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2004우리 술페스티발이 폐막됐다. 지난 8월 25일에서 29일까지 올림픽 기간에 열린 이 행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열리는 '우리 술 작은 축제'였다.
이 행사를 주관한 관계자에 따르면 그간 다녀간 사람이 1만5천 명에 이른다 하니 인사동 골목에서 펼쳐진 우리 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마지막 시음행사장은 올림픽 만큼이나 흥겨웠다. 술 마니아들이 직접 술을 음미하면서 좋은 술을 발굴해 주기도 하고 우리 술에 대한 진솔한 평가를 주고받기도 했다.
취하는 공식 행사라는 분위기도 이색적이지만 얼마나 행복한 행사인가. 주최측도 대회 분위기를 의식해서 그동안 아껴두었던 창고의 술을 모두 쏟아내 마지막 봉사를 했다.
긴 탁자 위에는 과일주와 약주, 증류주 수백 병이 시음용으로 사용됐다. 시음에는 가는 스포이트가 사용됐다. 정확한 시음이 되도록 한 배려다. 하지만 벌컥벌컥 마시는 습성파를 어찌 막으랴.
대부분 공간은 20-30대 젊은이 차지다. 그 다음이 40-50대 중년 애주가들이다. 젊은이들은 역시 과일주나 약주 등 부드러운 술을 선호한다.
"혀에 와 닿는 느낌이 좋고 넘기기도 부드럽네요."
'천년약속'이라는 술을 시음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내린 평가다. 반면에 독한 증류주 선호파도 적지 않았는데 "'남한산성소주'는 고기를 구우면서 먹는 술 같다"는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소감피력은 신선하다.
대부분 여성들은 술향을 우선시 한다. 한 여성은 "국화주는 향이 좋아 입가심 술로 제격"이라며 "야국은 향이 코로 올라온다"고 평했다. 홀짝홀짝 마시다 취중에 나온 평가지만 전문가 수준에 가깝다.
'오로지' 파도 있다. 안동소주, 이강주, 문배주 등이 입에 맞는다며 병을 몇 병째 비우며 폭음에 가깝게 시음하는 두주불사형 주당의 모습이다. 이 분들의 한결같은 시음 소감은 "저쪽(과일주, 약주)은 너무 싱겁다"는 것.
시음에서 관심을 쏟는 것은 술 향기와 술맛 만은 아니다. 술 색상이나 병 모양, 디자인, 가격, 도수 등도 꼼꼼한 관심 대상이다. 혓바닥에 술을 이리저리 굴리며 두 손으로 술병을 뜯어보는 모습들이 사뭇 진지하다.
이번에 선보인 술병은 우리 것을 응용한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백자, 청자, 대나무, 어릴 적 어머니가 쌀에서 돌이나 뉘를 까불어대던 키, 첨성대, 장구, 하회탈, 도깨비 등인데 골프를 응용한 술병도 여럿 된다.
특히 골프공을 응용한 복분자 술은 손잡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세련된 멋과 함께 기품의 깊이를 쳐 주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도 양주병을 흉내낸 흔적이 많아 '좀 어설프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
이번 페스티벌에 참여한 술은 152종에 이른다. 큰 성과라면 그동안 가야곡왕주나 고가송주와 같이 집에서 꼭꼭 숨어 있던 가양주(집에서 빚은 술)가 우리 소비자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고가송주는 이번에 '대장금고가송주'란 상표로 나왔는데 객사에서 손님 접대를 위해 만들었던 술이 소비자를 만나는데 20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막걸리에도 관심이 쏟아졌다. 쌀, 검은콩, 복분자, 더덕, 홍삼 등 다양한 우리 농산물을 소재로 한 막걸리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다양하고 좋은 전통주들이 숨어 있었는지 몰랐다"는 것이 마니아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프랑스 산 루이13세는 최고급 술로 통한다. 가격도 한 병에 3백만원 정도. 대체로 비싸다는 문배주나 안동소주, 복분자 가격이 4-5만원대 정도니까 직접 비교는 그렇다 해도 국력으로 표현할 때 우리 술의 국력수치는 너무 낮다.
이번 행사에 허상만 농림부 장관은 두 번씩이나 다녀갔다. 외국인의 관심도 컸다. 시음장에서 한 외국인은 "한국 술 화끈해요"라며 몇 번이고 엄지손가락을 펴 보였다.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자주 있어 우리 국민을 행복하게 했으면 한다.