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이후 민주화 운동은 반민주세력이 중심이 된 '좌파의 반체제 운동'"이라는 박세일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에 '80년대 민주화운동'의 당사자였던 열린우리당 내 386세대 의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내고 "80년대 민주화 세력 모욕은 역사왜곡 범죄행위"라며 한나라당 비판에 가세했다.
열린우리당 내 386 초·재선 의원 모임인 '국가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이하 '새로운 모색')'은 30일 성명서를 내고 "박세일 의원의 발언은 한나라당의 역사인식과 정국운용의 바로미터가 색깔론에 근거하고 있음을 여과없이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로운 모색'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박 의원의 발언은 민주화 당시 우리보다 더 치열한 삶을 살다 먼저 가신 이들과, 지금도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요, 명예훼손"이라며 한나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민족의 진정한 발전과 이익을 거부하는 세력이 부활하고 있다면 항일운동과 민주화운동을 부정하고 독재정권을 향수하는 한나라당"이라며 "(박 의원의 발언은) 반체제적, 반국민적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우상호 의원은 "박 의원 발언은 시대 인식에 대한 문제"라며 "박세일 의원이 표방한 개혁적 보수가 또다른 색깔론의 연장인가 하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고 회견 배경을 설명했다.
광주 출신의 강기정 의원 역시 "호남에 와서 연찬회를 하길래 뭔가 바뀌지 않았나 기대도 했지만 한나라당은 대통령 폄하 연극과 민주화운동 모독발언을 통해 민정당 후예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엉터리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던 세력이 모여 있는 당이 민주노동당인데, 한나라당이 80년대 민주화 세력을 모욕하는 것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모욕이자 '한나라당식 역사왜곡 범죄행위'"라며 박세일 의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한나라당 주류가 80년대 군사독재시절에 무엇을 했던 집단인지 온국민이 다 아는 마당에, 민주화를 이룩한 사람들을 반민주로 모욕하고 자신들은 선진화 세력이라 지칭한다면 온 국민의 비웃음을 사게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나라당의 선진화' 주장에 대해서도 "전두환 쿠데타 세력이 집권 성공 뒤에 앞세운 구호도 '선진조국 창조'였는데 한나라당이 이를 흉내내고 있다"며 "자신들이 걸어온 길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선진화 비전'도 '이념정당'도 가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이드신 분들이 유치원 수준의 연극을 한다"
박세일 의원은 지난 29일 전남 구례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당의 선진화 방안 발제를 통해 "80년 이후의 민주화운동에는 분명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반민주·반시장 세력'이 그 중심을 이뤄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나라당을 '선진화 세력'으로 규정한 뒤 "선진화 세력이 반민주·반시장·반민족 세력과 결연히 싸우고 잘못된 역사 청산론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연찬회에 참석했던 고진화,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 등은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30년쯤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레드 콤플렉스가 만연해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새로운 모색' 소속 의원들은 대통령에 대한 욕설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한나라당의 연극에 대해서도 불쾌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의원들은 성명서에서 "패러디 연극이라는 허울 아래, 그동안 다 표현하지 못했던 대통령에 대한 근본적 불신과 탄핵에 대한 수구적 향수를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정청래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심혈을 기울인 공연인데, 나이드신 분들이 웬 유치원 학예발표회같은 연극을 하는지... 대한민국 유치원을 모독해도 유분수"라고 말했고, 옆에 있던 김영춘 의원은 "(정 의원의 발언은) 유치원생의 수준을 모독하는 발언이었으니 수정해야 한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다음은 '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의 성명서.
바뀌지 않는 한나라당의 역사인식에 대한 비판
8월 29일, 선진적인 정당의 길을 모색한다는 취지 하에 열린 한나라당의 연찬회에서 박세일 여의도 연구소 소장은 "80년 이후의 민주화운동에는 분명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반민주·반시장 세력"이 그 중심을 이루었고, "단순한 민주화운동이 아닌 기본적으로 좌파의 반체제운동이다"라고 규정하였다.
이 발언은 과연 이 나라에 민족의 미래와 국민의 안위를 존중하는 제1야당이 있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만을 던져주는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패러디 연극이라는 허울 아래, 그동안 못내 다 표현하지 못했던 대통령에 대한 근본적 불신과 탄핵무효에 대한 수구적 향수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도 모자라서, 한나라당의 대표적 브레인으로 일컬어지는 박세일 의원의 기조 발제를 통하여 한나라당의 역사인식과 정국운용의 바로미터가 색깔론에 근거하고 있음을 여과없이 보여준 것이다.
이는 시대와 국민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몰역사적 발언이기에 재차 한나라당에 묻고자 한다.
"진정으로 80년대의 민주화 운동이 좌파의 반체제 운동이라고 생각하는가?"
지금도 그렇다고 답한다면, 우리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하여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는 민주화운동 당시 우리보다 더 치열한 삶을 살다 먼저 가신 이들과, 지금도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요, 명예훼손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80년대의 민주화운동은 너나없는 온 국민의 역사였기에, 연찬회의 발언은 대한민국 국민을 부정하는 그야말로 반체제적, 반국민적 발언이기 때문이다.
민족의 진정한 발전과 이익을 거부하는 세력이 부활하고 있다면, 그것은 바로 오늘 항일운동과 민주화운동을 부정하고 독재정권을 향수하는 과거회귀세력인 한나라당임을 분명히 하는 바이다.
한나라당은 유치하고 저급한 연극공연에 열중할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환골탈태의 모습으로 이 문제에 대하여 즉각 사과하여야 한다.
새로운 모색 회원 일동
2004.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