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과열지구 해제 적극 검토" (강동석 건교부 장관)
"7개 지역 주택투기지역 해제" (부동산 가격안정 심의위원회)
부동산 경기 침체를 우려한 정부가 잇따라 규제 완화 조치를 내놓자 시민단체와 일부 네티즌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다시 조장하려 하느냐"며 정부의 정책혼선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는 등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지난 19일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정례브리핑에서 "서울·수도권·충청권을 제외한 광역시에 대해서는 조만간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할 계획"이라고 밝힌데 이어, 20일 재경부 산하 부동산 가격안정 심의위원회는 부산 북구 등 7개 지역에 대해 주택투기지역 지정도 해제했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완화책은 부동산 경기침체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경기의 침체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19일)된 바 있듯이 건설경기 하락세를 잡지 못하면 GDP 5%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이러한 대책을 내놓게 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광역시 투기과열지구 해제] 현재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유력시되는 곳은 ▲부산 ▲대구 ▲광주 ▲울산 ▲경남 창원 ▲경남 양산 등 6개 지역이다. 강 장관의 발언대로 조만간 이들 지역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해제될 경우 일단 아파트 분양권 전매와 청약 1순위 자격 제한이 풀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또다시 분양권 전매가 성행하면서 분양 프리미엄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몇몇 전문가들은 높은 프리미엄을 확보하기 위해 청약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 장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더라도 분양권 전매는 부분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떤 효과를 낳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경실련은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정부 스스로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투기를 조장할 뿐"이라며 해제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이어 "지방에서 고분양가 책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높은 분양가가 주변시세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어 부동산투기 조짐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이 제시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아파트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매매가에 비해 1.5배 가량 높아 아파트 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으며, 부산광역시의 경우 상반기 분양된 30평형대의 평당 분양가가 750만∼780만원에 이르러 2년전에 비해 평당 150만∼200만원 상승했다. 이외에 창원(640만원), 울산(630만∼690만원), 대구(600만∼700만원), 거제(620만원), 강원도 고성(800만∼860만원) 등에서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 분양가가 최고 분양가 기록을 경신하며 지방의 아파트 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상태다."
즉 투기과열지구 지정에도 불구하고 고분양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를 풀어줄 경우 분양가가 급등해 투기가 만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강 장관의 발언으로 네티즌들도 들썩이고 있다. 네티즌들은 건설교통부 홈페이지에 대거 몰려가 강 장관의 발언을 집중 성토하며 방침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장관직에서 물러나라"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올 정도다.
'투기조장부'라고 ID를 쓴 한 네티즌은 "건설투기부가 또다시 마약 장사를 하려 한다"며 "마약을 주지 말고 거품폭리를 빼도록 해라"고 건교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지나가다'라는 ID의 네티즌은 "투기과열지구 해제에 따른 분양권 전매의 허용은 합법적으로 가진자의 투기만 조장해 이득을 챙겨주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네티즌은 "분양권 전매 등은 못하도록 원상회복 시켜놓고 투기과열지구라는 단어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전국을 또다시 투기화시켜 '돈 놓고 돈 먹기식' 정책으로 경기활성화를 시키겠다니 기가 막힌 발상이 아닌가"(ID 진짜서민), "경기를 살리기 위해 규제를 푼다는 명분으로 분양권 전매, 분양가 자율화 등등 벌써 규제를 완화한다니 너무 안이한 대처 같다"(ID 양병록) 등 정부의 '냉온탕식' 정책혼선을 비판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주택투기지역 해제] 재경부 부동산 가격안정 심의위원회는 20일 ▲강원 춘천시 ▲대구 서구·중구·수성구 ▲부산 북구·해운대구 ▲경남 양산시 등 7곳을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주택투기지역은 기존 57곳에서 50곳으로 축소된다.
지정 해제가 공고되는 오는 25일부터 이들 7곳에서는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하지 않는다. 즉 양도소득세는 기준시가로, 취·등록세는 시가표준액 기준으로 납부 기준이 환원됨으로써 세금부담이 1/2∼1/3 가량 줄어들게 된다. 그만큼 주택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광림 재경부 차관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이번 해제는 경기부양과 관계가 없고 지정 및 해제요건에 따라 해석했을 때의 효과를 용역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부동산 거래를 활발하게 함으로써 자금이 흐르도록 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겠다는 것으로 결국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관료가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 경기활성화를 유도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아이디어가 없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정부 관료의 무능을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