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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수 대전지검장
유성수 대전지검장 ⓒ .
현직 지검장이 검찰소식지 기고를 통해 "경찰의 수사권 독립 움직임이 있고, 정치권에선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 신설 등 검찰권한을 견제하려 하며, 국민조차 우리 편이 아닐 정도로 우리의 우방은 하나도 없다"고 다소 직설적 화법으로 검찰의 현재 상황을 '고립무원(孤立無援)'으로 진단하면서 우회적으로 '검찰 결속'을 강조했다.

유성수 대전지방검찰청장은 검찰 동호지인 월간 <검찰 가족> 8월호 권두언, '그래도 검찰이다'라는 글에서 환골탈태(換骨奪胎)하려는 검찰 개혁에 대한 외부의 냉소적인 평가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A4용지 1장 분량의 이 글에서 그는 "송광수 검찰총장이 취임한 후 ▲외부인사가 검찰 내부개혁에 참여해 실질적인 개혁을 추진했고 ▲검찰의 권위주의적인 기질을 불식시키는 데도 많은 힘을 쏟았으며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검찰 수사권 행사의 중립성 확보를 이뤄냈으며 ▲내부기강 확립에도 힘을 쏟아 제 살 도려내는 아픔을 겪기도 하는 등 검찰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며 "그러나 검찰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평가가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검찰기능 일부, 외부 기관에 의해 재단... 검찰편 하나도 없어"


유 지검장은 특히 "대선자금 수사가 일부 정치권에 의해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보다 '검찰 권력의 무소불위적 행사'라고 매도되면서 검찰권한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기소권까지 부여받는 고비처를 신설하는 일도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을에는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움직임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면서 검찰견제에 대한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유 지검장은 또한 "대선자금 수사에 박수를 치던 국민들조차 요즘은 우리 편이 아닌데 전에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일을 너무 철저히 잘했기 때문에 비난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하면서 "우리 주변에 우리의 우방은 없다"고 검찰의 현재 상황을 '고립무원'에 비유했다.

그는 이어 "변화를 요구하는 세월 속에서 검찰만 그대로 버틸 수는 없어 세월이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하면 우리도 빨리 변해야한다"면서도 "다만, 21세기 앞날을 내다보며 우리의 앞날을 스스로 설계하지 못하고 검찰기능 일부가 외부기관에 의해 재단되고 설계되고 있는 점이 가슴 아프다"며 외부에 의한 검찰개혁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유 지검장은 끝으로 "세월 속에 우리가 변하더라도 변할 수 없는 2가지 원칙이 있는데 우리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점과 스스로에 대한 자정 노력은 계속 강화돼야 한다는 점"이라며 "검찰은 변해도 검찰이기 때문"이라고 검찰조직의 결속을 우회적으로 주문했다.

유성수 검사장은 48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서울대 공대를 나와 사법시험 17회에 합격했다. 77년 서울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대검 검찰연구관, 대검 강력과장, 인천지검 제1차장검사, 서울고검 검사, 대검 감찰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이다.

다음은 유 지검장의 기고문 전문.

<그래도 검찰이다>


송광수 총장께서 취임하신 이후 검찰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외부인사가 검찰 내부개혁에 참여하여 실질적인 개혁을 추진하였고, 옴부즈맨제도를 도입하여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 우리를 알리고 이해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우리의 권위주의적인 기절을 불식시키는 데도 많은 힘을 쏟았다.

대선자금 수사를 통하여 검찰 수사권 행사의 중립성 확보를 이루어 내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내부에 대한 기강 확립에도 힘을 쏟아 사정없이 제 살 도려내는 아픔을 겪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에 대한 외부의 평가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대선자금 수사가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보다는 일부 정치권에 의하여 '검찰 권력의 무소불위적 행사'라고 매도되면서 우리의 권한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기소권까지 부여받는 고비처를 신설하는 일도 진행되고 있다. 가을에는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반드시 이루어내겠다는 움직임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우리 주변에 우리의 우방은 하나도 없다. 대선자금 수사에 박수치던 국민들조차 요즈음엔 우리 편이 아니다.

전에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일을 너무 철저히 잘했기 때문에 비난을 받고 있는 셈이다.

변화를 요구하는 세월 속에서 검찰만 그대로 버틸 수는 없다. 세월이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한다면 우리도 빨리 변해야 한다.

다만, 21세기 앞날을 내다보며 우리의 앞날을 우리 스스로가 설계하지 못하고 우리 기능의 일부가 외부 기관에 의해서 재단되고 설계되고 있는 점이 가슴 아플 뿐이다.

세월 속에 우리가 변하더라도 변할 수 없는 2가지 원칙은 있다. 그래도 우리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하여야 한다는 점과, 스스로에 대한 자정 노력은 계속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검찰은 변해도 검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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