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경우 될 수록 대중의 눈을 피해 소수의 고급 매장만을 유지하는 역설을 취해야 오히려 제품의 가치가 올라가는 법입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대한민국 1%'만 소유할 수 있는 희귀한 무엇이라는 환상을 팔아야 하는 것입니다.
B&O 오디오의 값이 수 천만 원에 이르는 것은 디자인이나 품질에 대한 가치를 어느 정도 인정해 주더라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소수의 전유물이라는 희소성을 보장해 주기 위해 부자들로 하여금 그 만큼의 대가를 치르게 하기 때문이죠. 결국 프리미엄의 절반 이상은 희소성이라는 경제학 고유의 원리에 대한 대가입니다.
기아자동차가 신형 스포티지를 출시하면서 내건 슬로건이 '매스티지-Masstige'라고 합니다. B&O처럼 일부 부유층에서나 누릴 수 있는 희소한 품격(Prestige)을 대중(Mass)도 누릴 수 있게 해 주는 차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것처럼 형용모순(Oxymoron)도 없지요. 스포티지를 딱 1천대만 팔고 말 것이라면 모르겠으나 원래 품격이란 것은 희소해야 그 진정한 의미가 살아나는 법입니다. 품격(Presitige)을 기대하면서 스포티지를 구입한 소비자라면 조만간 사거리마다 한 대씩 서 있을 스포티지를 발견하고 배신감에 빠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외국자본이 서울시내 유명빌딩을 매입해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강남의 스타타워를 매입한 론스타는 전도유망한 기업이 아니면 아무리 많은 돈을 들고 와도 아예 임대를 해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심지어 빈 사무실이 생기더라도 이러한 원칙을 고수한다고 하는군요.
지금 이 빌딩에는 네이버, 벅스뮤직 등 요새 잘 나간다는 닷컴 업체들이 많이 입주해 있습니다. 벅스뮤직의 경우 유명세가 높아지자 건물주가 임대료를 깎아 주면서까지 입주를 독려했다고 합니다. 소위 '물관리'를 하는 것입니다. 덕분에 이 건물의 임대료는 서울 시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강남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필자가 아는 모 중년 부인은 이미 오래 전에 목동으로 이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남주소를 고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 때문에 겪는 불편이 한두 가지가 아닐 터인데도 말입니다. 8학군이네, 문화환경이 좋네 그렇지만 필자는 강남이 서울의 다른 곳에 비해 그렇게 문화환경이 훌륭한지 잘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것도 그렇게 엄청난 프리미엄을 집값에다 치를 정도로 말입니다.
그 여인네의 심리상태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이론은 바로 경제학의 희소성 법칙입니다. 소수만이 입성할 수 있는 배타적인 무엇, 그들만의 멤버십 클럽. 이것이 바로 핵심일 것입니다. 주택정책에 있어서도 인간욕망의 이런 복잡한 작동기제를 간파하지 못한다면 주택난 해결은 난망할 것입니다.
사실 희소성의 법칙은 경제학의 핵심 이론 중 하나인데 의외로 언론이나 학자들이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애써 무시하려 합니다. 너무 적나라하고 위선적이라서 그럴까요? 어쨌든 필자는 모든 물건에는 고유의 가치가 있다는 절대가치론을 믿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사소한 무엇에 열광하는 10대들. 특히나 원가라고 해야 10원도 되지 않을 사이버 아이템에 거금 수십 만원을 아낌 없이 쏟아붓는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 희소한 것에 가치가 있다는 원칙을 곱씹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성불(成佛)하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마음만 바꾸면 결국 모든 것이 다 부질없는 풍진과도 같다는 가르침 말입니다. 가치는 우리의 욕망이 결정하는 것, 즉 마음 먹기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