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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포커스> 홈페이지에서 '시사플래시' 배경음악으로 '적기가'를 사용한 것에 대한 제작진의 사과문을 볼 수 있다
<미디어포커스> 홈페이지에서 '시사플래시' 배경음악으로 '적기가'를 사용한 것에 대한 제작진의 사과문을 볼 수 있다 ⓒ KBS홈페이지
KBS <미디어 포커스> 시사플래시에 '적기가' 멜로디를 사용한 것을 두고 언론 비판 정도가 적정선을 넘어서고 있다.

해당 멜로디는 국방부의 자이툰 부대 보도 통제를 비판하는 조남준씨의 만화 '시사 플래시'의 도입부 배경음악으로 40초간 쓰였으나, 멜로디 자체가 중심은 아니었다.

이에 언론은 해당 멜로디가 북한의 '적기가'라고 처음부터 단정하는가 하면 프로그램을 통해 '적기가'가 울려 퍼진 것처럼 제목을 뽑았다.

하지만 멜로디 자체만으로는 '적기가'라고 할 수 없다. 더구나 사용한 멜로디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도 아니었다. <미디어포커스>의 사과도 꼭 바른 정보에 따른 것은 아니다.

민경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실린 '<실미도> '적기가'의 유래와 역사를 찾아서'라는 글에서 "'적기가'의 원곡은 우리에게 '소나무'라고 알려진 독일민요 '탄넨바움(der tannenbaum)'"이라며 "이 곡을 영국에서 <레드 플래그>(The Red Flag)라는 노동가요로 만들어 불렀으며, 다시 일본인이 <아까하타노 우타>(赤旗の歌)라는 민중혁명가로 번안을 하여 불렀고, 이 노래가 또 다시 북한으로 유입되어 <적기가>라는 혁명가요가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 교수는 "일제강점기 때만 하더라도 지하에서 불렸던 <적기가>가 광복과 동시에 전면으로 등장하여 좌익계열의 대표적인 노래로 불리기 시작하였다", "전쟁이 발발하자 <적기가>는 또 다른 형태로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이번에는 인민군의 군가의 형태로 재등장한 것이다"라고 이 신문에서 밝혔다.

이 독일민요는 우리 나라 중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 수록돼 있기도 했다. 지금도 현행 중학교 음악교과서에는 가사만 약간 변형돼 똑같은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 이 노래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

이 멜로디가 북한의 '적기가'와 같다고 알아본 사람보다 <미디어포커스>의 사과를 통해 알게 된 국민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독일민요로 익숙한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도 일부 신문은 그 멜로디만으로 '적기가'와 동일하게 규정하며 프로그램의 이적성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공격에도 사용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19일자 사설 '공영방송에 울려 퍼진 적기가'에서 "<미디어포커스>는 정연주 사장 취임 후 대표적 '개혁' 프로그램으로 KBS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탄핵 관련 방송 중에서도 공정성 위반 혐의가 크다고 시청자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 방송에서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 관련 보도를 내보내며 북한 찬양가를 삽입한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고 지적하면서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KBS의 정체성과 탄핵 방송 등을 연결하여 그 내막에 대한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중앙일보>는 언론 비판을 줄기차게 해온 <미디어포커스>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 그간의 내용 전체를 언급하며 공격 수단으로 삼고 있다. <중앙일보>는 18일자 사설 '적기가(赤旗歌) 방송 KBS 제정신인가'에서 "말썽을 일으킨 <미디어포커스>는 언론의 보도 내용, 특히 신문의 보도 태도를 일방적으로 비판해 편파방송 시비가 끊이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그런 만큼 KBS가 자신의 명백한 잘못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19일자 사설 '공영방송 KBS에 울려 퍼진 적기가(赤旗歌)'는 <동아>와 <중앙>의 종합판에 한술 떠 뜨는 모양새다.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KBS는 정부-여당의 이념적 색깔로 도배질한 채 막무가내로 달리는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 같은 존재다. 그 최전선에서 사회자 출연자 제작자가 혼연일체가 돼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을 매도하고 색깔 공세를 펴온 탈선(脫線) 공영방송의 표본 프로그램이 <미디어포커스>였다. 제작자 사회자 출연자가 모두 그런 쪽에만 정신이 팔려 있으니 '적기가' 멜로디조차 자체 심의에서 걸러지지 않은 것이다."

<미디어포커스>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보다 KBS 정연주 사장 체제를 비판하는 데 집중하면서, 언론 비판과 미디어 감시 기능을 해온 프로그램에게 오히려 '탈선, 색깔공세를 해온 것'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결국 탈선하는 데 정신이 팔려 '적기가'의 멜로디를 거르지 않았다는 논리 아닌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적기가'에 대한 이념적 정보를 자세히 다루면서 일반 국민들은 인식하지 못하는 경미한 사안을 더 크게 부풀린 셈이다. 이로써 북한의 혁명가를 더 많이 홍보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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