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0일 오후 3시 한국노총과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국가 정체성과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한 정쟁을 잠시 접고 '민생행보'에 나선 것이다.
박근혜 대표는 이 자리에서 그 동안의 '정체성 논쟁'을 "국민을 위한 싸움"으로 설명했다. 박 대표는 "간첩이 민주인사가 된 문제는 민생에 직결된다"며 "질서가 흔들리면 누가 투자하려고 하겠냐"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정치에 입문한 것도 IMF 이후 충격을 받고 국민들이 골고루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당리당략적인 정쟁은 한 적이 없고 앞으로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 아니면 싸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간담회 내내 위원장들의 발언을 경청했으며,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나라당 대표가 한국노총을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노총의 산별 노조위원장들은 각 부문별 현안을 설명하며 하역노동자 보호입법 제정, 원하청간 격차 해소, 자동차운수 노동기준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이경재 의원은 "일반인들이 노동운동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데 오늘 들어보니 (한국노총의 주장이) 너무 합리적"이라며 "100% 반영한다는 것은 '립 서비스'에 불과하지만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은 "선거 때 등돌리지 말고 한나라당을 적극 활용해 달라"며 한국노총의 지지를 호소했다. 또한 "한나라당은 기업이 잘 되어야 한다는 정강정책을 갖고 있지만 정경유착, 관치행정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건전한 기업을 위해 고심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산별노조 위원장들은 대부분 "'한나라당은 기업과 자본 편에 선 정당 아니냐'는 생각이 있다"며 "먼저 평소에 잘하면 선거 때 배신하지 않겠다"며 한나라당의 친노동정책을 주문했다.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나라당에 대한 인식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한나라당은 분명 변하지 않는 보수정당이었지만 박근혜 대표가 오면서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한국노총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정책간담회는 약 1시간 50분 동안 진행됐으며, 박근혜 대표 외에도 임태희 대변인, 진영 대표 비서실장, 유승민 제3정조 위원장, 이군현 제5정조 위원장, 배일도 의원 등이 참석했다. 한국노총 쪽에서는 이용득 위원장을 비롯, 노총 간부와 산별노조 위원장 20여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