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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표 등 당지도부가 심각한 표정으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박근혜 대표 등 당지도부가 심각한 표정으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애초 2시간 30분 정도로 예정됐던 '당 진로'와 관련한 전체토론회는 8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토론으로 그야말로 뜨거웠다. 애초 4명만 신청했던 발언 신청자 수는 격론이 이어지면서 25명 가량으로 늘었고 토론의 양상은 '친박과 반박'의 양상을 띠었다.

공방의 핵심은 박 대표의 과거사, 유신잔재 청산이었다.

권오을 의원은 박 대표가 DJ를 찾아가 유신피해를 사과한 것을 두고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국민들은 사과로 느끼지 않는다"며 "그 시대에 인권탄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가 있어야 하고 후속조치로 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DJ에 대한 사과를 전부라고 한다면 한나라당이 과거사와 관련 외연을 넓히는데 지장이 된다"고 촉구했다.

또한 정기국회 전 정수장학회 문제를 완전히 털 것을 주장한 고진화 의원은 "차떼기(불법대선자금)도 한두 명으로 시작되었다가 결국 당 전체가 차떼기당이 되지 않았냐"며 "잘못하다간 친일당, 독재옹호당이 된다"고 박 대표를 압박했다.

이성권 의원은 과거사 문제가 정부여당의 정치적 의도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나에게 맡겨달라'고만 하는 것은 대표라는 위치에서 타당하지 않다"며 "당의 입장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수위조절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표에 맹공을 퍼붓는 비주류측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공격하던 한선교 의원도 박 대표를 향해 "유신 사과하고 정수장학회 헌납하라"며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 모든 의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고 양비론을 폈다.

정수장학회는 신호탄에 불과...변명 말고 깨끗이 털자

이재오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군 중위 전력과 유신독재를 들어박 대표를 압박했다.
이재오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군 중위 전력과 유신독재를 들어박 대표를 압박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어 박계동 의원은 "정기국회가 유신논쟁으로 점철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반역사적 정치집단으로 매도될 수 있다"며 면전의 박 대표를 향해 "정수장학회 한번에 터시라"고 제안했다.

나아가 박 의원은 "정수장학회에 이어 의문사, 유신헌법, 긴급조치, 민혁당·남민전 사건 등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며 "대화합과 대전진의 주체세력으로서 자기 과거를 떳떳이 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의원은 "변명을 하지 마시라, 니네는 어땠는데 하는 식으로 가서는 안된다"며 "사과요구가 계속되더라도 눈물을 흘리고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재자의 딸' 발언을 비롯해 박 대표를 정면 공격해온 이재오 의원은 이번 연찬회에서도 가장 목청을 높였다. 이 의원은 "공 때문에 과를 덮어서는 안된다"고 전제한 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군 중위 전력과 유신독재를 들어 "항일의 임시정부와 4·19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에 정면 위배되는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는 논리로 박 대표를 압박했다.

특히 박 대표가 유신독재 시절 5년동안 '퍼스트레이디'를 맡은 사실을 들어 책임 있는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방어하기 급급한 것이 한나라의 정체성이냐"며 "국가와 국민 앞에 자유민주 시장경제의 이름으로, 보수의 이름으로 보수의 이름을 더럽힌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주류를 중심으로 박 대표의 과거사가 집중공략을 당했지만, 박 대표 개인의 과거사로 인해 당 차원에서 지고 가야 할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지 않느냐는 우려가 적잖은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박형준 의원도 수위는 낮았지만 "진심의 전제는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라며 "민주화를 저해하려고 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더불어 부패의 연루, 영남 지역주의에 안주 등에 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잊지 말자, 박근혜가 한나라당 살렸다

진영 의원은 "여권의 과거사 공세는 박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진영 의원은 "여권의 과거사 공세는 박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반면 비주류측의 박근혜 대표에 대한 성토가 줄을 잇자 지도부를 중심으로 거센 반박이 이어졌다. 이들은 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보다는 공을, 또한 지난 총선에서 박근혜 대표의 공을 들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좀체 나서는 법이 없던 진영 대표비서실장은 발언권을 신청해 "여권의 과거사 공세는 박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과거사가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박 대표가 움추리거나 후퇴한 적이 없다"며 "당이 과거사 문제에 있어 박 대표를 의식해 움추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단호한 투로 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나는 78학번으로 박정희의 공보다는 과를 많이 느낀 사람이라 박 대표를 보는 심정이 복잡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앵벌이 소녀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보았다"며 공개적으로 신뢰를 표시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나는 운동권 출신 아니라 감방 한 번 안 가봤다, 그리고 4선 의원이 되는 동안 줄서기를 하지 않아 계파가 없다"라며 자신이 당직을 갖게 된 이유를 "지난 총선에서 박 대표가 살신성인하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인상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총장은 "노 대통령은 역사학자가 아니다, 정치논리로 역사규명 제대로 된 적이 없었다"라며 "우리 당 의원들이 그런 일에 동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례없이 장시간 벌어진 이날 토론에 당직자도 출입기자들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한편에서는 "장시간 많은 의원들의 토론을 보며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견이 없으면 죽은 정당이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당분간 박근혜-비주류 간 '냉각기'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더욱이 여야 일대격돌이 예상되는 17대 첫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어 박 대표가 어떤 수습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박 대표, '당명개정 결단 내려달라' 강력 호소
"과거사 청산 회피 아니냐"... 개정여론 반반

박근혜 대표는 이번 의원연수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민생경제 살리기와 정체성 수호라는 두 축의 현안 외에도 당명 개정에 어떤 식으로든 의원들이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랬다.

박 대표는 28일 전남 구례 연수원에 도착해 "다음 대선을 위한 필수적인 일"이라며 의원들을 향해 당명 개정에 대한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4·15 총선 때 위기감과 절박감을 잊지 않는다. 그 변화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당 개혁의 의지이자 결과로 당명 개정을 바라봤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당명개정 문제 역시 박 대표의 과거사 문제와 연동돼 "과거사 청산을 회피하려는 전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또한 총선 직후부터 인터넷을 통해 당명 공모를 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개정 준비작업을 벌여왔지만 이미 때를 놓쳤다는 회의적인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박근혜 2기'의 시작인 지난 7월 전당대회가 가장 적기였다는 평이다.

더욱이 당 지도부로서는 비주류의 입에서 '차라리 당을 해체하고 신당창당을 하자'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오는 마당에 마냥 밀어붙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영남 중진의 이방호 의원은 "당명을 바꿔도 자산과 부채는 승계된다"고 전제한 뒤 "지난날 과오가 있지만 1천만 명이 지지한 당이다, 당명 바꾸려면 새로운 세력 들어와야 한다"며 "정말 과거 청산을 하고 싶으면 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신당을 창당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전 당원에 관한 문제를 지도부에서 먼저 선도하는 식으로 의사결정에 중대한 문제 일으킬 수 있으니 삼가달라"며 당명개정에 반대했다.

수도권의 중진인 김문수 의원은 공화당-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당명 개정의 역사를 설명하며 "지금 어떤 역사적 계기와 정치적 사유가 있냐"고 반문하며, 당명 개정의 전제로 "지식인, 정치세력, 노조, 시민단체 등 당외 선진화 세력과 함께 손을 잡는 방식" 등의 국민적 합의를 강조했다.

당내 당명개정 여론은 비등한 상태. 비주류 외에도 당명개정의 전제는 '정치적 유전자'를 바꾸는 등 콘텐츠를 바꿔야 한다는 논리가 상당수다. 따라서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지도부가 밀어붙이기에는 명분이 약한 시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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