진전에 따라 치매 중풍에 인한 요양보호 노인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 등으로 가족의 노인부양기능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노인의 요양보호 문제가 현재는 물론 앞으로 우리 국민들의 노후의 가장 큰 불안으로서 심각한 사회적 위험으로 대두할 전망이다.

정부는 2011년 노인요양보장체계 시안을 발표하면서 2007년까지 요양보호사(가칭) 등 5-6만여명의 간병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방침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역시 전통적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여 집안의 웃어른은 우선 집안에서 모신다는 '사회적 효(孝)'를 기본 바탕으로 전개해야 한다.

노인을 시설에 입소시킬 때는 “무조건 보살펴만 주세요” 부탁하던 사람들도 초기에는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하고 점점 장기요양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업에 종사한다는 이런저런 이유로 면회는 고사하고 위독하다고 연락을 해도 임종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노인복지 실무자들의 직업적 사명감에 동참은 못하더라도 사회적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노인복지분야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내 부모를 모신다는 정성으로 노인 개개인의 문제와 행동을 전문적인 입장에서 보살펴서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궁극적인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옛날 같으면 당연히 자식이 노인을 모셔야 하고 자식이 못 모시면 그 자손이 모셔야 하는 사회적 통념이 어느새 바로 국가의 책임으로 바로 떠넘겨졌다고 해서 자손들이 해야할 의무까지 국가가 떠 안는 것은 아니다.

집안의 어르신은 직접 돌봐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내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 국가나 사회복지단체가 나선다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 고령화 사회의 짐을 나누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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