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대체 : 26일 오후 4시 50분] 지율 스님 단식 중단
지율스님이 단식 58일만인 26일 오후 4시 단식을 중단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지율스님은 이날 "공단은 천성산 구간 원효터널(13-3, 13-4공구) 공사를 항고심 판결까지 중지하고 지율스님은 단식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양측 모두 "재판결과에 승복한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이 같은 합의내용은 지난 25일 지율스님을 방문한 문재인 수석이 제안했고, 12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제안한 내용 그대로다.
지율스님은 이날 오전 곽결호 환경부 장관과 도롱뇽소송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 대표단과의 간담회 직후 협상 내용을 전해 듣고 단식 중단을 결정했다.
환경부와 시민행동은 간담회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터널공사가 천성산 동·식물과 고산습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문가 검토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2003년 12월 대한지질공학회가 발표한 '자연환경 정밀조사 보고서' 내용에 대해 시민행동 대표단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환경부는 전문가 검토 재실시를 위해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협의를 거쳐 환경단체 등과 통보·협의하기로 했다.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안 마련을 위해 9월 중에 공동연구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전문가 검토라면 이미 수차례 실시했는데 이제 와서 무슨 또 재조사 실시냐"며 공동 재조사 실시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율스님이 단식을 중단하게 된 가장 큰 계기인 공동재조사 부분에 대해 사업자 측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지율스님 측의 합의서에도 재조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공단 관계자는 "환경부와 시민행동의 합의안은 94년 실시된 환경영향평가의 재실시가 아니고 2003년 대한지질공학회 보고서에 대한 재조사인데, 이에 대한 공단 측의 공식 입장은 재조사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환경부가 어떤 맥락에서 공동 재조사 부분을 이야기했는지 좀 더 파악해 봐야겠지만 공식 입장이 전달되면 이후 대응을 하겠다"며 "현재 공단의 공식적인 내용은 지율측과의 합의서에 나온 문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공동재조사에 합의한다고 해도 그 조사 결과 만으로 공사중단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행동 관계자는 "이번 합의의 의미는 천성산의 생태적 가치에 대한 객관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공사 중단과 연결되는 게 아니라 현재 진행중인 소송에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돕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합의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공사 착공 금지 가처분 소송 항고심 진행 중에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지율스님은 재판부의 권고를 존중하여 공단은 천성산 구간 원효터널(13-3, 13-4공구) 공사를 항고심 판결까지 중지하며 지율스님은 단식을 중단한다.
한국철도 시설공단과 지율스님은 법원의 재판결과에 승복한다.
[1신 : 26일 오후 1시 50분]
지율스님 병원서 단식 계속... 58일째
여야 의원 30명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촉구 서명
25일 오후 동국대 강남한방병원에 입원한 지율스님은 26일 오전 현재 별도의 치료를 거부한 채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진행된 도롱뇽소송 시민행동 대표단과 곽결호 환경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환경영향평가 부분과 관련 진전된 합의 내용이 발표될 경우, 지율스님이 단식을 중단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26일로 단식 58일째를 맞고있는 지율스님과 천성산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분주히 나서고 있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과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등 여야 의원 10여명은 26일 오전 8시3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정부에 촉구했다.
의원들은 "지율스님은 최소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에 준하는 조사를 요구하며 합의안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달라진 것은 단식농성 장소가 병원으로 옮겨진 사실 뿐"이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지난 7월 12일 부산고법도 천성산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권고한 바 있다"고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재차 촉구하고 "오는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환경영향평가법의 개정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천성산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요구에 서명한 의원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의원 전원 19명과 한나라당 6명, 열린우리당 4명, 무소속 1명 등 모두 30명이다.
단병호 의원은 "현행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시공업체의 의뢰를 받아 시공업체 돈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객관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들을 반영해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천성산 사태 해결을 위한 결의안을 제안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밝혔으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 상당수가 이 사안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상황이어서 실제로 결의안이 나올 지는 미지수다.
한편 천성산 대책위가 확대된 도롱뇽소송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오는 월요일 천성산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청원서 제출은 지난 24일 오전 지율스님을 방문한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 측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청원서에서 시민행동은 "천성산 고속철도 사업은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의 대표적인 사례로 반드시 환경영향평가가 재실시 돼야한다"고 주장하며 "환경과 생명을 도외시하는 정부의 개발정책이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행동은 환경영향평가 재실시의 당위성으로 ▲노선검토위원회에 이해당사자들은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 ▲94년의 환경영향평가서와 2004년 대한지질공학회 환경실태조사 보고서가 부실하게 작성되었다는 점 ▲환경영향평가 재실시에 대한 법적 근거가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