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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송광수 총장)은 21일 원로 법조인 한승헌 변호사를 초청해 '대화 문화와 해학'이란 주제로 네 번째 '가족과 함께 하는 대검찰청 포럼'을 실시했다.
대검찰청(송광수 총장)은 21일 원로 법조인 한승헌 변호사를 초청해 '대화 문화와 해학'이란 주제로 네 번째 '가족과 함께 하는 대검찰청 포럼'을 실시했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제주도에서 '해우소(解優所)'를 쉽게 볼 수 있다. '해우소'하면, 법조계야말로 우리 사회의 '해우소'가 되야 한다. 개개인과 나라의 걱정을 다 들어주는 진정한 '해우소'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특히 검찰 업무하면 경직성과 스트레스, 비인간적, 정서부족, 권위 등이 떠오르는데 이것들에서 해방돼야 한다. 정서의 건조함을 막아줄 수 있는 보습작용으로 해학과 유머가 더 소중하다. 여러분들은 넉넉한 마음으로 세상사를 바라보고, 엄격함과 부드러움을 공존해 갖춰야 한다. 인생이란 장기전을 치르는데 있어 항상 엄격함과 긴장하는 것보다 자기를 마음을 풀고 해소해 나아갈 줄 알아야 한다."


오랜 기간동안 인권변호사로 활동했고 감사원장을 역임한 원로 법조인 한승헌 변호사가 21일 오전 11시부터 한시간 동안 진행된 제4회 '가족과 함께 하는 대검찰청 포럼'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이날 한 변호사는 '대화 문화와 해학'이라는 주제로 권위와 위엄있는 법조계 원로가 아닌 편한 인생 선배로서 강연을 진행했다.

한 변호사는 강연 시작에 앞서 "40여년만에 친정에 돌아와 감회가 남다르다"며 "지난 65년 변호사 생활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검찰에 대항적인 입장을 취해왔고 검찰에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고 형을 산적도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이어 그는 "75년 박정희 정권 시절 반공법 위반 필화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후 변호사 자격이 박탈돼 8년간 실업자 생활을 하기도 했다"며 "언론과 시민단체가 검찰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에 오늘 이 자리는 비판적인 입장보다는 '쓴 약이 아닌 아이스크림'을 선사하겠다"고 말하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검찰 대화는 대등한 이야기와는 멀다... '문화' 대화 아닌 '수단' 대화"

한승헌 변호사.
한승헌 변호사. ⓒ 오마이뉴스 유창재
한 변호사는 "우리사회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활발히 대화가 진행되기는 하지만 오히려 대화 과잉이 아닌가"라며 "올바른 대화나 마음을 열고 끌어안는 대화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한 변호사는 "대화란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인데 검찰의 경우 검찰 직권으로 봐서 대등한 이야기하고는 멀다"며 "문화로서의 대화가 아니고 수단으로서의 대화"라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이어 "검찰 대화는 다분히 특정한 지향을 갖는 대화로 우열관계가 있다"며 "조사자와 조사를 받는자, 신문자와 신문을 받는자로 우열관계속에 차별적인 입장이기에 문화로서 대화의 요소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변호사는 검찰 직원들에게 '유머'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한 변호사는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유머의 현장을 중심으로 풀어갔다.

"유머는 굳은 분위기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 변호사는 유머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 "굳은 분위기를 완화시키는데 효용있다"며 "엄격 일변도의 사회를 벗어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 사례로 한 변호사는 감사원장 자리에서 퇴임한 이후 청와대에서 있었던 만찬자리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청와대에서 식사를 시작에 앞서 대통령이 참석한 사람들에게 '옷 벗고 드십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라는 굳고 엄숙한 분위기가 참석한 사람들을 경직되게 했다. 순간 '저는 작년 가을에 옷을 벗었는데 또 벗을까요'라고 말했다. 이말 한마디로 참석자들을 웃게 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게됐다.

또 식사도중에 누군가가 대통령에게 '청와대는 감옥과 같은 곳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나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에 들어갈 때는 기분이 좋지만, 나올 때는 안좋은 기분으로 나오지 않냐. 반면에 감옥은 들어갈 때 기분이 나쁘지만, 나올 때는 좋은 기분으로 나온다. 그러니까 청와대는 감옥하고 같은 곳은 아니다.' 사실 그때가 대통령 취임 초기여서 이런 말을 했지, 정권 말기면 이런 말도 못한다."


