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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다하는 여당? 할말은 하는 조선일보?
8월 11일자 <조선일보> 정치면에는 여권의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실렸다. '미(美)엔 할 말 다하고… 중(中)엔 할 말도 못하고'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여권이 미국에 대해선 할 말은 하면서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해선 소극적인 태도임을 꼬집고 있다.
그렇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 전쟁이건, 중국의 패권적 역사왜곡이건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할 말은 한다던 조선일보는 이렇게 친절히 그림까지 써가며 그것을 다시금 일깨워주려 한 것일까?
하지만 사실 <조선일보>가 미국에 대해 할 말을 한다고 한 여당 역시 이라크 파병 당론 결정이나, 신기남 전 의장의 "파병 규모, 인구비례로 보면 적정, 추가 파병이 국민 다수의 진심" 등의 발언을 보면 미국에 대해 '할 말을 했던' 것도 아니다.
중국의 역사왜곡- 격앙된 조선일보
"제국주의(帝國主義), 패권의식(覇權意識)이 달리 있는 게 아니다. 자기들 비위에 어긋난다고 남의 나라 정치인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내정까지 간섭하면서 남의 나라 역사를 자기네 역사로 멋대로 가로채는 이런 의식과 태도가 바로 그런 것이다."
- <조선일보> 8월 7일자 [사설] '중국 눈에 대한민국이 어떻게 보였기에' 중에서
맞는 말이다. 구구절절 맞는 말에 조선일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각종 사설과 칼럼을 동원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비판하고 있다.
[칼럼] 중국은 '구동존이(求同存異)'를 잊었나, 조선일보 2004년 8월 10일
[이규태코너] 왜 중국이 고구려를, 조선일보 2004년 8월 15일
[특파원칼럼] 중국, 1300년 동안의 오해 - "정치적인 이해타산과 전략적인 고려보다 진리에 복종하는 용기가 필요", 조선일보 2004년 8월 4일
이처럼 우리 민족사를 지키기 위해 중국에 당당한 조선일보의 태도를 보면서 모름지기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제국주의적인 패권에 맞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새삼 깨닫게 한다.
하지만 그 대상이 미국이 되면 조선일보의 입장은 돌변하게 된다.
미국의 침략전쟁과 파병 - 미국에 충성을~!
[사설] 파병, '외교적 부도(不渡)' 내서야, 조선일보 2004년 5월 10일
[사설] 대한민국을 '기회주의 국가'로 만들려는가, 조선일보 2004년 5월 14일
'기회주의 국가, 한미동맹, 외교적 부도'와 같은 말로 포장을 하지만 본질은 같다. 미국과 같은 대국의 논리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아도 전 세계의 더 많은 나라들이 도리어 철군하고 있는 상황에도 오직 미국과의 약속은 강조될 뿐이었다.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해 제국주의, 패권의식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비판하던 조선일보는 남의 나라 젊은이들의 목숨을 요구하는 미국에 대해선 맹종을 요구한다. '중국 눈에 대한민국이 어떻게 보였기에'라며 흥분하던 조선일보는 미국 앞에선 미국 눈에 잘 보여야 한다고 강변할 뿐이다.
조선일보는 제 눈의 들보부터 보기를
"국가 관계에서도 눈치나 보고 원칙 없이 흔들리는 나라는 남이 우습게 본다. 네덜란드나 태국같이 작고, 경제가 뒤쳐진 나라를 다른 나라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이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일관된 원칙과 국가 주권에 대해 굽힘 없는 자세를 보여줘 왔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 8월 9일자 [사설] '고구려사, 원칙을 세우고 당당히 나가야' 중에서
조선일보의 말처럼 '국가 관계에서도 눈치나 보고 원칙 없이 흔들리는 나라는 남이 우습게 본다'. 태국같이 작은 나라도 당당히 파병을 철회시켰다. 영국마저 추가파병을 중단한 지금, 이제 대한민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의 파병국이자, 줏대 없는 나라라는 조롱을 듣게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에 이처럼 다른 태도를 보이면서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으로 남을 비판하려는 조선일보에게 걸맞은 속담이 있다. 바로 '제 눈의 들보는 못 보면서 남 눈의 티끌을 탓하지 말라'이다. 미국엔 한없이 굴종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중국만 비판한다면 도리어 중국의 비웃음만 사게 될 것이다.
중국에 대해선 원칙과 국익, 국가 주권을 소리 높여 호통치면서, 정작 미국에 대해선 침묵하고 맹종하는, 그들의 그 '참을 수 없는 훈계의 가벼움'을, 오늘 이 순간에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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