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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서울시에 일부 운행중인 초저상버스.
ⓒ 대우버스(주) 제공
저상버스의 의무 도입을 놓고 민주노동당과 건설교통부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인들의 보행권을 보장하기 위해 저상버스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민노당의 줄기찬 요구를 건교부가 예산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지난 19일 장애인과 노인 8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통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실태조사에 응답한 장애인과 노인의 49%가 이동시에 심각한 불편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불편을 느끼는 이유와 관련, 건교부는 "장애인, 노인 중 50% 이상이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외출을 위해 이용하고 있으나, 버스의 높은 승강계단과 지하철내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의 부족으로 이동에 불편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이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여객시설의 승강시설 확충 ▲저상버스와 특별교통수단의 확충 ▲보행환경개선 등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을 제정해 법제처 심사를 거쳐 9월중으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건교부가 마련 중인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는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예산 문제 때문이다.

건교부에 따르면 현재 대도시권에는 약 1만6천여대의 버스가 운행중인데 매년 1600대 가량이 교체되고 있다. 이럴 경우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에 따른 예산만 약 1600억원이 소요되는데, 정부가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기획예산처에서는 국가가 지원해주는 사업을 없애려고 하는데, 과연 의무화 할 경우 집행력이 생기겠느냐"며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건교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교통관련 예산으로 지자체에 지원하는 예산을 저상버스 도입에 활용토록 하거나, 지자체의 버스 관련 노선 입찰 때 저상버스 운행사업자에 면허권을 우선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저상버스 생산업체와 공동으로 저상버스 표준화 모델을 개발, 저상버스의 생산가격을 낮춰 보급을 늘려나갈 생각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표준화 모델이 개발되면 현재 약 1억8000만원 가량 하는 저상버스 한 대 가격이 어느 정도 인하될 요인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애자 의원이 제출한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단계적 도입 조항 등이 포함돼 있는데, 통상 법안에 이런 문구가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건교부의 방침에 대해 현애자 민노당 의원은 "교통약자들의 '심각한 불편함'을 건교부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건교부의 인식을 질타했다. 오히려 건교부의 인센티브 도입 방식이 더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현 의원은 "건교부가 마련 중인 법률에는 저상버스 도입이 '권고 조항'으로 처리돼있어 그 실효성 측면에서 '있으나 마나한 조항'으로까지 평가 절하되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저상버스 도입 방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 의원 쪽은 "우리도 10년 이내에 50% 가량을 저상버스로 교체하자는 것으로 단계적 방안"이라고 소개한 뒤 "매년 투입될 예산은 건교부가 의지만 가진다면 충분히 따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 의원 쪽은 "오히려 인센티브를 통해 자율적으로 하자는 건교부의 안이 더 비현실적"이라며 "인센티브를 적용한다고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버스업체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현애자 의원은 오는 9월 관련 법안이 건교위에 상정되면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 대한 건교부의 배려 부족 등을 집중적으로 따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지난 2002년 10월 30일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교통수단 및 이동보장에 관한 법률 입법투쟁 선포식을 갖고 당시 진보정당 대선 후보를 대상으로 저상버스 시승식을 가졌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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