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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30일 전남 구례에서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한나라당은 30일 전남 구례에서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30일 전남 구례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 이규택 의원이 "옛날에 함부로 실명비판했으면 화장실로 끌려 갔을것"이라며 좋은 분위기에서 토론하자고 '뼈있는 농담'을 하고 있다.
30일 전남 구례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 이규택 의원이 "옛날에 함부로 실명비판했으면 화장실로 끌려 갔을것"이라며 좋은 분위기에서 토론하자고 '뼈있는 농담'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탈당 등의 발언까지 나온 박근혜 대표와 비주류 간 관계가 상당기간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전남 구례에서 열리고 있는 의원연수 마지막 날 박근혜 대표는 "본의 아니게 서먹서먹해진 것 같다"며 "널리 이해해달라"고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의원들을 다독였다.

"2박3일동안 연찬회에서 열심히 토론하느라 애 많이 쓰셨다. 모처럼 우리끼리 모여서 오붓하게 모여서 당 발전을 위해 뜻깊은 자리이길 바랐는데, 본의 아니게 서먹서먹해진 것 같다.

저의 뜻은 국민들 70%가 희망 없이 살고 나라 근본이 흔들리는데, 우리 당이 잘돼야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여러 말씀을 드린 것이다. 여러분들이 널리 이해해주길 바란다."


또한 김덕룡 원내대표는 분임토론이 끝난 후 인사말에서 "격한 토론이 있어서 유감스러웠지만, 당내 공통분모가 많아지는 등 결실 있는 연찬회였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규택 최고위원의 말은 도리어 비주류를 자극했다.

이규택 최고위원은 비주류의 박근혜 대표의 과거사 청산 발언에 대해 "인신공격하고 집단테러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말을 삼가해 달라, 때가 좋아서 그렇지...옛날 같으면 화장실 끌려가서 몇 대 맞았다"며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 위원은 또한 "의총이나 연찬회가 특정인을 공격하는 자리가 아니다. 의정활동 열심히 해야 다음에 또 공천을 받을 수 있지, 지도부 공격하면서 다음에 공천 받겠어?"라고 비주류를 향한 직격탄을 날렸다.



이규택 "옛날 같으면 화장실 끌려가"에 김문수 발끈

이에 김문수 의원은 토론장을 빠져나와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 최고위원의 격에 맞는 말이 아니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고 "정정당당 시시비비"라는 말로 향후 지도부와의 관계를 암시했다.

김 의원은 박 대표의 화해 제스처에 대해 "그냥 사이좋게 지내자고 문제제기를 한 게 아니"라고 일축하며 "바로잡을 것은 바로 잡자라는 차원에서 과거를 씻고 희망찬 미래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해 기존의 대응강도를 유지할 생각임을 밝혔다.

또한 탈당 여부에 대해 김 의원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뺄 수 있나"라고 반문한 뒤, "나는 11년 있던 당이다, 우리더러 나가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누구처럼 나갔다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해 박 대표의 '미래연합' 외도를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박 대표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다"고 말했고, 지도부와의 관계설정에 대해서는 "정정당당 시시비비"라는 말을 반복,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30일 전남 구례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의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박근혜 대표의 마무리인사를 듣고 있다.
30일 전남 구례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의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박근혜 대표의 마무리인사를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편 이재오 의원의 대응수위는 조금 낮아진 상태. 이날 오전 노고단을 다녀왔다는 이 의원은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에 자신의 애송시라며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라는 시로 화답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가 대표가 되면 탈당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취지에 대해 "그가 대표가 되면 유신 때 피해본 의원들과 박 대표간의 노선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였고, "당을 지켜왔다고 자임하는 입장에서 나온 말이었다"며 "내가 직접 탈당하겠다는 표현을 쓴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의원은 "박정희 시절의 공과를 나눌 때 공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이고, 과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점인데 그가 야당대표가 되었을 때 당이 온전하겠냐"고 말해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박 대표의 지적을 의식, 당 발전을 위한 충정이었음을 강조했다.

이재오 의원은 박 대표를 겨냥한 발언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의원은 사실상 자신을 겨냥한 박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정치하다보면 그럴 수 있지, 그냥 웃고 말지요..."라고 반박을 자제했다.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김형오 사무총장이 이규택 의원의 '뼈있는 농담'을 들으며 웃고 있다.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김형오 사무총장이 이규택 의원의 '뼈있는 농담'을 들으며 웃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 당명개정 표결에 찬성 50 - 반대 38
행정수도 이전에는 반대의견 압도적

2박3일간의 연찬회를 통해 당명개정과 수도이전, 과거사청산이라는 3대 현안에 대한 당의 대체적인 의견이 모아졌다.