이처럼 한 변호사는 자신이 현장 속에서 경험한 유머의 순간을 전하면서 "유머의 장점은 설득하고 강조할 때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 보다 좋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동백림 사건'으로 이응노 화백의 변호를 맡았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검찰은 1심에서 이 화백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재판부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때 한 변호사에게 기자들이 '무기징역을 징역 5년으로 대폭 낮췄으니 성공한 변호가 아니냐'고 평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나이 70이 된 피고에게 징역 5년은 오히려 무기징역보다 더 길다"고 해학적인 말로 변론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유머나 해학을 구사하는 것은 원가도 없고 무료"

다양한 일화를 소개한 한 변호사는 '유머(웃음)'에 대해 ▲해학은 겸손하게 친화력을 가져와 자신을 보이는데 도움된다 ▲결함을 장점으로 높여줄 수 있다 ▲고정관념을 뒤짚는데 해학이 필요하다 ▲삶의 아픔을 완화시킨다 ▲실수를 즐거움으로 바꾸는데 유머가 필요하다 ▲있는 것만이 유머의 소재가 아니라 없는 것도 유머가 될 수 있다는 등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한 변호사는 이날 강연에 참석한 송광수 검찰총장 및 검찰 간부와 직원들에게 "법조인 나름대로 자존심이 있고 사명이 남달라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이를 보는 일반 사람들은 오만하다고 볼 수 있으니까 낮추면서 봐야 한다"면서 '낮추어 말하기'를 권유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자기를 대상으로 하는 해학이 효과적인 말하기에 도움을 준다"며 "오늘은 '차려'가 아닌 '열중쉬어'나 '편히 쉬어'로 강의들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 변호사는 "유머나 해학을 구사하는 것은 원가도 없고 무료"라며 "유머가 좋은 인생사의 방식이 아닐까"라고 물음을 던지고 강연을 끝냈다.

한 변호사는 150여명 청중들의 많은 박수갈채 속에 강단에서 내려와 송 총장과 간부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대강연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한 변호사는 최근 <산민객담, 한승헌 변호사의 유머산책>이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한승헌 변호사의 현장 유머 "나는 물망전문가, 소년 변호사"

다음은 한승헌 변호사가 21일 대검에서 열린 제4회 '가족과 함께하는 대검찰청 포럼'에서 소개한 현장 유머 중에 일부이다.

"나는 '물망' 전문가"
한때 각계 각층에서 이런 저런 자리를 맡아달라고 요청이 들어왔을 때였다. 나는 이른바 '물망' 전문가로 불리었다. '물망' 전문가라고 하니까 '물망'의 그 뜻을 알아야 하는데, 내 생각에 '물만 먹다가 마는 것'이지….

어느 날인가 한 특사가 찾아와 나보고 "전북지사에 나와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잘 사양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그때 나는 "애국지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거절의 표현을 이렇게 했는데, 이 일이 언론에 보도돼서 희화화돼서 그것도 고민되더라. 어찌하나 하던 차에 또 특사가 내려와 다시 요청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는 서울본사가 좋다"고 했는데, 이건 보도가 안돼서….(웃음)

"돈 내시오. 더 내시오. 다 내시오"
사회복지기금을 모집하는 단체의 회장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회장을 맡으면서 1년 동안 1천억의 거액을 모금해 고액기부자들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하게 됐다. 사실 돈을 낸다는 것이 기분이 그렇지 않는가. 그래서 굳어있는 기부자들에게 뭔가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부자들에게 "'기부'가 도네이션(donation)이 아닙니까. 이 말이 사실은 따지고 보면 어원이 우리말로 '돈 내시오'하다가 도네이션이 된 것이다. 그러니까 돈들을 많이 내서 도웁시다"라고 말해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고건 총리가 "요즘은 영어의 'o' 발음이 '어'로 되니까 돈 내시오가 아니라 '더 내시오' 아닙니까"고 해서 한차례 더 웃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은 한술 더 떠 "아닙니다. '어'가 아니라 '아' 발음으로 해서 '다 내시오'가 맞지요"라고 말했다.

"이몽룡은 직권남용죄"
춘향전의 이몽룡은 계급을 타파하고 사랑을 찾은 인물이 아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이몽룡이 어렵게 과거시험에 합격해 암행어사가 됐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다른 고을을 제쳐두고 바로 한걸음에 남원으로 내려와 사랑의 연적을 물리쳤다는 것은 엄연한 '직권남용'이다. 법률가가 본 춘향전이다.

소년 한승헌 변호사
50살이 넘어 일에만 매진해오던 내게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다. 이때 다른 관련자들과 달리 나는 '소년교도소'에 수감됐다. 스스로 생각해보니까, 당시 악독한 정권도 나를 천진난만하다고 생각해 소년교도소로 보낸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던 중 80년 12월 성탄절 때 하나님께 나가고 싶다고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내 기도가 부족했던지 이뤄지지 않았다. 이듬해인 81년 5월 어느날 새벽에 문이 열리고 면도를 시켜주고 나가라는 것이었다. 나는 부처님 오신날 석방이 된 것이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던 이일을 말했더니, "기도는 하나님께 했는데, 왜 부처님이 석방해 주냐"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이 성탄절날 너무 바쁘다보니까 부처님께 업무협조를 해서 석가탄신일날 나오게 됐다"고 졸지에 두 분의 무료 변론을 하게 됐다.

"국회의원과 강도 누구를 만날 것인가"
'국회의원과 강도 중에 누구를 만나겠는가'라고 물으면 다들 '강도'를 만나겠다고 한다. 왜냐하면 강도는 한번 털리면 끝나는데, 국회의원은 한번 알게 되면 두고두고 털려서 그렇다. 정치인 비꼬는 유머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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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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