당의 진로와 관련해 논란을 일으켰던 당명 변경은 분임조별 표결을 취합한 결과, 찬성 50 대 반대 38로 찬성의견이 일단 우위를 보였다. 찬성과 반대중 어느 한 쪽으로 의견이 쏠리지는 않았지만, 의원 75명이 당명개정에 반대서명을 한 7월초의 상황을 생각하면 당 지도부가 당명개정의 추진력을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개정하되 시간을 두고 결정하자" "군사독재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선진'이라는 단어는 쓰지 말자"는 등 각론에서 의견 차이가 적지 않아 앞으로의 당내 논의가 주목된다.

수도이전에 대해서는 반대 80 대 찬성 5로, 반대가 압도적이다. 충청권에서 유일한 홍문표 의원이 "한나라당이 충청권을 버리면 내 갈 길을 스스로 찾아야겠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수도이전 반대서명에 참가한 의원이 91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도이전 반대론은 "국민을 설득할만한 대안을 마련한 후 반대하자"는 의견이 56명, "수도이전에 대해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가 24명으로 갈라져 당론확정후의 대응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더구나 의원들의 80% 이상이 추석연휴 전 당론 결정을 원하고 있어 당 지도부는 "수도이전에 대한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

과거사 문제의 해법에 있어서는 "중립적·객관적인 시각의 학자들로 구성된 기관에서 과거사 연구를 맡기자"는 당론을 지지하는 의원이 86명에 이르렀다.(반대는 4명) / 손병관 기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연찬회를 마친 후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채택했다. 의원들은 점심식사 후 오후 2시경 광주 망월동 국립 5·18 묘지를 참배할 계획이다.

다음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 전문.

국민께 드리는 글

섬진강에서 우리는 호남과 만났습니다.
섬진강을 따라 걸으면서 호남을 호흡하고 느끼고
깊은 속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동안 호남은 한나라당의 뜨거운 심장이 아니라
겨울날 추위에 꽁꽁 언 손이었습니다.
이제 그 손에 저희 입김을 불어넣어 녹이겠습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뜨거운 악수를
청할 때까지 겸허히 반성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선진화는 화합에서 출발합니다.
화합은 만남에서 출발합니다.
만남은 우리 모두 한 민족이라는 우리의
운명에서 출발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희는 독립기념관에서 북방을 호령하던
고구려투사들의 기개를 보았습니다.
만인의총에 들러 나라를 위해 초개처럼 던진
수많은 목숨이
찬란한 태양이 되어 한 떨기 이름 없는 꽃이 되어
이 땅을 지켜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모든 것이 역사입니다.
우리는 그 역사가 찬란하던 초라하던
우리 안에 포용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희는 뼈저리게 반성합니다.
두 번의 대선실패를 넘어서
국민여러분께 경제, 안보, 사회적 혼돈 등 좌절과 고통과 절망을
드린 것에 대해 깊이 사죄합니다.

이제 국민여러분이 기댈 언덕이 되겠습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이번 정기 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삼아
민생고만은 반드시 해결하겠습니다.

이제 국민 여러분 모두의 고향이 되겠습니다.
이번 호남을 시작으로 전국을 다니며
전국을 한나라당의 고향으로 만들겠습니다.
완벽한 전국정당으로 태어나겠습니다.

이제 튼튼한 젊음의 심장처럼 박동하는
살아있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당과 사회와 나라를 위한 토론은 더욱 더 격렬하게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한 클릭 한 클릭씩
우리는 무섭게 전진할 것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우리 사회에 각인하는 '수권정당'으로서
거듭날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듣겠습니다.
한나라당은 해결하겠습니다.
한나라당은 만들겠습니다.
오로지 국민여러분의 먹고사는 문제와
이 나라 이 사회 이익을 위해 가겠습니다.

수도이전과 당명개정 그리고 과거사 규명까지
국민의 뜻과 과감한 자기개혁, 당당하고 의연한 태도로
결정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이제 연찬회를 마치며 국민여러분께
요구합니다.
더 통렬한 꾸짖음, 더 혹독한 쓴소리
더 매서운 채찍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8월 30일 한나라당 국회의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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